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물탕에 든 미더덕의 단단한 껍질을 깨물다가
해물탕 전체의 고소하고 담박한 맛에
미더덕의 미덕(味德)을 생각해.
자신을 우려내어 전체에 맛을 더하는
시원한 감칠맛의 미덕(味德)이 본질이겠지만
정신까지 맑히니; ‘미(美)가 더(加)한 덕(德)‘일 것이야.
미(美)는 아름다움이고
덕(德)은 도덕(道德)이자 공리(公利)일 테니
미덕(美德)은 세상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장식하는 예술품인 게야.
미덕을 듣고 감동만 하며 살아왔던 나는
줄 줄 몰랐던 어리석은 놈임을 깨달았어.
어찌 살아야 미덕의 가슴에 닿을까.
공감과 배려와 베풂이 방법이겠지만,
어깨 수술과 무너진 허리를 가진 나는
반년의 칩거 후 걸음마를 시작해야 해.
이제 세상을 차단하고 나의 내면을 키우며
자신을 연민하며 자신에게 공감하는 일이
타인을 위한 미덕보다 우선함을 알았어.
내가 나를 사랑할 때, 너를 참답게 사랑하듯
내 미덕을 내게 쏟아 조성한 향불이어야
미덕의 향연으로 푸르게 오를 것이야.
타인의 이론으로 배우던 마음공부를 끝내고
아직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은 가슴 공책에
한 줄씩 나의 경전을 새겨나가다 보면...
삭풍이 휘모는 어느 밤,
북녘 창가에 세워둔 거문고줄을
공방(空房) 새색시 귀밑머리 흔드는 바람으로
사그랑~ 울리는 엷은 소리가 증폭되어 내 귓가에 벼락치듯 내리치면
문득 누웠던 글이 벌떡 일어나
내 정수리를 내리치며 일갈할 것이야 :
“雪裡桃花片片紅설리도화편편홍”(눈 속에 복사꽃 붉게 날리리)
- 다시 듣는 만해의 오도송(悟道頌): 백설 들판에서 다홍빛 복사꽃으로 펄펄 날릴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