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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유용곤충연구소의 파리 사육실 |
과제에서 수행한 방제법은 천적을 이용한 것이었다. 파리천적은 10여종이 있는데, 이 중 가장 좋은 것을 시험해 선별하는 작업을 했고, 세계 최초로 파리천적곤충-배노랑파리금좀벌(Muscidlifurax raptor)을 발견해낸 것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친환경적이고 종합적인 방법으로 해충을 방제하면 농업소득을 극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10여 명의 곤충전문가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천적곤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화학적 살충제를 대체함으로써 농약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해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또 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노동력을 절감하며, 농약으로부터 농민과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현재 한국유용곤충연구소가 개발하는 파리 천적은 안성시 일죽면에 소재한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고 있다. 파리 천적을 키우기 위해서는 먹이인 파리도 같이 키워야 한다. 키우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파리가 낳은 알을 모아 번데기 단계에서 기생벌과 한데 모아두면, 기생벌이 파리번데기 안에서 알을 낳게 된다. 알이 번데기 안에서 산란해 번데기를 다 먹어버리게 되는 원리다. 상품명은 파리킬러랩터(Raptor)다.
천적 배노랑파리금좀벌의 종명을 따서 이름 붙인 것으로, 제품에는 살아 있는 천적 기생벌이 파리 번데기에 기생된 캡슐 형태로 들어 있다.
파리번데기는 외피가 갈색의 캡슐로 덮여 있고, 그 안에 기생벌이 접종된 상태로 농가에 판다.주요 대상은 집파리, 침파리, 금파리, 쉬파리 등 파리류인 위생해충이 대상이 되고, 파리류 해충의 번데기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장소인 양돈, 우사, 계사, 양견 등의 축사와 각 지역의 매립지, 식품공장 등의 파리발생원이 적용대상이 된다.
1박스에 10만 마리의 기생벌이 들어있는데, 기생벌의 수명은 20일 정도이고, 매일 산란한다고 한다. 성충 수명은 평균 14일, 암컷 1마리는 파리 번데기를 탐색해 평균 100여개를 사멸시킨다. 겨울에는 냉동 보관했다가 파리가 많이 꼬이는 여름에 주로 판매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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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노랑파리금종벌이 접종된 파리번데기 |
현재는 연간 50톤의 파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양 대표는 앞으로는 100~150톤을 더 생산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유용곤충연구소는 천적사업 외에도 시설 원예천적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전국에서 시설농가 비율이 37.5%인 전라남도는 자체적으로 보조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양 대표는 3년 전, 전남 도지사와 협약을 맺어 곡성에 입주해 생물방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설원예천적과 파리성충 유인 포집기, 파리유인 끈끈이 등 물리적 방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생물적 방제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상품을 팔 때, 농민들에게 컨설팅을 함께 한단다. 이렇게 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입 시기는 열매를 맺기 전 초기에 미리 방사해 아예 해충의 유입을 차단하거나, 열매를 맺을 때와 열매를 재배할 때 방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단계를 넘어가면 그 전에 방사한 것들이 유효하게 방제효과를 나타낸다.
한국유용곤충연구소는 파리천적사업으로는 연간 20억원, 시설원예천적사업으로 8억원, 물리적 방제 상품 판매로 3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정부는 올 6월부터 시행하는 곤충산업육성법에 따라 전국 8개도에 1곳씩 10억 규모로 곤충생산단지시설과, 2억 규모의 체험학습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유용곤충연구소는 여기에 응모, 선정돼 파리천적곤충시설을 더 늘릴 수 있게 됐고, 폐교에서 체험학습장도 올해 안에 설계할 예정이다.
새롭게 짓게 될 파리천적곤충 생산시설에서는 파리 유충을 이용해 항생물질을 생산하고,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 이용할 계획이다.
또, 올 7월부터 가축의 사료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정부 방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곤충을 항생제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관련 사업을 계획하게 됐다고 양 대표는 설명한다.
축분 등에는 병원성 미생물이 많아 곤충이 체내에서 항생물질을 만들게 된다. 항생물질이 많은 곤충을 가공하면 그 안에 항생제를 지닌다.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아도 가축에 곤충을 먹이면 가축의 체내에서 항생제와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원리다. 파리가 지니고 있는 불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필수아미노산은 면역력을 높여준다. 이것을 먹인 가축은 건강해지고, 이 가축을 먹게 될 사람도 더불어 건강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양 대표는 기존의 살충제를 이용한 화학적 방제를 거부하고, 어떻게 하면 자연의 시스템을 이용해 환경 친화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일들이 점점 영글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가장 친환경적인 산업인 셈이다.
“친환경농산물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농민과 회사와 정부 관계자의 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정부는 각 이해당사자가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내놓아야 합니다. 판로를 찾으려면 농가가 깨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농민들을 교육하고, 홍보해야 할 것입니다. 회사는 정직하게 사업을 해야 하고요. 이렇게 톱니바퀴가 잘 꿰어져 돌아가야만 친환경 농법이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될 것입니다”
양 대표는 소비자인 농민이 가장 큰 효과를 보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이 같은 성공은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만족할 만한 효과가 나오지 않을 때였다고 하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상품처럼 판매되는 순간 거래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해 효과를 높여야 하는 과정이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천척곤충을 이용한 방제는 비용이 비싸고 만족스러운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걸린다. 살충제는 뿌리면 효과가 바로 보이는데 반해, 생물적 방제는 한 달 반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아직도 농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 대표는 “농민과 회사와 정부 관계자 모두가 함께 생물적 방제를 어떻게 하면 빨리 정착시킬 것인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환경에 친화적인 이런 방제 시스템은 곧 인간에게도 친화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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