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정부는 전국 농지 중 임대 농이 30% 이상인 소작농을 보호하고 농지임대차를 양성화하겠다며 농지임대차관리법을 제정했다. 임대차 계약은 서면으로 3년 이상으로 제한하고 임대료에 상한을 두었다. 이에 소작을 주던 땅 주인은 소작인에게 땅을 그만 부치라는 소작 해지가 늘어났다. 소작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역설적으로 소작권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왔고, 소작인들의 시위에 정부는 법의 시행을 연기해서 법은 사문화됐다. 도시 일자리가 늘어나고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어 노는 땅이 늘면서 소작농은 사라졌다.
2007년 제정된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2년 이상 비정규직을 고용할 때는 사용주가 사실상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일자리가 귀해 구직이 어려우니 사람값이 떨어져 비정규 저임 노동이 늘어난 것이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근본적인 대책은 외면한 채 비정규직을 위한 비정규직법 때문에 사용주가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고 2년을 채우기 전에 해고해서 그나마도 다니든 직장을 대량으로 사직해야 했다. 주택 임대차보호법이나 상가임대차 보호법 등 이외에도 많은 보호법이 역으로 종사자들을 내쫓는 역할을 했다.
최근 2019년에도 강사를 보호한다는 강사 보호법이 시행되어 정부가 강사들의 강의료 등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전국 대학의 시간강사가 전년보다 1만2천여 명 실직했다.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강사 보호법이 오히려 강사를 내쫓는 강사 법이 된 것이다. 60년대 극성을 부리던 밀수도 한국 상품의 품질이 좋아져서 밀수가 근절된 것이지 단속이 강력해서 없어진 것이 아니다. 산을 푸르게 한 것은 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산림 보호법이 아니라 취사, 난방 연료의 대체로 산림 남벌이 사라져 벌거숭이 없어졌다.
70년대 TV 방송에는 현직 형사가 출연하여 거리에서 또는 버스에서 소매치기당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방송을 하기도 할 정도로 소매치기도 많고 좀도둑이 판을 쳤다. 소매치기나 좀도둑이 거의 사라진 것은 강력한 단속 때문이 아니고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예전 농촌에서 고라니, 오소리, 오리 등의 밀렵이 사라진 것은 동물보호법이 강력해서가 아니고 농가 소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증상이 사라지는 것이다.
80년대엔 가사도우미(가정부) 역시 흔해 고급 아파트 부엌 옆엔 가사도우미용 쪽방이 있었다. 요즘 상주 가사도우미를 두려면 상당한 대우를 해 줘야 하고 집주인이 눈치를 보는 시대지만 당시엔 상주 가사도우미에 대한 인권 침해도 빈번했다. 가사도우미 인권문제가 해소된 것은 가사도우미 인권 증진 법률로 인권이 개선된 것이 아니고 가사도우미보다 더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 가사도우미 구하기가 힘들어져서이다.
1993년 미국 상원에서 미성년자를 고용해 생산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아이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방글라데시의 공장에서 만든 옷을 파는 월마트를 겨냥한 입법이었다. 방글라데시의 공장들은 아동 고용을 중단했더니 아이들은 더 열악한 곳에서 일하거나 실직을 하고 매춘을 하는 소녀도 많았다고 한다. 커피, 신발 등을 생산하는 저개발국가의 아동 노동을 겨냥하여 착한 상품, 공정무역을 명분으로 수입을 중단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해당 국가의 아동들이 아동 노동보다 더 위기에 빠지는 역설이 발생했다.
정치인들은 목적이 선하면 결과까지 좋을 것이라는 잘못된 환상에 젖어 수많은 보호 또는 규제(금지)법을 양산했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대증요법에 따른 선심 정책은 역효과를 낳기가 십상이다.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제정된 각종 00보호법, 00육성법 등의 탈을 쓴 각종 규제법은 육성이나 보호와는 반대로 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법이 되기에 십상이다. 현재까지 제정된 농지임대차관리법, 비정규직법, 강사법, 주택(상가) 임대차보호법 등 수 많은 보호법이 오히려 해당 산업을 위축시키고 정부 규제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혁신 산업이 등장할 때 기존산업 종사자들의 격렬한 반대에 편승한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서 규제를 남발하여 혁신 산업이 성장하지 못 하는 일이 빈번하다. 1400년대 조선 시대 인력거가 성행하던 시절 장영실이 발명한 마차로 경기도 이천으로 온천욕을 가던 세조임금의 마차 바퀴가 빠지는 사고로 장영실은 투옥되고 마차 보급이 중단되었다. 300년 뒤 영조가 중국식 마차를 들여오려 했는데 마차에 신분이 다른 사람이 섞여 타면 신분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좌의정의 반대로 운송 혁신은 좌절되었다.
영국에 증기 자동차가 운행되면서 1865년 세계 최초 도로교통법인 ‘적기법’이 제정되어 약 30년간 유지되었다. 교통수단인 마차를 모는 마부를 보호하기 위해 증기 자동차에 운전사와 기관원을 태우고 자동차 앞에 붉은 깃발을 든 기수를 걷게 하여 자동차가 기수보다 먼저 가지 못하게 제한했다. 시내에서는 시속 2마일의 느린 걸음 속도로, 교외에서는 시속 4마일 속도로 차를 운행하게 해 마차 산업은 존속됐지만,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은 차 산업 주도권을 독일, 미국, 프랑스에 내주고 말았다.
혁신 산업이 등장하면 기존산업 종사자의 대량 실직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를 신산업에서 흡수하기 때문에 대량 실업은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지난 100년 동안 기술발전에 따른 혁신 산업이 도입되어 자동화가 되어도 전쟁, 대공황,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실업률은 7%로 변동이 없었다. 인류는 끊임없는 혁신으로 지난 100년간 8배로 잘 살고 실업률은 변동이 없었다. 혁신 산업으로 미국은 지난 100년간 주당 근무시간이 60시간에서 34시간으로 반이나 감소했다.
1925년 일제 강점기 택시가 등장할 때 경성(서울) 시내 1,300여 명의 인력거꾼이 택시 도입 거부 운동을 펼쳐서 경성역 구내 택시 영업을 금지했으나 시대의 조류는 거역하지 못했다. 자동전화교환기가 도입되면서 전화교환원이 사라졌고, 버스 단말장치가 도입되면서 버스 안내양이 사라졌다.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타자수, 필경사, 차드사가 사라지고, 컴퓨터나 전자계산기의 도입으로 주판이 사라졌다. 규제가 풀리면 그동안 누려오던 반사이익을 놓치게 되는 이익집단들의 반발을 과대포장해서 규제를 묶어두려는 관료들의 행태도 문제이다.
서울은 2017년 기준 310만대의 차량이 매연, 소음, 차량 정체 등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 하루 중 80% 이상을 주차장에서 잠자는 자가용은 자동차세, 유류비, 보험료 등 유지관리비가 많이 든다. 이 모든 문제를 여럿이 함께 나눠쓰는 공유 차량 서비스로 해결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익단체의 반대와 규제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필요할 땐 언제 어디서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차량 공유제가 세계적인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 년 중 며칠 쓰고 세워두는 농기계도 공유로 쓰면 훨씬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서구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각국에서 시행하는 혁신 산업인 우버, 그랩 등 차량 공유제를 한국에서는 운송관련업체의 반발과 정부 규제로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버 X, 콜버스, 차차는 2018년, 카카오, 풀러스는 2019년에 사업을 접었다. 이런 현실에 현대차, 삼성, SK, 네이버 등 국내기업은 외국에서 자율주행과 공유 차량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단기간에 차만 빌려서 지정된 장소에 타고 반납하는 쏘카가 운영되고 있고, ‘타다’는 관련법의 개정으로 폐업을 앞두고 있다.
타다는 운송관련법 틈새를 이용해(소형차 안됨) 11~15인승 승합차 임대와 운전기사 알선까지 하는 초단기 렌트 형태로 2018년 영업 1년 만에 이용자 170만 명, 차량 1400대, 운전사 12,000명에 달할 만큼 인기가 폭발하자 택시업계가 반발했다. 불법 택시 영업 혐의로 검찰이 타다를 기소하여 1심에서 무죄 선고가 났으나, 타다 금지법(운수 사업법)이 2020.3 제정되어 타다 사업은 4.11. 폐업한다고 한다. 개정법은 11∼15인승 차량을 관광목적으로 6시간 이상 빌리고 대여, 반납장소는 공항, 항만일 때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어 사실상 타다 금지법이다.
타다와 택시 종사자들 간의 충돌은 앞으로 닥쳐올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와의 충돌에 비하면 사소한 일일 것이다. 전기차, 수소차 등의 등장으로 엔진이 없는 자동차의 등장은 엔진 관련 부품 생산 업체의 퇴출로 이어져 대규모 실업으로 이어질 것이다. 자율자동차는 가족의 출근이나 외출, 여행 등을 할 때 택시만큼 편리하게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으므로 비싼 돈을 들여 굳이 차량을 소유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율 차를 소유한다면 차량 1대로 출퇴근, 외출 등을 순차적으로 하면 되기에 차량 수(현재 가구당 1.13대)가 줄어 차량 정체나 대기 오염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영업용 운전사는 모두 실직을 할 것이고 차량 대수의 감소는 물론 정비소, 주차장, 주유소, 고속도로 휴게소, 면허학원, 차량 보험, 대리운전, 교통경찰, 네비게이션 등이 폐쇄되거나 감소하여 연관 산업에 엄청난 파급을 가져올 것이다. 혁신 산업의 육성으로 기존산업에서 밀려나는 인력을 혁신 산업에서 흡수하게 하고 미래 산업 개발자들의 의욕도 꺾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사물인터넷, 드론, 가상현실, 바이오·헬스, AI, 핀테크, 드론, 원격의료 등 혁신 산업은 법의 규제와 이익단체의 반발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차 공유서비스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싱가포르, 중국, 미얀마 등에 80여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 국가들도 택시 기사들의 반발이 있었겠지만, 정부에서 절충하고 설득하여 서비스를 도입하였는데, 한국은 권장은커녕 혁신 산업의 싹을 잘라버리고 있다. 25만 택시 기사들이 반대한다고 국가의 혁신 산업인 타다 사업을 죽이는 일을 표에 목맨 정치권에서 밀어붙였다. 기존 택시와, 앱으로 호출하는 공유 차를 경쟁시켜 국민의 선택을 받게 해야 한다. 국민과 국익의 편에서 국가를 이끌어야 하는 데, 마부가 반대한다고 자동차를 막는 한국이다.
(추신)
지난 6.1 타다 업체와 전 대표자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타다 금지법으로 혁신 서비스 생태계는 택시 업계의 기득권과 정치권의 규제로 쑥대밭이 되고 12,000여 명의 기사는 실직했다. 이익을 보는 일반 국민은 단결하지 못하지만, 손해를 보는 택시 기사들은 단결할 수 있어 정치권이 표를 의식한 결과이다. 동남아만 가도 우버 택시가 있는데 한국은 없어 아쉽다. 경제는 시장에 맡겨 두고 정부는 교통 정리만 하면 된다. 목적이 선하다고 결과가 선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