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할아버지댁 남쪽으로 기차 철로가 있었다
충북선 열차의 충주 지점 못 미친 주덕역
하루에 두세번 지나가는 기차 였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사연들을 싣고 달리고 있었다.
아침일찍 떠나는 기차는
청주지역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통학 열차,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남학생들은 기차 출입구 난간에
기댄채 손을 흔들며 지나가기도 하고...
토요일 저녘에 청주에서 들어오는 열차는
청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집을 찾아 오는 기차였다.
기차라고 해도 좌석 조차 제대로 차지할 수 없었던 6.25전,
화물차 칸에 가득 타고 있는 남학생들은 그 속에서
가슴 설레이는 첫사랑의 여학생을 만나는 장소가 되어
몇번씩 찢었다 썻다하며 정성껏 써온 편지를 꼭꼭접어
여학생에게 전해주는 스릴을 맛보기도 했고
귓볼이 달아온 여학생은 행복한 감정을 나타내지 않으려
뒤로가서 꼭꼭 숨고 .......
초등학교 시절 방학때 고향가는 기차속에서
잘생긴 대학생이 친척 언니에게 전해 달라는 편지를 받아
전달해 주면서 나도 중학생이 되어
저렇게 잘생긴 남학생을 만났으면 하고 기원했던 추억들...
그때 충북선을 타고 충주로 청주로 오갔던 그 학생들은
지금쯤 어떻게 늙어 가고 있을까?
아마도 기차를 보면 아스라한 첫사랑을 그리며
잔잔한 행복감에 젖어 들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