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일 금요일
수비리에서 빰쁠로나까지
수비리의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배낭을 챙겼다. 8시20분쯤 출발하는데 한국인 가이드가 "선생님에게 한시간 마다 사탕을 드리고 지켜보세요."라고 말해준다. 참 고맙다.
오늘은 바오로씨가 몸을 꽂꽂이 세우고 경쾌하게 잘 걷는다. Arga 강을 따라 걸어가면서 전망 좋은 곳에 앉아 쉬면서 챙겨온 간식을 먹었다. 바오로씨가 기내에서 가져온 쌈장이 정말 맛있다. 전자레인지용 그릇에 뜨거운 물을 붓고 커피를 타서 숭늉 마시듯 돌아가며 마셨다.
수리아인의 유명한 깡통 로봇이 있는 bar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가자고 했더니 아직 11시이고 조금 전에 간식을 먹었으니 더음 마을에 가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6유로를 주고 바나나 6개를 사서 등에 지고 다음 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파란 밀밭이 넓게 펼쳐져있다.
다음 마을에 bar가 없다. 그 다음 마을에도...
아뿔싸 수르아인 깡통로봇 bar에서 식사를 하고 왔어야 했구나. 바나나 하나씩 먹고 까미노 길을 계속 걸었다.
산을 하나 넘었다. 그리고 푸드 트럭에서 생오렌지쥬스 한잔씩 사서 마셨다. 한국인 두분이 앉아 계셨는데, 에너지바 하나를 건네면서 "빵을 나눠드릴 수 없어 미안해요." 라고 한다. 체칠리아씨는 에너지바를 받아 "오라버니 드세요. 오라버니가 오늘은 몸을 꽂꽂이 하고 걸으니 마음이 놓여요."하고 바오로씨를 챙겨준다.
다리를 건너 삼위일체 성당에 들러 조배를 드리고 빰쁠로나를 향해 도시의 아스팔트길을 걸었다. 바오로씨는 연리지에 반해서 사진을 찍느라 꾸물거린다. 벌써 2시다. 빰쁠로나에 있는 숙소까지는 4km의 거리를 더 걸어야한다. 숙소를 예약하기는 했지만 돈을 지불하지 않아서 3시가 넘으면 혹시나 다른 순례자에게 침대를 줘버리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어 빰쁠로나로 들어가는 성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바오로싸가 휴대폰으로 길 찾기를 해서 우리를 숙소까지 잘 안내를 했다. 숙소에서 침대를 배정 받고 샤워를 한 후 30분 거리에 있는 중국인이 경영하는 'wok'으로 걸어갔다.
발가락에 물집이 생긴 것 같다. 발이 아프가는 하지만 바오로싸가 신나게 안내를 하고 있으니 마음 든든하다.
세가지 요리를 주문해서 부페식으로 조금씩 덜어먹었다. 마른 빵과 과일 만으로 5일간 버티다가 우리 입에 맞는 요리를 먹으니 여행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Wok 주인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했지만, 택시 번호를 모른다고 한다. 발가락은 아팠지만 30분 걷기로 했다.
숙소가 빰쁠로나 대성당 가까이 있다. 바오로씨는 침대로 들어가고 체칠리아씨와 함께 장보러 나갔다.
감자 오이 당근 자두 사과 배 달걀 그리고 맥주 한캔을 13유로에 샀다. Wak에서 먹은 요리가 1인당 13유로인데, 13유로로 장을보니 3사람 아침 식사가 해결된다.
내일은 빰쁠로나에서 연박하기로 했기에, 우라숙소 가까이 있는 'Albergu Jesus et Maria' 공립 알베르게에 가 보았다. 침대114개, 부엌에서 한국 소방대원 젊은이
들이 라면을 끓이고 있다. 내일 숙소로 찜했다.
숙소로 돌아와 체칠리아씨와 함께 맥주 한잔씩 마시고 꿈나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