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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추계연맹전, 오랜 기다림 끝에 광신정보산업고교(이하 광신정산고)는 정상에 서며 17년간의 기나긴 무관의 세월을 끝마쳤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광신정산고는 다시 한 번 우승 도전에 나서고 있다. 믿음직한 에이스 이동엽과 청소년대표 김형준과 함께 말이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광신정산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광신정산고는 1930년, 협성실업학교라는 이름으로 농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협성실업은 창단당시부터 화려한 위용을 뽐내며 YMCA 주최 대회에서 3연패를 거두는 등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이후 1940년 현재의 교명인 광신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고, 정주현, 김선기와 같은 농구인들을 배출하는 등 두드러진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진정한 광신정산고의 전성기는 1960년이었다. 신현수와 진가일 등이 활약을 하면서부터 고교무대 강자로 군림하게 된 것. 1960년, 광신정산고는 일본원정에서 8전 6승 1무 1패의 성적을 올렸고, 일본 삼조고교 초청경기에서는 서울의 모든 팀들이 패배하였지만 유일하게 승리를 거두는 기록도 남겼다. 이후 이원우, 김현준, 김국진 등이 활약을 하던 70년대 후반 다시 한번 고교 정상에 섰으며, 문경은과 전수훈, 정진영 등이 선배들의 대를 이어 광신정산고를 드높였다. 문경은 시대가 막을 내린 후 한동안 조용한 행보를 보이던 광신정산고가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이었다. 양승성, 유성호, 김건우, 이동하 등을 앞세워 2006년 고대총장배 대회와 2007년 추계연맹전에서 준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그리고 2008년, 이영준 코치가 부임과 동시에 광신정산고는 마침내 18년간 지속됐던 무관의 설움을 씻는데 성공한다. 2008년 9월에 열린 제38회 추계연맹전에서 박경상의 마산고를 87-70으로 꺾고 우승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광신정산고는 최근 많은 중학교 선수들에게 각광받는 학교로 자리잡았으며, 또 다른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팀을 바꾼 이영준 코치
이영준 코치가 광신정산고를 맡게 되었을 때만 해도 그의 지도력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도자 경력이 짧았을 뿐 아니라, 1977년생으로 나이도 젊은 편이라 명문 광신정산고를 맡기에는 부적합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영준 코치가 부임한 이래 팀은 하루가 다르게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당시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재빨리 수습한 이 코치는 선수 개개인별의 수준을 맞춘 훈련으로 선수들의 기량향상을 도모했다. 그리고 2년여가 다 되어 가는 지금, 그는 그 투자의 결실을 맺고 있는 듯 하다. 이처럼 이 코치가 선수지도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광신정산고의 오랜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장덕영 교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덕영 교감은 코치와 감독직을 오랫동안 역임하다 올 시즌 초반 교감으로 승진하면서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지만, 언제든 팀에서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발 벗고 지원에 나서는 광신정산고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와도 같다. 특히 이영준 코치에게는 선배 지도자로서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고, 선수들에게는 자상한 어머니와 같은 모습을 보여줘 이영준 코치의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워주었다. 시즌 첫 4강에 올라선 협회장기대회에서도 장덕영 교감은 경기장 한편에서 묵묵히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기도 했다.
‘이동엽 중심’ 새 시대를 맞다
광신정산고는 2009년 유망주 이동엽이 입학하면서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이동엽은 용산중 시절 에이스로 활약하며 중학교 랭킹 1위에 오를 정도로 모든 부문에서 탁월한 능력을 과시했던 선수다. 특히 원 스텝 이후 점프 슛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정도의 정확도를 자랑하며, 포워드로서는 보기 드물게 날카로운 패스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일각에서는 그를 두고 ‘포인트포워드’라 칭할 정도다. 다만 외곽슛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약점이지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 190cm의 김형준은 이동엽에게 최고의 파트너다. 그는 현재 고교무대 슈터 중 단연 탑 클래스다. 오픈찬스는 결코 놓치지 않는다. 인사이드에서는 임종혁이 두 선수를 서포트하고 있다. 중학생 때부터 큰 신장 덕분에 지도자들로부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그는 고교진학 후 부족했던 체력을 키우면서 ‘완성형’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협회장기에서 보여진 이동엽과의 픽-앤-롤 플레이는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다만 볼을 잡는 동작이 부드럽지 못한 부분은 앞으로 임종혁이 보완해야 할 점이다.
이승환과 김병석, 김영현도 팀의 핵심멤버다. 최고학년인 이승현은 볼 컨트롤 능력이 팀에서 가장 좋은 선수다. 공격 전개가 다소 미흡하다는 평도 있지만, 워낙 빠르고 드리블이 좋아 안정된 공격루트를 제공한다. 김병석은 화려하진 않지만 수비와 궂은일에 능하다. 외곽슛도 장기 중 하나로, 공격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가담해준다면 광신정산고의 주전라인업은 더욱 힘을 얻게 될 전망이다. 김영현은 팀내 핵심 식스맨이다. 힘이 좋은 포워드로, 센터 임종혁을 백업하고 있다. 간간이 던지는 외곽슛도 놀라운 수준이다. 또, 이들 외에도 단신이지만 세트 오펜스 운영이 뛰어난 오승훈과 아직은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한철진 정도가 광신정산고의 전력이라 할 수 있으며, 올 시즌 보다는 내년 시즌을 더욱 기대케 하고 있다.
2010년은 광신정산고의 도약의 해
광신정산고는 이미 춘계연맹전과 협회장기대회를 통해 그들의 눈높이가 ‘정상’에 맞춰져있음을 천명했다. 비록 협회장기 준결승에서 안양고에 무릎을 꿇었지만, 대회내내 보여준 그들의 모습이라면 그들의 꿈은 조만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팀의 주축 모두가 2학년이다. 필자가 앞서 올 시즌보다는 내년을 더 기대케 한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히 손발을 맞춰 멤버 전원이 상승세를 타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 그들의 약점 중 하나인 벤치전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전에 비해 벤치 전력이 약하고, 위기상황대처 역시 우려대상 중 하나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격언이 있다. 당장 실패할지라도 두려워하지 말며, 정상을 향해 전진을 거듭해 나간다면 광신정산고의 영예로웠던 과거를 되찾을 날이 분명 다가올 것이다. 故김현준을 시작으로 문경은으로 이어졌던 한국 포워드의 계보를 이제는 이동엽·김형준이 이을 날도 기대해보자.
글 한필상 기자 사진 문복주, 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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