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는 디자인을 금융산업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2003년 당시 카드 디자인에 소요되는 예산은 평균 20만원이었다. 하지만 정태영 사장은 같은 작업에 1억이라는 예산을 투입했다. 모든 이가 반대했지만 그는 자신의 선택을 믿었다. 카드 한 장의 디자인을 위해 카림 라시드를 불렀고 IDEO 와 같은 회사들과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2001년에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해 만든 현대카드는 인수 당시 업계 7위에서 현재는 업계 2~4위를 다투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현대카드가 카드 플레이트를 벗어나 도시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근대의 한옥과 현대의 건축물이 공존하는 가회동에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낸 것. 최욱 소장의 건축설계사무소 원오원과 현대카드 디자인실의 협업은 옛 서미갤러리 건물을 리노베이션을 통해 빛과 여백을 품은 라이브러리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안내해주는 입구의 벽. 단어 앞의 색인으로 읽고 싶은 책의 위치를 알 수 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현대카드가 1년동안 준비한 프로젝트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바우하우스 이후 11498 권의 장서를 큐레이팅하고 있다. 큐레이팅 작업에는 건축비평가 저스틴 맥거크를 비롯 국내외 분야별 북 큐레이터들이 참여했고 MoMA 의 수석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의 조언으로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카테고리가 완성되었다. 큐레이터들은 가치있는 장서를 수집하기 위해 전 세계 65개국 2935개 퍼블리셔의 책들을 조사하고 검토했다. 최종적으로 큐레이팅한 11498권 중 8700권은 국내 미보유 장서이고 그 중 3135권은 이미 절판되었거나 희소한 가치를 인정받은 디자인 장서들이다.
이 중에는 라이프 Life 매거진 전 컬렉션 1867권과 건축전문지 도무스의 959권 전권 콜렉션,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Mark Ryden 등 인기 현대작가의 화집들도 있다. 현대카드 디자인실이 참고자료로 쓰는 서적의 칸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방문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매월 5~10% 새로운 장서를 들여올 예정이다.
디테일까지 현대카드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는 통일성이 눈에 띈다.
현대카드는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통해 몰입의 시간, 영감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 때문에 이곳에는 PC 가 한 대도 없다. 대신 곳곳에 배치된 아이패드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라이브러리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구매를 원하는 도서는 구매대행을 신청할 수도 있다.
1층의 왼편에는 북카페, 오른편은 전시공간으로 활용된다. 첫 전시는 Visionaire X Hyundai Card로 4월 14일까지. Visionaire 는 모델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실리아 딘, 아트 디렉터 스티븐 간, 메이크업 아티스트 제임스 칼리아도스가 1991년 공동 창간한 무크지로 인쇄매체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전시중인 Visiona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