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07.11:51 水. 맑음
평양 영탑사靈塔寺를 생각하며 당진 영탑사靈塔寺를 참배하다.
승전僧傳에 보면 석보덕釋普德의 자는 지법智法인데, 고구려 용강현 사람이니 상세한 것은 다음에 있을 그의 본전을 보도록 하라. 그가 늘 평양성에 있었는데, 어느 산방山房의 노승이 와서 강경을 청하니 대사가 굳이 사양하다가 할 수 없이 가서 열반경 40권을 강하고 법석法席을 파하고 성의 서쪽 대보산大寶山 암혈 밑에서 참선을 하였다. 어떤 신인神人이 와서 청하되 마땅히 이 땅에 오래 살라하면서 석장을 앞에 놓고 그 땅을 가리키며 이 밑에 8면의 7급 석탑이 있다하였다. 파보니 과연 그러한지라 그래서 정사를 세우고 영탑사靈塔寺라 하고 안주하였다.
석련사에서 주지스님의 환대를 받으며 빙 둘러앉아 차담으로 준비해주신 음식을 맛나게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정초라서 그런지 많은 신도 분들이 주지스님께 인사를 드리러 방으로 들어왔다가 안부와 덕담을 나누고 나갔다. 법당 앞의 허리 굵은 느티나무들이 겨울바람에 조금 쓸쓸해보였지만 머지않아 봄이 되면 무성한 초록으로 장관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석련사를 나선 뒤 우리들이 타고 있는 차는 예산에 있다는 목 없는 부처님을 참배 갈 거라고 했다. 오늘은 순례인원이 다섯 명밖에 되지 않아서 다른 차는 절 주차장에 세워놓고 홍성거사님 차 한 대로 간편하게 이동을 했다. 나는 뒷좌석에 앉아 차의 리드미컬한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흐르듯 지나가는 바깥 경치를 내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젯밤에 잠자리에 좀 늦게 든 까닭인지 갑자기 몸이 탁 풀리면서 졸음이 밀려왔다.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졸음에게 마음을 비워주지는 않았을 터인데 맡은 바 직분이나 책임의 소재에 따라 몸과 마음의 대응이 이렇듯 달라지는구나를 생각하면서 슬그머니 눈을 감았다.
내가 아는 분 중에서 차만 타면 차종을 가리지 않고 멀미를 너무 심하게 하는 바람에 운전을 일찍 배웠다는 분이 있었다. 운전하는 사람은 절대 멀미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직접 배워 운전을 해보았더니 정말 그렇더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다른 사람의 차를 얻어 타면 다시 멀미를 하는 통에 무척이나 괴롭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분은 자신의 생각으로는 직접 운전을 하는 운전자와 다른 차를 얻어 탔을 때의 차이란 아마 긴장감緊張感의 유무有無일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이야 누구나 다 하고 다니는 운전만 해도 그럴진대 다른 소임이나 직책의 무게는 얼마만큼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짓누르고 있을까?
잠시 동안이었으나 깊은 잠에 빠져있었던 것이리라. 옆자리에 앉은 아내가 팔꿈치로 내 허리를 슬쩍 찌르는 느낌을 받고는 눈을 떴다. 눈꺼풀이 몹시 무거웠다. 한 삼십분 가량만 더 자고 일어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몸을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차문이 열리면서 바깥 찬 공기가 싸아~ 하게 밀려들어왔다. 정신은 돌아왔지만 풀려있던 근육은 아직 생기를 찾지 못한 까닭인지 몸이 뻑뻑했다. 차문을 열고 천천히 한 다리를 땅바닥에 내려딛었다. 몇 걸음을 걸어가자 차츰 몸에 생기가 돌고 관절이 부드러워지면서 평소대로 몸놀림이 편안해졌다. 화전리 사면석불이 있는 곳까지 비스듬한 비탈길은 눈과 얼음이 부분 부분 녹아 질퍽거렸다.
예산 화전리 사면불은 백제 유일의 사면불四面佛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많은 훼손에도 불구하고 사면불은 뛰어난 걸작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사면불四面佛 중 남면南面 주불主佛은 머리 뒤로 두광은 연꽃무늬이고, 전체적으로는 불꽃이 치솟는 듯한 광배가 새겨져있는데, 이것을 보면서 김해 수로왕릉인 납릉納陵에서 보았던 돌비석의 문양과 매우 흡사한 느낌이라고 생각을 했다. 고대 삼국 중 문화와 예술이 가장 발달했던 백제와 아직 많은 것들이 세상에 밝혀져 있지 않은 가야와는 서로 어떤 연관관계가 있었는지 자못 흥미로운 대목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크고 오래 된 거목 느티나무가 품 넓게 두르고 있는 법당 앞마당이 시원스러운 당진 영탑사는 도선 국사를 창건주로 하는 설화가 있기는 하지만 유리광전에 모셔진 약사여래상이나 보물인 금동삼존불이 고려시대의 양식인 걸로 봐서 고려시기의 사찰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높고 깊은 산이 아닌 야트막한 산기슭에 들어있는 영탑사에 고적孤寂한 운치韻致가 감도는 것은 도량 주위를 감싸고 있는 울창한 소나무 숲과 바위 위에서 도량을 내려다보고 있는 칠층석탑의 엄중한 분위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바위 위에 쌓은 돌탑들은 대체로 기단이 없는 형태가 많은 것 같았다. 하긴 바위가 바로 기단일 테니까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을 했다.
(- 평양 영탑사靈塔寺를 생각하며 당진 영탑사靈塔寺를 참배하다. -)
첫댓글 제가 살고있는곳에서 그리멀지 않는 곳이어서 한두번은 가본곳인데도 불자가 되기전에 본것과 불자라고 생각한 후의 느낌은 많이 달랐습니다.부처님목을 무참히 잘라낸 모습이라든가 영탑사의 영험한 탑과 부처님,종 등등이 예전에 무심히 봤을때와 확연히 다른 제 마음에 저도 좀 당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