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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가을이다. 너른 마당엔 샛노란 은행잎이 카펫처럼 깔리고 빛바랜 붉은단풍잎은 바람에 흩어졌다.
대청호반 청주시 문의면 휴보힐링아트센타(휴보패션) 앞마당엔 '만추(晩秋)'의 정경이 펼쳐졌다.
공교롭게도 라디오에선 '에릭 크립튼'의 고엽(枯葉)(Autumn Leaves)이 흘러나왔다.'기타의 신'은 자신의 기타반주에 맞춰 저음의 굵고 거친 음색으로 깊은 가을을 노래했다. 어느덧 올 가을도 떠나가고 있다.
<추색이 완연한 휴보팬션 입구>
문의를 찾은 것은 청남대 국화축제를 봐야한다는 친구들의 성화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국화축제는 벌써 끝났을 시기다. 하지만 올 국화는 유난히 생명력이 길었다.
그래서 축제기간도 연장됐다. 가을의 끝물에 찾은 청남대는 온통 화사한 국화가 지천이었다. 하지만 내겐 문의 대청호 인근 단풍이 더 매혹적이었다.
<휴보팬션 정원에 카펫처럼 깔린 은행잎>
청남대 관람을 마무리하고 여장을 풀기위해 찾은 '휴보'엔 멀리서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파란하늘 노란풍경 아래서 삼삼오오 '셀카'를 찍고 있었다.
이들은 밝은 얼굴로 노란옷을 입은 은행나무와 잔디밭을 뒤덮은 은행잎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았다. SNS를 통해 사진을 받은 지인들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흐를터였다.
<휴보팬션 현관>
만추엔 일찍 어둑해진다.
휴보에서 준비한 '수육 정식'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우린 대청호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휴보에서 더대청호카페로 가는 산책로에서 바라본 호수는 맑고 부드러운 가을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났다. 찬바람이 코끝을 스쳤지만 마음이 따스해졌다.
<대청호 산책로>
더대청호카페 앞 호수위에는 '부교(浮橋)'가 떠있었다.
'문산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트레킹 코스의 호반산책로와 연결하는 데크길이다. 지난 봄부터 만들기 시작했을 때 올 가을엔 걷기를 고대했지만 공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었다.
<문산길에 설치된 부교)
<부교밑 호수에 비친 은행나무>
하지만 새로운 길에 대한 호기심이 유난히 심한 내가 그냥 바라만 볼 수는 없었다. 친구들을 앞세워 공사중인 일부 구간을 걸어보았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아 손 볼 곳이 많지만 대청호 풍광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코스였다. 호수위를 걷는듯 했다.
데크길에서 수면을 내려다보자 은행나무가 캔퍼스에 그린 수채화처럼 물속에서 흔들렸다. 친구들이 그만 가자고 재촉할 때까지 한참동안 바라 보았다. 내년 봄 준공이 된다면 열 일을 제쳐놓고 걷고 싶은 길이다.
<문산길 테크길>
<문산길을 함께 걸은 휴보팬션 이은봉 대표>
문산길은 '문의문화재단지'로 연결된다.
이 곳을 올때마다 문화재단지의 한적한 분위기에 아쉬움이 든다.
대청호를 내려다보이는 넒은 구릉지위에 한옥마을과 미술관, 박물관이 아늑하게 자리잡은 문화재단지는 경관에 비해 저평가된 곳이다.
<문의문화재단지 당단풍나무>
<문화재단지에서 바라본 대청호미술관과 호수>
문화재단지는 양성산 동쪽으로 길게 뻗어가다 호수에서 멈춘 능선 기슭에 위치해 전망이 빼어나다. 또 민속마을을 거닐고 선사시대 유물을 볼 수 있으며 조각과 그림등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양성산을 배경으로 넓은 잔디밭에 고풍스럽게 자리한 조선시대 관아 객사(客舍)인 문산관의 단아한 모습은 바라만 봐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우리는 객사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호수를 바라보았다. 하늘도 푸르고 호수도 푸르다. 눈 맛이 상쾌하다. 세속의 잡념이 사라지는 듯 했다.
문화재단지에서 내려가는 길에 때깔이 고운 당단풍나무를 발견했다.
요즘은 기상이변으로 일조량이 감소하면서 곱게 빛나는 단풍을 보는것은 쉽지않다. 친구들과 화려한 단풍나무 아래서 셀카를 찍었다.
<더대청호카페 뒤편 언덕에서 바라본 호반산책로>
<산책로를 거닐고 있는 탐방객>
다시 휴보로 돌아오는데 호수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에 마른 단풍잎들이 마치 춤을 추듯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단풍비'가 쏟아지는 듯 했다.
낙엽은 이미 호반오솔길을 파스텔톤 융단처럼 뒤덥고 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에 손을 잡고 산책하던 젊은 연인이 탄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내 마음은 시렸다.
단풍이 모두 떨어지면 헐벗은 나무가지는 삭풍(朔風)에 시달리고 곧 겨울이 찾아 올 터였다.
<단풍나무가 숲을 이룬 휴보팬션 진입로>
한 친구가 차중락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을 흥얼거렸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
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 몹시도 그리웁구나
푸르던 잎 단풍으로 곱게 곱게 물들어
그 잎 새에 사랑의 꿈,
고이 간직 하렸더니...'
대청호반 문의의 특별한 가을이 남긴 강렬한 추억이다.
*청남대/043-220-6412 *문의문화재단지/043-201-0915.
*휴보팬션 이은봉 사장 HP / 010-5461-2554.
첫댓글 호수에 비친 은행나무 모습이 완전 만추 느낌 충만입니다.. 잼나게 읽었습니다.
내년봄 문의 문산길이 완공되면 마힐로도 한번 걷자고~~
대청호수와 파아란 하늘이 어울리는 그림이네요~^^
한여름만 빼놓고 산책하기 좋은길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