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각에서 제기되던 '금리인하론'이 마침내 수면위로 떠올랐다. 올해 6% 성장을 목표로 내세운 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과 최중경 차관은 연일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실상 금리논쟁에 불을 붙인 셈이다.
정책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현재 '무대응'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 조동조합은 26일 성명서르를 통해 "정부의 통화정책 개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은행 측은 "노조 성명서는 한국은행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지만, 머지 않아 한국은행도 목소리를 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최중경 차관은 26일 정부의 경제. 금융 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한 뒤 "내외(미국과 한국)금리차가 크면 외국 자금이 급격히 흘러 들어오고 낙차가 해소되는 시점에는(외국자금)이 확 빠져나가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책 금리(연 2.25%)보다 우리나라 정책금리(연5%)가 2.75%나 높은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니 금리를 낮추어야 한다고 한은을 공격한 것이다. 최 차관의 발언은 전날인 25일 강만수 장관이 매일경제 초청 강연에서 했던 말을 받아서 살을 붙인 것이었다.
강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가2.75%까지 벌어졌는데 뭐든지 과유불급"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금리차가 너무 커지면 금리가 높은 한국으로 되국자본이 몰려와 원화가 강세를 띠고, 이것이 수출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경상수지 적자폭을 늘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의미였다.
강 장관은 "금리정책은 중앙은행 소관이지만 2.75%포인트가 무슨 의미인지 내가 설명을 안핻고 다들 알 것"이라며 "환율과 경상수지 적자 추이를 감안할 때 어느 길로 가야할지는 자명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 상황에서는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뜻이다.
강 장관은 한 술 더 떠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해 (금리 결정)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 한국은행법 91조에 규정돼 있지만 지금껏 단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거론한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어차피 총선이 끝나고 나면 금리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장관은 또 "금리 동결이 물가 관리에 효율성이 없다"는 논리로도 한은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1일 물가 대책을 논의한 경제정챚조정회의에서 "총수요를 관리하는 통화 관리로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로는 어차피 물가를 잡기 어려워 정장을 위해서라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강 장관은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성장보다 물가가 우선'이라는 말을 했다는 보도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 발언에 대해 혼선이 있었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지금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물가를 우선시 하겠다는 것으로, 7%성장 능력과 물가는 우선 순위와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중경 차관고 "인터뷰 전문을 봤더니 성장 대신 물가에 "올인"한다는 뜻이 전혀 아니더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말을 아끼면서 사태가 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한 간부는 "할 얘기가 없다. 자꾸 시장에 노이즈(잡음)만 확대된다"며 언급을 꺼렸다. 대부분 한국은행 직원들도 재정부발 금리 논쟁에 대해 입을 열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정부 논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출 경우 부동산 거품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더 큭 것이라는 논리를 펴는 사람이 많다. 한 팀장급 간부는 "정부가 물가 대책으로 50여개 물품을 정해 가격을 관리한다고 하는데 70년대 계획경제에나 있을 법한 일이고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금리를 내리면 문제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로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재정부에서 미국과의 금리차 문제를 제기하는데, 우리 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투자)위험도가 크기 때문에 자금의 급격한 쏠림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