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구간(순천(상림사거리)-벌교-고흥-완도)-넷째 날(4월 27일 월요일. 맑음)
6시에 금일도로 가는 배를 타려고 5시부터 서둘러 여객선 터미널로 왔다. 금일도에서 다시 조약도의 당목항으로 가야한다. 그래서 금일도에서 배를 갈아타는 방법을 물었더니 6시 반에 당목항으로 바로 가는 배가 있단다. 아이고, 다행이다. 표를 바꾸어 당목행 배를 탔다. 승객은 차를 갖고 가는 젊은 사내 한 사람, 30대 부부와 아들 그리고 우리 내외 등 6명이 전부다. 이렇게 큰 배에 고작 6명이라니... 그러나 젊은 사내가 금당도에서 내리고 곧 이어 젊은 부부와 아들이 신도에서 내리고 나니 승객은 우리 내외뿐이다. 이거야 원. 완전히 배를 전세낸 셈이다. 남해에서 여수로 올 때도 우리 내외만 태우고 오더니 또 그 꼴이다.
'오나시스가 부럽지 않네.' 오랜만에 아내가 우스개소리를 한다.
젊은 부부가 내리는 신도를 자세히 보니 30여호도 채 안 되는 아주 작은 섬이다. 조타실로 올라가 선장에게 이렇게 손님이 없어서 어떻게 운영이 되는가고 물었더니 오늘은 그래도 많은 편이란다. 앞에 내린 부부와 어린 아들만 타고 오는 경우도 많단다. 저들 부부는 금일초교 신도분교의 교사들이란다. 그래서 주말은 녹동에서 지내고 매 월요일에 다시 신도로 들어간단다. 오늘이 마침 월요일이라서 배가 출항을 했다며 날 보고 운이 좋단다. 저들 부부가 타지 않는 평일에는 손님이 없어서 금일도만 운항하고 당목항은 결항한단다. 그렇다고 겨우 세 사람때문에 이렇게 큰 배를 운행하다니 참 좋은 세상이다.
선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당목항에서 상정으로 걸어가서 신지도의 송곡으로 다시 배를 타고 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그럼 처음부터 신지도로 표를 끊지 그랬느냔다. 무슨 소리? 아이고, 이 배의 목적지는 신지도의 방죽포항이란다. 오늘은 손님이 없어서 당목항에 우리 내외를 내려주고 그냥 돌아갈 에정이었는데 우리가 원한다면 신지도까지 데려다 주겠단다. 아이고, 이렇게 고마울 데가... 그래서 추가요금 일인당 2천6백 원을 내고 신지도로 직행했다. 예정에는 조약도의 당목항에서 고금도의 상정항까지 걸을 예정이었지만 대신 신지도를 종주하게 되었다. 거리도 약간 가까워서 시간이 많이 절약되겠다. 드디어 8:40, 신지도의 방죽포항에 도착했다. 선장에게 정중히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배에서 내린다.
해안가에 톳(해초)을 다듬는 할머니들에게 길을 물었더니 옆에 앉았던 할머니가 '이쁜 사람 놔두고 왜 딴 사람에게 길을 묻소.'하고 농을 건다. 그래서 이뿐 할머니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요즘 완도에는 개도 10만 원짜리 수표를 물고 다닌다는데 어떼?' 심재구의 싱거운 메시지다.
'개가 수표를 물고 다닌다고? 왜?'
'김 나오는 철에는 돈이 그렇게 흔하데.'
이뿐 할머니 말로는 동고해수욕장에 가면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겁나게' 많다고 하더니 막상 동고해수욕장의 식당들은 개점 휴업상태로 모두 문을 닫았다. 9시가 넘으니 시장하다. 다행히 꼭 한 곳 태연가든에서 식사가 된단다. 그래서 백반으로 간신히 요기를 할 수 있었다. 아침을 먹고나니 너무 일찍 일어난 탓에 졸립다.
최병은에게 전화로 아침에 만난 신도분교 교사부부를 만난 얘기며 그 덕에 배를 탄 얘기를 하다보니 섬의 어린이가 몇이나 되는지 더욱 궁금해진다. 혹시 교사와 학생이 1:1 교육을 하는 건 아닐까? 114에서 전화번호를 알라 신지분교에 전화를 걸었더니 아침에 만난 부인교사가 나온다. 배에서 만났던 사람이라고 했더니 금세 알아차린다. 선장에게서 교사부부라는 얘기를 들어다며 궁금한 점을 물었더니 선선히 대답해준다. 그들은 이승조(38) 교사부부와 아들 철기 군(8) 가족이다. 신지섬의 주민은 50명 정도이고 학생은 제 아들 포함해서 다섯이란다. 야, 우리나라의 교육수준도 대단하다. 단 네 명의 낙도 어린이를 위해서 두 명의 교사가 파견된 셈이다. 좋은 세상이다.
'미소는 세상을 바꾸는 마술이래요. 그 최고의 마술은 바로 원장님의 미소.*^0^*' 지반공학회의 양윤희 과장이다. 이건 좀 과한 알랑방귀 아닌가?
'정말 그렇게 생각해? 고마워.'
'그럼요. 원장님, 날씨가 쌀쌀해요. 감기 조심하시고요. 식사는 맛 있는 것으로만 드세요.' 이렇게 생각을 해주는 젊은 여자가 있다니 행복하지 않은가?
'뺨이라도 한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야.' 박제건은 너무도 믿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정한 돈을 받었다는 사실과 미국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는 줄 만 알았던 노무현의 아들이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실망이 대단한 모양이다. 역사상 개혁을 부르짓던 사람치고 무사했던 사람이 있었던가? 좀 더 청교도적인 생활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노무현이 너무 어리석었다.
신지섬의 해안가는 정말 평화롭고 아름답다. 신지면이 자랑하는 명사십리 해수욕장도 깨끗하고 아름답다. 조선대학의 해양생물 연구원이 보이고 고려대에서도 곧 이 곳에 수련원을 지을 예정이란다. 여름에는 얼마나 복잡할까? 여기 정도면 그리 사람이 많지는 않을 테지. 명사십리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인가보다. 이곳 완도의 평일도에도 명사십리가 또 있으니 말이다. 날씨가 맑지만 바람이 조금 분다. 그래서 덧 옷을 입었다 멋었다는 반복한다. 신지대교를 지날 땐 어찌나 바람이 센지 몸을 가눌 수가 없을 정도다. 모자를 벗어 들었지만 안경이 날아갈 지경이다.
완도는 최경주의 고향이다. 그래서 완도 해변에 최경주 공원이 있다. 최정범 회장은 기술사 교육 받기가 어렵다고 엄살이다. 교육은 아무나 받나? 아마 좀이 쑤시고 졸립고 엉덩이도 아프겠지. 최경주에게서 골프 한 수 배우고 올라갈 예정이라고 약을 올렸더니 꼭 한 수만 배우란다. 더 배우면 반칙이라나? 5시에 모텔에 들었다. 오늘은 일찍 쉬어야 겠다.(모텔에서 컴퓨터 인터넷이 말썽을 부려 방을 바꿔달랬더니 아내가 샤워를 해서 곤란하단다. 앞으로는 무조건 컴퓨터부터 첵크해야겠다.)
※시애틀모텔/최경주 공원 앞/061-555-5500
오늘 걸은 길 : 녹동항---신지도 방죽포항-동고해수욕장-명사십리-신지대교-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