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스케줄을 보면 29일(목) 낮 12:45 Northwest 항공으로 출발하여 대서양을 건너 30일(금) 아침 7:30에 암스텔담에 도착한다. 두 시간 후인 9:45에 우크라이나 항공으로 떠나 오후 1:30에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에프에 도착하고, 또 1시간 반을 기다려 오후 3시에 다른 우크라이나 항공편으로 출발 두 시간 반을 더 가서 오후 7:35에 그루지아의 트빌리시에 도착하게 되어 있다. 시애틀과 암스텔담의 시간 차이는 9시간, 암스텔담과 키에프는 한 시간, 키에프와 트빌리시는 두 시간의 차이가 나서 시애틀과 트빌리시는 12시간의 차이가 난다. 시계를 고쳐놓을 필요가 없다. 그냥 낮과 밤이 바뀌게 된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성경을 읽는 일뿐이다. 성경 읽다가 피곤하면 좀 자고, 깨어서는 또 성경 읽고, 음식을 주면 먹는데, 세 비행기가 모두 국제선이기에 식사를 거르는 일이 없다.
조용히 성경을 일을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말할 수 없이 좋은 기회요, 은총이다. 논문으로 쓰려고 하는 '에고 에이미'라는 예수님의 위대한 선언에 대해 정리를 해 가면서 노트도 해 보았다. 요한복음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꼼짝 못하고 앉아서 성경을 묵상한다는 일이 얼마나 복된 일인가!
암스텔담에 오는 비행기에서는 내가 성경을 읽고 있으니, 옆 자리에 탄 아랍인은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앞을 향해 열심히 절을 한다. 암스텔담에서 키에프에 오는 비행기에서는 옆 자리에 유대인 랍비 복장을 한 사람이 탔다.
비행기마다 만원이었다. 지금이 성수기도 아닌데, 이렇게 여행객들이 많은 것이 좀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였다.
조금 연착(延着)하여 저녁 8시가 가까워서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입국 수속을 하는 용지를 주지 않는다. 혹시 나만 못 받았나 해서 다른 사람들을 보니, 아무도 가진 사람이 없다. 입국심사대 앞에 섰다. 그런데 아무 말도 묻지 않는다. 그냥 컴퓨터에 몇 글자 쓰는 것 같더니 도장을 찍어준다. 모스크바와는 도무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입국심사대도 많이 있어서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금방 나오게 되었는데, 짐이 나오기를 한참 기다려야 했다. 짐을 찾는 곳에나 짐을 가지고 나오는 때에도 누가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입국심사관이 여권에 도장을 찍고는 쪽지 하나를 여권 책갈피에 넣어 주었는데, 읽어보았다.
Georgia is free of coruption State.
Welcome to Georgia
Remember
According to the legislation of Georgia,
official bribery is punished
by deprivation of freedom up to 7 years
(그루지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루지아는 부패가 없는 나라입니다.
기억하십시오.
그루지아의 법에 의하면 공적인 뇌물은 최고 7년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자기 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에게 하는 말로는 좀 어처구니없는 말 같은데, 여하간 좋은 인상을 주었다.
밖으로 나오니 김바울 목사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나보다 한 시간 먼저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조금 연착하여 30분 전에 나오셨다고 한다. 이곳의 목사님 이름은 Zaal Tkeshelashibili 라고 쓰는데 '자알'이라는 이름만 기억할 뿐이지, 성은 발음도 잘 모르겠다.
김 목사님의 짐은 다른 차로 벌써 보냈다고 하신다. 내 짐은 자알 목사님의 작은 차에 싣고 한참을 달려와 목사님의 아파트에 도착하였다. 김 목사님이 전에 오셨을 때에는 호텔에 계셨는데, 이번에는 목사님 댁에 있도록 하지고 하셨단다. 두 방을 깨끗하게 잘 비워놓고 정돈해 놓으셨다. 인터넷도 다 된다고 하면서 내 컴퓨터에 선을 연결해 주었다. 호텔보다 훨씬 편하다.
부인도 영어를 잘한다. 남편이 목사라 교회에서 사례를 받지 못하니까 부인이 영어 선생을 하여서 먹고 산다고 한다. 자알 목사님의 말로는 이 나라의 인구 90%가 실업자라고 하니 얼마나 가난한 사람들인가! 그래도 굶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가족 중에 한두 명은 외국에 나가서 돈을 벌고 있어서 그런 돈을 보내주니까 그런 대로 잘 지낸다고 한다.
한국과는 아직 외교관계가 잘 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우선 우리나라 사람이 살지 않으니 영사관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한국 사람도 무비자로 입국을 한다니까 누구든지 오고 싶은 사람은 그냥 오기만 하면 된다. 이 나라가 이렇게 문호를 활짝 열고 외국 사람들을 환영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는 '트빌리시'인데 '온화하다'라는 뜻이란다. 기후도 온화하고 사람들도 하나같이 온화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가지고 온 짐을 풀어 놓으니, 제법 풍성하다. 나도 두 가방에 50파운드씩 가득하게 채워 가지고 왔고, 들고 오는 가방에도 가득하게 넣었으니까 최고로 많이 가지고 온 셈이다. 김 목사님은 옷을 가지고 오셔서 사모님과 목사님에게 선물하였는데 무척 좋아한다. 미국에서 큰돈 들이지 않고 구한 옷이나 양말, 수건 같은 것들이 여기에서 이렇게 환영 받는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공항에서 아파트로 오는 도중에 아라랏산이 얼마나 멀리 있는가 물었더니 5시간 정도의 거리라고 한다. 갈 수 있겠는가 물으니 그 산이 전에는 그루지아 땅이었는데, 지금은 터키가 차지하고는 자기네 땅이라고 하고 있어서 조금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되면 한번 가 보자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