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려 한국에 와… 쇠기러기가 가장 많이 보여
기러기
황금 들녘이 조금씩 칙칙해지는 10월 초부터는 기러기 떼가 끼룩끼룩 소리를 내며 하늘을 높이 가로질러요. 두루미나 제비 같은 다른 철새와 달리 기러기는 길게 줄지어 소리 내며 날지요. 기러기가 한창 날아들면 단풍이 처절하도록 고운 가을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몰려든 기러기는 내년 3월에 다시 줄지어 끼룩거리며 월동지를 떠나 먼먼 번식지로 돌아갈 거예요.
기러기는 봄과 여름엔 유라시아와 캐나다 북부 벌판에서 짝을 지어요. 넓은 풀밭에 둥지를 짓고 알을 4~8개 낳아요. 알은 한 달이면 부화해요. 두 달만 지나도 크게 자라 가을에 월동지로 날아갑니다.
떨어진 볍씨가 많은 우리나라 겨울 논은 기러기와 오리가 점령하다시피 해요. 논마다 수백 마리씩 널려 먹이를 먹다가 차가 지나가면 가까운 곳에서부터 차례로 날아올라 하늘이 까맣게 와글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죠. 그러다 근처 안전한 논으로 내려앉아요. 기러기 무리가 먹이를 먹거나 쉬는 동안에 한두 마리는 고개를 들고 망을 보며 소리쳐 다들 부산하게 날아올라요. 기러기는 풀밭이 널린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부리로 하얀 눈을 걷어 내고 푸른 풀을 곧잘 찾아 먹어요.
우리나라로 오는 기러기 7종 중에서 쇠기러기가 가장 많아요. 큰기러기도 흔하고 개리와 흰기러기도 종종 있지요. 쇠기러기는 몸길이가 64~81㎝로 커요. 끝이 뾰족한 날개를 펼치면 165㎝까지 늘어나죠. 이마는 하얗고 큽니다. 지난주에 벌써 강원 철원 평야에만 4만~5만 마리가 내려앉아 열심히 볍씨를 주워 먹었지요.
큰기러기는 몸길이 68~90㎝에 날개를 펴면 174㎝ 정도 되죠. 무게도 4㎏에 달해요. 부리가 주황색이지만 부리 끝과 윗부분에 까만 점이 있어 쇠기러기와 달라요. 등 깃털이 회갈색인 쇠기러기와 달리 큰기러기 등 깃털은 하얀 테두리가 있고 흑갈색이에요. 콩밭이 많았던 유럽에서는 콩을 많이 먹었다고 하네요.
개리는 이름이 특이하죠. 이 기러기는 온몸이 거무스레한 흑기러기처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종이에요. 영미권에선 백조 기러기라고 부르죠. 시베리아 타이가나 툰드라에서 번식하는 큰기러기, 쇠기러기와 달리, 그보다 남쪽인 동북아와 극동 러시아 일대에서 번식해요. 야생이지만 가축으로 기르는 곳도 많아요. 개리 무게는 3.5㎏이에요. 목이 하얗고 긴 데다 늘씬해요. 백조 기러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아하게 날개를 펴면 몸길이가 185㎝까지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