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복뼈 고아 깊고 시원한 국물 - 단골손님 중 애주가 많이 찾아 - 고기·껍질·국물 갖춘 만능요리
철갑상어 알, 거위 간, 땅속 버섯과 함께 세계 4대 진미 중 하나에 속하는 음식. 중국 송나라 문장가 소동파가 '죽음과 맞바꿀 맛'이라 극찬한 음식. 정답은 복어다.
복어는 독이 있어 위험하지만, 이것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잘 알려졌다. 자주복, 까치복, 밀복, 은복, 황복, 참복, 졸복 등 그 종류가 많은 편이다. 독성이 강한 종일수록 맛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졸복은 몸집이 10~20㎝로 작지만, 다양한 복어 종 중에서도 비교적 강한 독을 가졌다. 독성이 강해서일까. 졸복이 가진 특유의 맛 때문에 복어를 '먹을 줄 아는' 사람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졸복은 인기가 없는 종이었다. 이빨이 강한 편이라 낚시꾼의 낚싯줄을 끊고 도망가는가 하면, 잡아도 독성이 강하거나 작은 몸집 탓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종이 아니었다. 하지만 암 환자에 특효약이라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일반인에게도 졸복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졸복 요리는 튀김, 회, 샤부샤부나 매운탕으로 유명하다. 부산 남구 대연동 섬마을 횟집(051-627-3189) 김규원(55) 대표의 도움을 받아 졸복 요리를 소개한다. 섬마을 횟집은 주인장의 푸짐한 인심과 부지런함이 매력적인 곳이다. 매일 아침 경남 남해 수산물경매시장에 들러 횟감을 가져온다. 철에 따라 베도라치 초밥 등 싱싱한 해산물을 밑반찬으로 푸짐하게 내놓는 곳이기도 하다.
■ 졸복회
미나리를 감싼 졸복회.
졸복회 맛은 딸려 나오는 소스와 미나리, 양파가 결정한다. 붉은 소스가 특이하다. 간장과 식초를 섞고 다시마와 무즙으로 간을 한 다음 레몬으로 향을 낸다. 부드러운 회로 미나리를 돌돌 감아 양파를 얹어 소스에 찍어 먹는다. 짜고 향이 강한 소스가 회와 미나리의 담백하고 신선한 향기에 희석된다. 쫀득하고 담백한 졸복 맛은 소스 덕분에 심심하지 않고 맛있다. 소스와 미나리의 향까지 더해지니 별미라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졸복 요리 경력 10년이 넘은 고미영(52) 씨는 "단백질이 많고 유지방은 전혀 없다.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어 별미 중의 별미다. 소스는 우리 가게의 자랑"이라고 맛의 비결을 소개했다.
■ 졸복 샤부샤부
샤부샤부에 넣을 졸복. 팽이버섯과 미나리도 담았다.
졸복 샤부샤부는 졸복을 콩나물, 미나리, 팽이버섯 등 각종 채소와 함께 끓여 만든다. 육수는 졸복의 뼈를 푹 고아 만든다. 취향에 따라 식초를 부어 먹는데, 식초의 시큼 상큼함과 시원한 국물이 만나 식욕을 끌어올린다. 졸복은 한 점 집어 뼈를 발라서 먹는다. 푹 삶아 먹기 때문에 꼬리뼈를 잡아당기면 뼈가 한 번에 빠져나온다. 작지만 오동통한 졸복 고기를 손질하는 데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채소와 곁들여 초장에 찍어 먹는 맛이 좋아 고기를 뜯는 손길은 자연스레 더 바빠진다. 한 끼 음식으로 먹기에 좋지만, 국물 맛 덕분에 소주 안주로도 좋다. 섬마을 횟집 김 대표는 "샤부샤부 덕분에 가게 단골손님 중 애주가들이 늘었다"며 웃었다.
졸복 샤부샤부의 장점으로 졸복 껍질을 빼놓을 수 없다. 쫀득한 육질에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껍질에는 콜라겐이 많아 혈액을 맑게 하고 피부에 좋다고 알려졌다. 껍질과 고기, 각종 채소에 더해 국물까지 즐길 수 있는 만능 요리, 그게 바로 졸복 샤부샤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