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 위에서 가장좋은 도시락 자리는 2층 이나 3층이다. 맨 밑자리는 잘못하면 밥이 검게탈수가 있지만 두 세번째칸의 도시락은 언제나 새로 지은밥처럼 밥이 고슬고슬하고 자르르 윤기가 나는것이다.
점심시간이되면 뜨겁게 달궈진 도시락을 마른걸레로싸서 책상위에 올려놓고 숟가락 끝으로 뚜껑을열면 이제 막 새로지은 밥처럼 뜨거운 김이올라 후후 불어가며 먹는 그 밥맛이란 그야말로 꿀맛이 아닐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반찬에 구애를 받지않는 아이들의 이야기일뿐 가정형편이 어려운 내겐 점심시간만되면 기가죽는 힘든 시간이었다. 살림이 넉넉한 집안의 아이들이야 멸치볶음 이나 계란후라이 같은 고급스런 반찬을 싸오지만 나는 날마다 초라한 단무지나 신김치만 싸가다보니 그게 창피하고 싫어서 어떤땐 도시락을 안가져 가겠다고 떼를쓰며 어머니의 마음을 아푸게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부터 보온도시락이 나오면서부터 보온도시락이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집에서 밥을 지을때의 온기를 그대로 간직할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반찬통이 따로있어서 국물을 흘릴 염려도 없었다. 모든 학교가 단체급식을 하게되는 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초,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이 보온 도시락을 들고 다녔었다.
보온 도시락이 나오면서부터 알루미늄 양은 도시락은 까마득한 옛날얘기가 돼버렸고 더구나 지금은 모든 학교가 자율급식하는 시대가 돼버린것이다.
나는 가끔 내 어릴적 유년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때가있다. 검정 고무신 몽당연필 양은 도시락 낡은 책걸상 벌겋게 달구어진 조개탄난로, 그리고 교실 한쪽에 서있는 풍금 .... 그중에서도 그 노르스름한 알루미늄 양은 도시락때문에 울고웃던 지난 시절들이 해마다 이맘때만되면 주마등처럼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창밖에 눈발이 날린다. 그때가 그립다.
첫댓글 그냐
나느은 앙긍거 가터 (생각만 )
가감 업는 순수한 표현에 박수를 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