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도처에 나타날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2013. 5. 12. (일) - 제1회 포항시장배 전국철인3종대회 참가
어머니
부산으로 돌아오는 차 뒷좌석에서 어머니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새근새근 잠들어 계셨지요
"오빠 돌아가시기 전에 한번 포항 가봐야겠다"
고 했을 때 저는 포항철인대회가 생각났었습니다.
제가 모시고 가겠다고 하니 표정관리 안되는 어머니 얼굴은 환하게 밝아지셨지요 ^^
어머니
어머니는 '선수보호'라는 것도 모르나 봅니다.
죽도시장에서 사드린 자연산회를 별로 드시지도 않더니
외삼촌댁에 와서는 새벽까지 외삼촌, 숙모님들과 노시면서 다음날 경기에 참가할 우수선수의 숙면을 방해^^하시더군요
곧 돌아가실 줄 알았던 외삼촌의 병세가 많이 완화되신게 그렇게 기쁘셨나 봅니다. ^^
어머니
저는 이제 수영을 출발하려합니다. ^^
수영출발 전이 가장 긴장되는 시간입니다.
몸싸움이 심하고 호흡을 잃게 되면 죽음의 공포까지도 느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포항북부해수욕장은 수영하기에는 아주 적절한 장소였습니다.
물이 맑고, 수심이 얕으며, 파도도 없었습니다.
저는 물고기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영일만 바다를 마냥 헤엄쳤습니다만 기록은 별로 좋지가 않았습니다. ^^
어머니
겨울. 다섯 식구가 제대로 발을 뻗고 잘수도 없는 단칸방에 사는 딸의 모습이 너무 기가 막혀서 눈물흘리시던
어머니의 어머니, 저에게는 외할머니께서 더 이상 이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을 때 방 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 숨죽여 눈물 흘리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어머니
저는 사이클을 출발하려 합니다.
부족한 훈련량에 비해서 수월하게 수영을 마쳤습니다.
바꿈터에서 침착하게 사이클 준비를 마쳤고, 두근거리는 심장과 두 다리고 포항의 이름 모를 거리를 질주할 것입니다.
두 다리에서 느껴지는 근육의 긴장감, 터질 것 같은 심장의 박동이 느껴집니다.
어머니
저는 어머니가 신인 줄 알았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버텨내셨고, 감정도 없는 것만 같았고, 어떤 모진 일도 해내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머니도 누군가의 딸이었고, 누군가의 어여쁜 여동생이었고, 누군가의 누나였고........
그리고 소녀였고, 처녀였고, 어여쁜 신부였었습니다.
그리고는 우리 4남매의 어머니가 되셨던 게지요
어머니
저는 이제 마지막 마라톤을 시작하려 합니다.
몇개의 언덕과 맞바람이 사이클 경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것을 저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달리기의 시작은 고통스럽습니다.
이른바 근 전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서 입니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그렇듯 그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근전환이 완료되면 편안함으로 다가옵니다.
겨우내 수영이나 사이클은 소홀했지만 마라톤은 조금씩 꾸준하게 해온터라 앞 선수들을 따면서
잘 달리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어머니
경주철인클럽의 여자선수가 울산남구 듀애슬런대회에서도 막판에 저를 따더니
오늘도 저를 따고 가는 것입니다.
따인 저는 5분 가량은 이 악물고 그 여자선수를 따라갔지만 곧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ㅠㅠ
그 여자선수 1등 했더군요 ^^
어머니
그 혹독한 세월 잘 견뎌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어머니
저는 이제 골인합니다. ^^
2시간 30여분 남짓의 고통이 끝납니다.
이 고통이 끝난 후의 휴식이 얼마나 달콤한지 모릅니다.
그 휴식 중에 마시는 막걸리는 세상 어느 술보다 맛있습니다.
종교에서 말하는 생명수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어머니
궁금하시지는 않겠지만 제 기록은 2시간 33분입니다. ^^
어머니
우리에게 너무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어느덧 봄이 왔습니다.
그 계절이 지나가는 바다를, 도로 위를, 길들을 저는 헤엄치고, 페달링하며,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당신은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
2013. 5. 13. (월)
아침 : 이것저것 섞어서 몸풀기 1시간
저녁 : 산삼주와 옻닭 - 도도스 클럽
순상형님이 6시가 다 되어서 갑자기 번개를 날리셨다.
심마니 형님이 주말에 장뇌삼 아닌 제대로된 진짜 산삼을 대거 캐신 모양이다.
그걸 갈아서 소주 20병에 넣어놓았고, 옻닭도 푹 고우고 있다.
술이라기보다 보약이라고 해야하나?
술술술 넘어간다. ^^ 그럼 술인가?
포항 뒤풀이, 신안대회 앞풀이가 잘 풀리고 있다 ^^
산삼~~ 먹고 나서라도 알자 ~~
산삼은 산에 자연적으로 나는 인삼(人蔘)으로, 적응증이나 효용은 인삼과 비슷하나 약효과가 월등하다. 맛은 달고 약간 쓰며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비 ·폐경에 들어가며 원기를 많이 보하여 주고 보비익폐(補裨益肺), 생진지갈(生津止渴), 안신증지(安神增智)한다. 기허욕탈(氣虛欲脫)이나 피를 많이 흘린 후나 토하고 설사를 많이 하고 혹은 비기부족으로 권태감이나 무력감, 식욕부진, 상복부 팽만감, 더부룩하고 토하고 설사하거나 혹은 폐기가 약하여 숨쉬기가 가쁘고 행동에 힘이 없고 동측기천(動則氣喘)을 치료하거나 진액이 상하여 입에 갈증이 있을 때 사용한다.
2013. 5. 14. (화)
아침 : 평로라 40분
저녁 : 수영 50레인 뺑뺑이 28회(?) - 사직수영장 - 열혈 화자랑 ~~
민소매 슈트입고 실내수영장에서 해보았는데~ 부력의 차이를 확실하게 느낄수 있었다.
동호인 경기는 99% 슈트 의무 착용이므로 연습도 슈트입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화석님도 두어달 전 그랜드에서 보았을 때보다 자세나 속도가 일취월장해있다.
발전 속도가 아주 빠르다. ^^ 철인체질 ^^
끝나고 가야에 교장샘 잔차 갖다 드리고......
2013. 5. 15. (수)
아침 : 런 1시간, 약하게 - 헬쓰장 트레드밀
주말 경기의 근육피로가 두다리에 아직 많이 남아있어서 천천히 달려주었다.
저녁에는 마산 문상
직장 동기 모친상
첫 직장 함께 발령받아 친하게 지냈던 7명이 모여 창원, 마산에서 온 직원들과 인사도 하고, 술마시면서
밤 늦게까지 상가를 지키다가. 창원지검 앞으로 와서 한잔 더 하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창녕 시골집에 마늘 건조 도와주러 갔을 때 사람좋은 웃음으로 반겨주던 모습이 선한데......
사진 속의 친구 어머니는 그때 뵌 것 보다 너무 늙어 있었다.
위암으로 고생하시면서 찍은 사진인 모양이다. ㅠㅠ
2013. 5. 16. (목)
저녁에 신안대회 짐꾸리기 ^^
첫댓글 그리운 어머니는 왜그리 좋은지~~
아직도 무덤가에 가도 엄마가 살아있는거 같아요♥♥
어머니보다 엄마가 더 엄마에게 맞는 이름인 것 같습니다. ^^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네요. 글에서 나오는 진실과 열정이 어떤 작품보다 감동을 줍니다.
몇명이 읽고 지나가기에는 참으로 아까운 글 입니다 ^^
영훈님이 읽어 줬으면 천명 만명이 읽어 준거랑 같습니다. ^^
정말 가슴 뭉클한 대회후기 입니다. 영화철인이 워낙 효자라 자당께서 행복하시겠습니다.
언제부턴가 이런식의 후기를 쓰고 싶었는데 마침 어머니를 모시고 대회 참가했던 터라 그 결심을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 총괄무늬 형님 고마워요 ^^ 알라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