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맞은 대추나무가 고가 도장 재료로 쓰이는 이유
대추나무는 다른 나무들과 마찬가지로 물에 뜬다. 하지만 진짜 벼락맞은 대추나무라면 물에 가라앉는다
벼락맞은 대추나무(벽조목)는 단단하기가 돌보다 더해 도끼나 톱으로도 쉽게 쪼개거나 자를 수 없다. 벽조목을 지니고 있으면 악귀를 쫓아준다는 전통적인 믿음 때문에 도장 재료로 인기가 있으나, 그 이면에는 단단하기 때문에 한번 파놓은 글자가 마모되지 않아 오랫동안 변함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특성이 있다.
나무가 벼락을 맞을 확률은 생각보다 낮다. 나무 중에도 벼락은 어린 나무보다 대개 키가 큰 나무에 떨어진다. 일부에서는 오래된 나무에는 어린나무보다 철분성분이 많아 벼락을 맞을 확률이 높다라고 말하지만 이는 정확한 말이 아니다. 벼락은 공중의 ‘전자’와 지표면의 ‘양전하’가 서로 접촉했을 때 발생하게 된다. 벼락이 일어날 수 있도록 공중의 전하를 끌어 당기는 지상의 ‘양전하’는 보통 뾰족하게 올라와 있고 주위보다 높은 곳으로 모이는데, 이 때문에 벼락은 높이 서있는 나무나, 철탑, 피뢰침 등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벼락이 한번 칠 때의 전기량은 보통 전압 10억V(볼트), 전류는 수만A(암페어)에 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5천A의 비교적 약한 벼락의 경우 1백W(와트)의 전구 7천 개를 8시간 켤 수 있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 만약 나무에 이런 벼락이 떨어지게 되면 나무는 폭발하듯 갈라지고 불타게 되는데 이는 수 억 볼트의 전류가 나무 속 수맥을 따라 흐르면서 나무가 가진 전기 저항으로 인해 엄청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짧은 순간 수 천 도까지 올라가는 열기로 인해 나무가 가지고 있던 수분은 순식간에 증발되며 수축하게 된다. 이 때문에 나무는 속까지 검게 타며 아주 단단하게 변하게 된다.
나무를 태워 만든 숯을 살펴보면 벼락맞은 나무와 유사한 특성을 볼 수 있다. 숯의 구성 성분은 탄소가 85%, 수분이 10%, 미네랄 4% 등으로 거의 대부분이 탄소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견고하다.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금광석도 탄소의 결합으로 이뤄져 있다. 제대로 만든 숯은 이러한 특성 때문에 웬만한 톱으로는 잘리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벼락맞은 나무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불탄 나무’이기 때문에 숯과 유사하게 강화된 성질을 지니게 된다.
대추나무는 본래도 생명력이 강해 고목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나무에 비해 밀도가 높은 단단한 나무인데, 벼락을 맞으면 더욱 단단해져 아무리 작은 조각이라도 물에 가라앉는 특성을 띄게 된다.
현대에 이르러 피뢰침이 많아져 나무가 벼락을 맞은 확률이 더욱 낮아졌기 때문에 시중에서 진품 벽조목을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높은 가격의 벽조목 도장을 구입하려고 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최근에는 일반 대추나무를 고압으로 가공해 벼락맞은 대추나무처럼 견고하게 만든 인조품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대추나무는 원래 재질이 단단하고 밀도가 높기 때문에 굳이 벼락을 맞지 않았더라도 도장으로 쓰기 적합한 재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