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 (100)

<table id=cafe_editor_main_table_color bgColor='#ffe400' cellpadding=0 cellspacing=0 border=0 width=100%><tr><td id=cafe_editor_main_table class=text>    1999년 8월 14일 (토), 맑고 무더움   자랑스럽고 믿음직한 아들아! 강원도 홍천 소재 제1야전수송교육단에서 5주 간의 후반기 교육을 수료하고 떠나기 하루 전인 지난 8월 12일(목), 그곳에서는 마지막으로 써 보내온 편지를 받고 자랑스럽고 믿음직한 너를 생각하니 깊은 감회에 앞서 정말로 감사한 마음 뿐이더라. 先亡 조상님 前, 十方에 두루하신 제불보살(諸佛菩薩)님께 한량없는 감사의 마음을 告해 올린다. 입대 당시를 회고하면서 폭염속에 장장 11주 간의 맹훈련을 강건한 정신 자세로 무사히 마쳤다는 소식에 어머니, 아버지는 오직 고마운 마음 뿐이고 가슴 뿌듯함을 이루 헤아릴 수가 없구나. 두루두루 안부를 소상히 써 보낸 편지를 세네번 씩 읽으면서 아들이 편지도 곧잘 쓴다는 생각을 해보았단다.   軍法師로부터 받은 수계 法名이 "담법(潭法)"이라고 했는데, 연못담 字에 법法字의 법명이로구나 숨은 뜻이 아주 고귀한 법명을 받았구나. 연꽃이 활짝 피어있는 연못을 상상해 보라. 연꽃은 불교와 부처님의 상징으로서 연꽃이 피는 못이니, 그 연못이야말로 보통의 연못이 아닌 佛法이 샘솟는 못일 것이다. 연꽃은 진흙탕 속에서도 물들지 않는, 즉 오염되지 않는 청량한 꽃으로, 인간에 비유하면 속(俗)스러운 세상에서도 탁류에 휩쓸리지 않는 청렴하고 올곧은 사람인데다 만인이 지켜야 할 "法"이 있으니 봉연이 너의 성품이나 행동거지에 걸맞는 매우 소중하고 귀한 법명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합장하여 축하한다. 장차 인생, 사회생활을 하면서 법명답게 살아야 한다는 숨은 깊은 뜻이 있음을 銘心해야 할 것이다.   사진은 등기우편으로 보냈다고 했는데 편지만 먼저 늦게 도착한 걸 보면 월요일이나 돼야 받아 볼 것 같구나. 편지내용상으로는 자대에 가서 예상되는 기대감(?)과 두려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들로 마음의 안정이 잘되지 않는 모양이더라 사랑하는 아들아,. 수 차에 거쳐 너에게 써 보낸 편지들을 읽고 또 읽어 보거라. 그리고 마음의 평정을 찾도록 노력해라. 다가오지 않은 일에 미리 두려움을 갖지 말거라. 어리석고 불필요한 망상(妄想)일 뿐이란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 찰나에 늘 깨어 있거라. 그리고 너 자신에 확신을 가져라. 너는 모든 걸 잘 해낼 능력과 정신적인 자세가 확고히 돼 있음을 다짐해라.   아버지가 8월 10일 자로 보낸 두 통의 편지는 예상대로 8월 13일 까지는 모두 받아 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편지를 기다리는 너의 마음이 글쏙에 확연히 나타나 있더구나. 아들아, 사랑한다. 오늘 8월 14일(토)엔 집에서 알고 있듯이 제3군단, 어느 사단, 어느 연대로 몇몇 동료와 같이 가게 됐을텐데... 자세한 소식은 자대 배치 후, 며칠 후일쯤일지, 편지를 보내와야 알텐데 어서 그날이 기다려진다. 또다시 세 번째 바뀌는 낯선 환경에서 선배 고참들과의 상하 유대와 군기를 다지면서 한동안은 마음도 육체적으로도 고생이 되겠구나.   어쩌지도 못하고, 오직 너만을 믿고 지켜보는 가족들의 심정도 못지않게 애를 태우고 있단다. 아들아, 힘내거라. 그리고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하루하루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고... 체중은 약간 늘었다고? 그래야지, 식사도 잘하고 적당한 운동도 하고 해서 체력증진에 신경써야 한다. 너를 잘 이끌어 주고 선배답게 지도 편달해 주는 고참을 만나서 잘 지내게 됐으면 고맙겠구나. 전방 지역이라고 해서 두려워하지 말거라. 조금만 잘 견디어 내면 기대하던 좋은 날들도 눈앞에 다가오고 있지 않느냐?   너를 장하게 여기면서도 아쉽다면 아버지 된 입장에 무언가 네게 소홀했던 점은 없었는가? 자꾸만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것도 한갓 노파심의 망상일까? 100일 위로 휴가 일정이 손꼽아 기다려 지는구나. 9월 초쯤일지, 중순 경일지? 편지에 그 소식도 전해주렴!주말 편안히 잘 보내거라. 월요일엔 신고식이 있겠지? 99. 8. 14                                             - 편지를 받고 나서 아버지 씀 -                                                                                                                    </tr></td></t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