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야기 : 다시 쓰는 유레카
(1부. 우주 / 10장. 생명자)
100. 진화 -프로그래머의 의지
『의지는 외부에서 오는 힘이다』라는 전제는 나의 철학적 논증의 가장 중요한 핵심 사항 중 하나이다.
이는 과학의 미스터리 뿐 아니라 종교의 신비도 풀 수 있는 열쇠이다.
생명 현상에 대한 모든 재료와 원인은 외부에서 오는 의지의 역할이다. 지구에 있었던 5번의 대멸종 이후에는 생명체의 다양한 변화와 진화가 이루어졌다. 그것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다양한 생물을 변종시킨 프로그래머의 창조의지라고 보아야 타당하다.
6500만 년 전의 소행성 충돌은 공룡을 비롯한 많은 지구 생명체를 멸종시켰지만, 이 후의 진화 메커니즘은 식물은 속씨식물, 동물은 조류와 포유류의 번성을 가져왔고 번성한 포유류의 끝자락에 위치한 인류가 지구의 역사에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분석을 해보자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 것은 거시 우주의 결정성에 의해 아주 오래 전 부터 정해져 있었던 일이다. 우주에는 지구 궤도와 소행성의 궤도를 막을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다. 그러나 이로 인한 지구생태계의 대멸종 이 후 짧은 시간에 진화는 폭발적으로 일어나 신속하게 지구를 지배하는 생물군을 교체하고 지구를 다시 생명의 별로 만든 것은 프로그래머의 각고의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그 노력이 진화와 창조의 메커니즘이다.
그리고 그의 노력으로 창조되고 진화한 인류는 드디어 6500만 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지구와 충돌할 소행성의 진로를 바꾸거나 파괴해 지구생명체와 지구를 보호 할 정도로 진화하였다.
인간!
지구상의 유일한 지적생명체인 인간의 진화는 우연한 발생이 아니라 생명이 살 수 있는 소중한 행성, 어쩌면 우리 은하와 전 우주를 통틀어 생명이 번성할 수 있는 유일한 행성, 혹은 유일하지는 않더라도 아주아주 드문 것 만은 확실한 행성인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프로그래머의 각별한 의지가 담긴 창조의 총아일 것이다. 인간은 확실히 다른 생명체와는 구별되는 특수한 요소들이 너무 많다. 그 중 하나가 형이상학적인 사고이며 진선미(眞善美)의 구분이다. 옳음과 그름,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을 구분하는 것은 단순한 생명체의 요소가 아니라 신(神)적인 요소이다. 하느님이 자기와 닮은 인간을 창조했다는 창세기의 설화는 이런 의미에서 흥미롭다. 겉모습은 모르겠지만 철학에서 본유관념이라 표현하고, 우리가 흔히 양심이라 부르는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신(神)적인 요소는 인간이 프로그래머의 특별한 역작임에 틀림없다는 증거이다.
요즘 새로 나온 베르나르의 소설 '제3의 인류'는 지구 가이아를 살아있는 것으로 전제하여 가이아가 지구를 보호해줄 인간과 생명체와 끊임없이 소통하려하고 진화시키려하는 내용이다. 소설처럼 지구 자체가 살아있는 의지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이지만 우리의 프로그래머는 지구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 중 하나가 프로그래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인간의 창조이지만 인류는 오히려 지구와 생명을 파괴하는 바이러스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그래도 소설의 가이아처럼 프로그래머의 의지는 끊임없이 인간에게 전해질 것이다.
나의 철학에서는 하느님을 프로그래머라고 하듯이, 영혼도 생명자로 바꾸어 말하도록 하겠다. 이는 언어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 때문에 자칫 나의 철학에서 말하고자 하는 본질의 의미가 왜곡되거나 흩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혼은 통상 사람에게만 한정되지만, 생명자는 모든 생명의 의지체이다.
우리 우주에서 의지는 프로그래머의 관념이다. 컴퓨터 게임처럼 게임의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은 게임 외부에 있는 게이머의 작용이다. 그러나 우리 의지는 외부에서 작용하는 프로그래머의 관념이지만 컴퓨터 게임처럼 우리를 프로그래머가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부분은 다음 단원인 [생명]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혹시 의지나 영혼의 존재 자체를 의심할 수도 있다. 영혼, 신 등 이런 초감각적이며 관념적인 사고는 비과학적이라는 유물론적 사고관의 영향일 수도 있고, 기성 종교에 대한 실망으로 인한 의도적 회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과학적이지도 철학적이지도 않다. 우리 우주는 물질계에 대해서 닫혀있다. 물질계는 입자와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고, 이 둘만의 합성으로는 생명의 생성과 활동을 설명 할 수 없다. 이미 여러 번 분석하여 말하였듯이 물질계는 거시계의 결정성과 미시계의 확률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둘의 합으로 생명이 가지는 의지를 도출 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바이러스로 시작하여 단세포생물, 다세포생물로 진화하고, 동물과 식물의 균형으로 태양에너지만으로 지구 자체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일은 우연히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생명체의 진화는 프로그래머와 그 프로그래머의 의지를 따르는 생명자가 존재한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