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한 가지 검사만으로도 암을 다 찾아낼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아직 이러한 검사법은 없다. 이 때문에 암 진단에 있어 여러 가지 검사법이 사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영상의학적인 검사법은 필수 검사법의 하나. 암 검진에 주로 사용되는 영상의학 검사법에는 단순촬영법, 투시검사법, X-선 촬영, 초음파,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이 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의사들은 이러한 영상 사진을 척 보기만 해도 암이 어디에 있는지,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지만 일반인들의 눈에는 그저 내 몸을 찍은 한 장의 흑백 사진에 불과하다. 암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영상 검사 방법별 차이점과 사진 판독법에 관한 몇 가지 기본적인 사항들을 소개한다.
단순촬영법은 방사선을 사용하여 방사선이 몸을 투과하면서 만드는 음영을 보고 이상소견을 찾아내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방법이다. 단순촬영법의 특징은 간단하고 검사시간이 짧으며, 인체에 전혀 고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 부위는 흉부(가슴부위)촬영으로 흉부단순촬영에서는 폐 조직뿐만 아니라 심장, 폐혈관, 대동맥, 종격동, 횡격막, 뼈, 연조직까지 관찰할 수 있다.
[사진1] 정상 흉부의 단순촬영사진이다. 양측 가슴에 까맣게 보이는 두 큰 주머니가 바로 폐다. 실제로 사람들은 폐의 위치와 크기를 잘 가늠하지 못하지만 폐는 저렇게 쇄골 아래에서부터 갈비뼈 아래까지 크게 자리잡고 있다. 갈비뼈를 사이에 두고 좌측으로 세모처럼 나와 있는 것이 바로 심장이다. 심장의 크기와 모양을 보고 심장병의 유부를 짐작할 수도 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상 폐는 공기가 차 있기 때문에 혈관과 기관지 이외에 다른 음영이 관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폐에 이상이 생기면 [사진2]의 빨간 표시 부분처럼 하얀색 음영으로 나타나게 된다.
[사진2] 좌측 폐 하부 심장 뒤쪽에 하얀 혹이 보인다. 폐암으로 진단되었다.
[사진3] 또 다른 예로 우측 폐 상부에 정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뿌연 음영이 관찰된다. 이 또한 폐암으로 진단되었다.
이렇게 단순촬영법만으로도 알 수 있는 질환이 많이 있다. 다만, 혹이 매우 작거나 또는 혹이 주변의 갈비뼈, 심장, 혈관 등에 가려지면 단순촬영법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전산화단층촬영술(CT)도 사용되지만, 너무 잦은 CT사용은 방사선 노출에 따라 인체에 해를 입힐 수도 있으므로 해마다 시행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단순촬영법 정도의 적은 방사선량을 사용하는 저선량 흉부CT도 개발되어 폐암 검진에 쓰이고 있다.
[사진4] 저선량 흉부 CT사진이다. 사진 3과 동일인이다. 폐의 모습이 절단면으로 보이며 우측 끝으로 종양을 확인할 수 있다. 주로 흡연력이 있거나 폐암의 고위험군 등에서 저선량 흉부 CT가 사용된다.
[사진5] 단순흉부촬영법으로 심장질환을 알 수도 있다. 이 영상 사진은 대동맥 판막 역류증으로 대동맥이 늘어나고 심장이 비대해져 있는 모습이 X-선 사진상 나타난다.
투시검사는 방사선을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내부장기를 관찰하는 것으로 장기의 내부를 관찰하기 위해 장기 내부를 잘 드러나게 하는 조영제(위, 장, 혈관 등의 모습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한 약물)를 먹거나 주입한 후 X-선 영상검사기기로 영화를 보듯 실시간으로 장기의 모양과 움직임을 관찰하는 검사법이다. 주로 위장, 대장의 이중조영검사 시에 유용하다. 최근에는 위장이나 대장은 내시경검사로 많이 대체되었으나 소장은 장의 길이가 매우 길어서 내시경이 소장전체를 다 관찰할 수 없으므로 아직도 투시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사진6] 상부위장관에 조영술을 실시한 사진으로 위암으로 진단되었다.
[사진7] 소장조영술 모습이다. 소장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유방촬영술은 유방을 검사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간단하고 필수적인 검사로 미국 식약청(FDA)에서 일반인에게 유방검진방법으로 유일하게 승인받은 방법이다.
유방촬영술은 유방을 납작하게 누른 상태로 방사선을 투과시켜 영상을 얻는다. 이때 유방을 잘 펴서 꽉 누를수록 방사선량도 줄일 수 있고 영상도 좋아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한쪽 유방을 상하로 누른 후 찍고 좌우로 누른 후 찍어서 한쪽 유방에 두 번씩 촬영하게 된다. 촬영 시 압박으로 인해 유방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 때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리가 끝난 후부터 배란 전 사이에 검사를 시행하면 통증을 훨씬 줄일 수 있다. 폐경 후,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유방조직이 줄어들고 점차 지방이 많아지면서 유방에 생긴 혹이 잘 보이게 된다.
유방촬영술은 해상도가 매우 높아서 유방조직에 생긴 미세석회화를 찾아내는 데도 효과적이다. 유방암의 경우 반 이상이 미세석회화를 동반하므로, 유방촬영술은 검진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방사선을 사용하는 검사이고, 우리나라의 유방암 발생률은 40대가 가장 높으므로 특별히 가족력이 있거나 고위험군이 아닐 때는 40세 이후부터 시행할 것을 권한다.
[사진8] 정상유방을 찍은 사진이다. 유선 등의 유방 조직이 잘 관찰된다.
[사진9] 유방암으로 유두 상단에 종양이 발생했다.
[사진10] 유방석회화 사진으로 유방 중심에 점점이 보이는 불투명한 점들이 미세석회화 모습이다.
초음파검사는 인체에 무해한 음파를 몸에 가하여 인체의 각 조직을 통과하는 속도에 차이가 있는 점을 이용하여 되돌아오는 반향파를 영상으로 만드는 기법이다. 따라서 방사선과는 달리 인체에 무해하고 손쉽게 여러 장기를 즉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즘은 초음파가 제 2의 청진기로 불리울 정도로 인체 여러 장기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초음파의 단점은 공기와 뼈를 통과할 수 없어서 공기가 차 있는 장기, 즉 폐와 위, 장과 뼈 등은 볼 수 없으며 이러한 장기의 뒤쪽은 초음파검사의 어려움이 따른다.
초음파검사를 할 때 젤리와 같은 액체물질을 피부에 바르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초음파 탐촉자와 피부 사이의 공기를 없애기 위함이다. 초음파 검사가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장기는 유방, 갑상선, 임신 중 태아초음파, 소아의 검사, 간, 담낭, 신장 등의 복부장기, 자궁, 난소, 전립선, 방광 등의 골반장기, 관절, 경부동맥, 복부대동맥, 심장 등이다. 초음파검사를 이용하면 각 장기의 형태적 변화를 볼 수 있고 종양발생 여부와 종양이 물혹인지 고형종괴인지도 구별이 가능하다. 필요할 때는 초음파를 보면서 조직검사를 시행할 수도 있다.
[사진11]간 초음파 - 지방간이 관찰된다. 정상 간은 신장과 비교해 비슷하게 검게 보여야 하는데 지방간이 되면 하얗게 변한다. 차이가 심할수록 지방간의 정도가 심한 것이다.
[사진12] 간 초음파 – 간의 중앙부에 원형의 검은 혹이 보인다. 간암으로 진단되었다.
[사진13] 유방 초음파 – 물혹 모습이다. 물혹은 경계가 선명하고 내부가 까맣게 보이며 혹의 뒷면(화살표)이 하얗게 보인다.
[사진14] 유방 초음파 – 유방암이다. 물혹과 달리 경계가 불규칙하여 선명하지 않고 주변으로 파고 들어가는 모습이 관찰된다. 내부도 깨끗하게 보이지 않는다.
CT는 방사선을 사용하여 전신을 단층으로 촬영하고 이를 컴퓨터로 재구성하여 단면영상을 얻게 된다. 또한 이런 단면영상을 모아 3차원적으로 영상을 재구성할 수도 있다.
[사진15] 정상 심장관상동맥으로 CT의 단면영상들을 모아서 3차원적으로 재구성한 사진이다.
몸의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장기의 해부학적 모양과 이상소견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상조직과 병변을 더 잘 구별하기 위해 조영제를 정맥으로 주사하거나 장과 주변장기를 잘 구분하기 위해 조영제를 마시고 촬영하기도 한다. 조영제를 사용할 경우 금식이 필요하고 간혹 조영제에 의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사진16] 간암, 조영제를 주입해 혈관들이 하얗게 보인다. 화살표로 표시한 얼룩덜룩한 혹이 간암이다.
방사선을 사용하는 검사이므로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방사선 노출의 피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시행하는 것이 좋다. 검진에 CT를 사용하는 경우는 발병위험이 높은 질환이 있을 때만 사용하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작은 폐암을 찾는데는 저선량 흉부CT가 유용하다.
[사진17] 저선량 흉부CT사진으로 폐에 있는 작은 혹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만성간염이나 간경화가 있는 사람에게서 조기 간암을 찾기 위해서도 유용하며, 췌장이나 신장의 종양, 심장관상동맥질환, 뇌종양이나 뇌혈관질환 등을 찾는데도 CT가 실용적이다.
MRI는 자기장을 발생하는 초전도 자석과 라디오 고주파를 사용하여 인체의 수소원자 핵의 반응으로 나오는 신호를 컴퓨터로 영상화하는 검사이다. 인체의 단면 영상 및 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해서 볼 수 있으며 조직 간의 대조도가 좋아서 뇌실질, 유방, 근육 같은 연부조직에서 이상소견을 구별하는데 좋다.
[사진18] 뇌종양 MRI - 뇌의 회백질(뇌 주름을 따라 어둡게 보이는 부분-파란 화살표)과 백질(뇌 주름을 따라 안쪽으로 희게 보이는 부분-빨간 화살표)이 구별되며, 회백질부분에 생긴 뇌 속 종양(빨간 원)이 선명하게 보인다.
따라서 두경부, 유방, 척추 관절, 심혈관, 간, 췌장, 신장, 자궁 난소질환의 진단에 유용하다. 또한 전신의 혈관상태도 3차원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사진19] 뇌혈관 MRI - 검진에서 뇌 동맥류가 우연히 발견된 모습. 머리 속의 시한폭탄으로 갑자기 터지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MRI검사는 인체에 무해하며 통증이나 부작용이 거의 없으나 조영제를 주사할 경우 신장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미리 체크해야 한다. MRI는 장기의 형태적 변화뿐 아니라, 생화학적, 생리학적 변화를 측정하여 기능적 이상도 검사할 수 있는 기기로 초기 뇌경색, 치매, 뇌기능장애, 각종 종양의 특성 분석 등 최근 여러 가지 기능적 이상의 진단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