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8-30)
맨 처음 교리공부를 하면서 가슴에 와 닿았던 성경말씀입니다. 이 말씀에서 “내 멍에”는 지극정성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겨우 첫 걸음마를 시작하는 왕초보 신자입니다. 오랜 신앙의 경력과 다양한 신앙체험이나 신심활동을 하신 쟁쟁하신 분들께는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짧은 신앙생활이지만 저를 보고 지금부터 시작하고 싶다는 분들이 있다면 용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오랜 전통의 불교집안에서 태어나서, 독실한 불교신자이신 어머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어머니를 따르는 불교신자였습니다. 또한 바쁜 직장일로 종교에 대하여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평소 가까이에서 이런 저런 마음을 나누는 인생의 선배님이 계셨습니다. 현재 죽림동성당 천주의 성모 쁘레시디움 단장님으로 계신 대모님!
그분은 모태 가톨릭 신앙인이셨습니다. 늘 만날 때마다 가톨릭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려주셨지요. 지금 돌이켜 보면 계속 저에게 개종권면을 하신 셈이죠. 이렇게 저는 가톨릭으로 개종하게 되었으며, 2009년 12월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 전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 후에도 직장일 등 이런저런 핑계로 그냥 주일만 겨우 지키는 부실한 신자였습니다.
성모님의 영적인 군대 일원에 동참하며
시간이 흘러 직장에서도 정년퇴직이 다가오면서 어떤 봉사로 보람을 찾을까? 인생 2모작에 고민 중에 있었는데 어느 날 대모님께서 레지오에

들어와서 함께 활동하자고 하시는 것입니다. 레지오가 뭔가요? 걸음마도 못 뗀 제가 이렇게 2015년 4월 성모님의 군대의 일원으로서 이후 승승장구(?) 했습니다. 입단 후 8개월만인 그해 12월, 쁘레시디움 서기, 또 이듬해 레지아 회계로, 또 이듬해 교구 여성연합회 부회장으로 임명되는 제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언제나 사랑을 주시는 그분 주님께서 미처 못 했던 시간들을 에둘러 더 열심히 배가로 봉사하라는 말씀으로 깊이 인식하고 최선을 다하고는 있습니다만, 부족함이 너무 많죠. 인간의 성장기로 본다면 유아기, 청소년기도 없이 속이 텅텅빈 어른이 된 저를 이렇게 다듬어 주시는 대모님, 레지아 단장님, 부단장님을 비롯한 간부님들께 감사드리며 성모님의 군대의 일원으로서 열심히 배우면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늘 하는 기도이지만 특히 편하지 않은 일들로 고뇌가 있을 때 묵주를 들고 미친 듯이 기도를 합니다. 20단이 가까워질 때면 어느덧 마음이 편해져 있습니다. 내가 무슨 고뇌를 했지?
어떤 전문의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마음의 평정을 주실 수 있을까요?
또 하나 저는 운전할 때도 출발부터 묵주기도를 드립니다. 속도를 높이다가도 묵주기도가 안전속도를 지시합니다. 이렇듯 주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안식과 평안에 늘 감사하며 온전히 따르겠습니다.
성지순례에서의 또 한 번의 감동
그동안 여러 곳의 성지를 다녀왔지만 금년 6월 우리 레지아의 평의원 성지순례는 조금 특별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일 코스로는 장거리인 대구대교구 내 성지였습니다. 새벽 6시 이른 시간 출발이었지만 레지아 직속 평의원 90%에 가까운 인원이 함께했습니다. 이동시간은 4시간여 제일 먼저 도착한곳이 103위 성인 성 이윤일 요한 등 수많은 순교자의 현장, 사형터에 세운 관덕정 순교기념관으로 가서 지하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하고 순교자들의 삶을 묵상하였습니다.

이어서 경상도 최초의 본당이며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우뚝 솟은 아름다운 쌍탑의 성당이며, 현재 대구대교구 주교좌성당인 계산성당에서 아름다운 내부와 한복 입은 선교사를 새겨 넣은 스테인드글라스의 독특함을 감상하고, 성유스티노 신학교를 거쳐 성모당으로 갔습니다. 저 높은 곳에서 다정히 내려다보시는 성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말할 수 없는 마음의 동요가 일었습니다. 은혜롭고 자비로운 분, 지도자시며, 우리의 다정한 어머니 모습, 그 아름답고 온전한 모습, 그 모습을 우리 모두 닮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여겨졌습니다. 다음은 성직자 묘역 참배,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 성직자 묘지 문 양 옆에 붙어 있는 라틴말의 글귀를 보면서 결핵 환자들을 돌보다가 본인도 결핵으로 돌아가셨다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형님 김동환 가롤로 신부님 묘도 참배했습니다.
이 순례를 다녀오면서 어떻게 이 박해 속에서 견뎌냈을까 숙연한 마음으로 머리 숙여 다시 한 번 묵상하며 이 순교자들의 생애를 오래 기억하고 함께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제 풀어야할 과제들을 앞당기고자 늦둥이의 글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순명과 봉사와 겸손은 제 삶의 영원한 좌우명입니다. 주님을 믿고 그분 말씀에 순종하며 그분의 뜻을 온전히 실천하겠습니다.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용서하고 어려운 이웃을 내 몸처럼 보살피는 봉사와 사랑을 나누는 모범 신앙인이 될 것을 약속합니다. 그동안 개인적인 사정을 핑계로 제대로 못했던 봉사활동, 선교 활동, 성가정 만드는 일 등 그분과 함께 걷는 여정에 늘 함께 하겠습니다. 아멘.
<사진>
_ 2015년 7월1일 춘천 죽림동성당 천주의 성모 Pr. 레지오 선서(좌) 천주의 성모 Pr.단원들과 함께 성모의 밤(우)
_ 서울 무염시태 세나뚜스 연수
_ 대구 계산 주교좌성당 쌍탑 앞에서(좌) 춘천교구 여성연합회 어려운 본당 돕기 바자회 봉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