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이 빚은 화이트' 雪國 덕유산
덕유산(德裕山.1614m)은 우람하면서도 넓게 펼쳐진 산세로 마치 어머님의 품처럼 다가선다. 사시사철 등산객들로부터 사랑받지만 특히 겨울 산행을 한번 나서 본 이라면 다시 찾지 않으면 안될 충동에 빠지게 된다.
정상인 향적봉에 서면 장쾌하게 이어진 크고 작은 연봉들이 하얀 눈가루를 흩날리며 파노라마로 펼쳐지는가 하면 너무도 아름다운 눈꽃세상이 찾는 이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는다. 또 사방으로 열린 시야와 함께 산의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산 그림자가 맑은 겨울 하늘 아래 끝간데 없이 이어지며 수십겹씩 겹쳐 환상적인 광경을 만들어낸다. 어쩌다 낮은 구름이라도 끼면 운해를 이루기도 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달 초 15㎝가량 내린 눈으로 하얀 눈을 이고 있지만 주중에 더 많은 눈이 내릴 예정이어서 이번 주말은 그야말로 설국을 이룰 예정이다. 눈꽃세상이 펼쳐지면 매서운 바람과 함께 조화를 부리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설화와 상고대 터널이 압권을 이룬다. 철쭉나무 위에 서리와 눈이 내려 눈꽃을 만들기 때문에 환상의 눈꽃터널이 된다. 이 장관 만큼은 만년설이 있는 알프스보다도 빼어나다. 주봉인 향적봉 밑으로는 운해가 자주 낀다. 운해 사이로 거봉들이 솟아 있고 그 거봉들 사이로 불쑥 치솟는 일출은 신산의 경지를 이룬다. 이 광경을 보러 새벽 일찍부터 산을 오르는 이들이 많다. 덕유산은 소백산맥이 서남쪽으로 뻗으면서 속리산 등을 솟게 한 뒤 다시 지리산으로 가는 도중 그 중심부에 빚어놓은 명산으로 철따라 변화무쌍한 풍치를 자랑한다. 더구나 이름처럼 넉넉한 덕을 안고 있는 산답게 곳곳에 널려 있는 비경과 유서깊은 문화유적지, 태고의 원시림을 품고 있다. 덕유산은 남부지방에 위치하면서도 서해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뿌리는 많은 적설량 때문에 적설 등반지로 최적지다. 향적봉을 중심으로 해발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으로 장장 30여㎞를 달리고, 향적봉에서 무룡산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에 이르는 주능선의 길이만도 무려 16㎞에 이른다. 워낙 크고 넓게 퍼져 있는 산세가 오르는 길을 길게 늘여놓아 정상을 밟아보기가 여간해선 쉽지 않다. 하지만 설천봉에 이르는 무주리조트의 곤돌라를 이용하면 최고의 눈꽃감상을 할 수 있다. 광장에서 슬로프 정상까지는 2500여m. 8인승 곤돌라 50대가 운행 중으로 15분이면 올라간다. 해발 1522m에 달하는 곤돌라 정상에는 넓은 광장과 휴게소 전망대가 있다. 마치 유럽 산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설천봉은 유명한 주목과 구상나무 군락지로 지금도 주변에 남아있는 주목들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백설의 능선들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전망대에서 향적봉까지는 도보로 25∼30분 거리. 구천동쪽으로 오를 경우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부터 향적봉까지 7㎞ 거리로 3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하산할 때는 백련사와 구천동을 거쳐 삼공리 관광단지로 이어지는 코스를 이용해 하산하는 게 좋다. 3시간 정도 걸리지만 구천동은 32경의 절승을 품은 계곡이기 때문이다. 하산코스에서는 백련사, 비파담, 사자담, 월하탄 등 15경부터 32경까지 눈덮인 연담과 계류, 울창한 숲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덕유산=글.조원익기자 wick@sgt.co.kr
◆여행정보
▲숙식=구천동(삼공리)의 여관이나 모텔 그리고 무주리조트(063-322-9000)를 이용하면 좋을 듯. 구천동 관광단지에 있는 전주진미식당(322-3140)에서는 덕유산 깊은 골짜기에서 자란 무공해 산나물을 재료로 하는 산채정식(8000원)과 산채비빔밥(5000원)을 맛볼 수 있다. 무주리조트내 미담회관(320-6901)에선 추어탕과 한식을, 명동갈비(320-6928)에서는 갈비와 생고기 그리고 제주산 갈치조림 등을 맛볼 수 있다.
▲가는길=수도권에서는 경부고속도로를 타다 대전IC와 대전터널을 지나면 바로 나오는 비룡분기점을 통해 대전 남부고속도로를 이용한 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무주 나들목으로 진입, 적상면∼치목터널을 거쳐 무주리조트까지 간다. 2시간30분 정도 소요. 지난 11월21일 대진고속도로 완전 개통으로 부산, 대구, 진주 등 경상지방에서도 예전보다 1시간 이상 가까워졌다.
▲무주리조트=지난 11월15일 인수계약 체결로 미국 볼스브리지컨소시엄이 새 주인이 됐다. 이곳에는 특1급으로 승격한 알프스풍 티롤호텔(02-3489-5371)과 꽃마을(진달래 백합 개나리 등), 솔마을(한솔동 두솔동 세솔동) 등 가족호텔 및 콘도가 있다. 스키장은 현재 총 30개 슬로프중 7개면을 개장 중이나 내년 1월10일쯤에는 모두 13개 슬로프를 개장한다. 만선베이스와 설천베이스에서는 속도감을 맛볼 스노모빌을 탈 수 있다. 특히 세솔동에서는 눈을 맞으며 야외 온천욕과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기사입력시간 : 200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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