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새 100번째 글이네요. 공지사항이 하나 있으니 빼면 오늘이 99회, 내일은 100회 기념을 해야겠네요.
오늘은 의사가 취직하는 여러 곳을 알아보는 - 저도 알아보다 보니 신기한 곳이 많더라고요. - 시간입니다.
1. 건강검진센터/미용 의원
전혀 다른 것 같은 이 두 곳이 묶여 있는 이유는 전공과목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공계가 전자/전기/컴공 등 다양하지만 결국 치킨집으로 귀결된다는 농담처럼, 의사도 뭔가 최종 종착지 느낌으로 이곳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검진과 미용이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의사 중 떨거지가 하는 일이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낮아도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장기간 해야 하는 일이라서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게 또 돈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건강검진센터나 출장검진에서 문진만 하는 의사분이나, 미용 의원에서 레이저실에 박혀서 하루 종일 레이저만 해야 하는 의사 분들이 여기에 해당하시죠.
검진센터에서 내시경 하시거나, 미용에서도 미세 시술 이런 것 하시는 분들은 전혀 다른 분들이니 제외입니다 ㅎㅎ
그래서 소유하고 있는 오너 원장님이 아니면 다른 사람들은 좀 뜨내기처럼 휙휙 바뀌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신과가 한창 어려울 때에는 이런 곳에 많이 취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일반적으로 주 2~3일 밖에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하고 싶어도, 많은 사람을 계속 갈아 끼우면서 하려다 보니 한 명이 전담하지 못하게 일주일을 여러 개로 쪼개서 의사가 들어오게 합니다.
건강검진센터는 엄청 이른 시간에 출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지방 출장이라도 가면 아침 6시까지 모이기도 한답니다.)
미용은 저녁 시간대에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2. 비만클리닉
비만이라는 것을 질병으로 볼 것이냐... 는 것에 좀 어려움이 있죠.
저는 비만은 어떤 질환의 결과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여하튼 비만 자체를 치료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비만을 없애는 것에는 수술/약물/심리 외에도 미용이 포함되어서 하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이게 식약처 허가가 된 것 만으로는 고도비만 해결은 쉽지 않다 보니 '비방(비밀스러운 처방)'이 많습니다.
좋게 말하면 경험에서 우러나온 묘책이고, 나쁘게 말하면 사짜라는 것이죠.
그래서 정상적인 비만클리닉도 있지만, 이상한 약을 막 쓰고 이상한 수술을 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의사들 사이에서는 비만클리닉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죠.
클리닉도 뭔가 좀 으슥한 곳에 많이 있는 것 같고... 간판도 자주 바뀌는 것 같고...
정신과 약물이 식욕을 줄이기도, 늘리기도 하다 보니 이 분야에 뛰어드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저는 못 할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저녁시간 (7시 ~ 10시) 및 주말에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오시는 분들이 그 시간에 오시니까요.
3. 일반적인 정신과 외래
정신과 간판 걸고 면담과 약물 치료를 섞어서 사용하는 외래만 보고 입원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의원입니다.
원장님이 있고, 고용돼서 일하는 의사를 부원장이라고 칭합니다.
요즘은 면담 위주의 외래가 상당히 늘어나는 추세이고, 서울 도심지 쪽은 약물치료를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있더군요.
예전에는 주로 만성 조현병, 만성 우울증 등 만성화되어버리는 환자를 계속해서 다니게 해서 환자를 늘리는 콘셉트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 외 잡다한 질환도 다 보셨겠죠.
요즘은 그 지역에 맞게 직장인이 많으면 직장 스트레스 클리닉, 학생들이 많으면 감정 조절을 통한 학습력 증진 클리닉 등 예전과 비교하면 굉장히 일부 대상 군만을 다루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전문성을 높이는 면도 있고, 요새는 다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오니까 이렇게 확 튀는 부분이 있어야지 환자들이 멀리서도 온다고 하더라고요.
주로 오전 10시 ~ 오후 7시 정도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고, 주 3~5일까지 일하는 날짜는 유동적인 것 같습니다.
병원보다는 늦게 시작해서 늦게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남자가 소유주면 여자 부원장을, 여자가 소유주면 남자 부원장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외래만 보는 종합병원 소속 정신과
종합병원이 되려면 필수로 몇 개의 과를 포함해야 하는 법령이 있습니다. (시행령인가?)
그래서 가끔 뜬금없이 정형외과가 엄청 주를 차지하는 병원에 정신과가 끼어 있거나 하는 경우가 있죠.
정신과가 필요한 장비도 거의 없고, 의사 하나에 간호사 하나 + 방 1개 주면 세팅이 끝나니까 이렇게 생뚱맞게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정신과에 큰 소득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서 적당히 외래 보면서 다른 과 입원 환자들 협진을 봐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은 진상 처리반처럼 되어서 성격 안 좋은 분들 다 정신과로 보내는 병원도 있다고...
협진은 주로 섬망, 우울 정도겠지요.
큰 사고만 안 치면 위에서 건드리지 않는 편이어서 편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다만 정신과 의사로서 전문성을 발휘하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니까 가끔 답답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음에 나올 정신과 병원에 비해서는 할 수 있는 게 확 제한되니까요.
주로 아침 9시 ~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응급실 당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합니다.
5. 정신과 전문병원 (입원)
정신과는 상당히 독특한 과이다 보니 종합병원에 정신과 입원실까지 갖추는 경우는 대학병원 제외하면 많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설비와 인력 등등이 워낙 다르니까요.
그래서 정신과만 있는 병원이 상당히 많습니다.
나라에서도 국립 정신병원을 여러 개 소유하고 있지요.
각 거점별로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개인이 빌딩을 개조해서 병원으로 만들어서 여는 곳도 있죠.
이런 경우는 주로 입원환자를 담당하고, 병동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일을 합니다.
외래는 일주일에 2~3회 정도만 보는 것 같아요.
퇴원 이후 환자 추적 관찰하는 것이죠.
병동 유지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신의 꿈을 펼쳐볼 수 있겠죠.
다만 소유자가 정신과 의사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을 속속 다 알고 있어서 간섭이 심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병동 당직, 응급 입원 당직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시간은 보통 9시 ~ 6 시인 것 같아요.
6. 회사에 취직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회사 내에 정신과 의사를 뽑아서 고충상담실처럼 이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의사가 필요한 법적인 문제를 처리하게 만들지요.
이때 회사 편을 들어야 할지 직원 편을 들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애매한 경우가 많아서...
그 외에 보험회사에서 '이 보험 청구가 정당합니까? 이상한 것은 없습니까?' 같은 것을 전담으로 처리하는 의사를 고용하기도 합니다.
KBS에서 의학기자를 뽑기도 하더라고요.
의학 기사를 누가 많이 읽나...
세부적으로는 더 있으나, 일단은 이 정도입니다.
대학병원은 대부분 아시니까 뺐어요.
모두 눈길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1.08 19:2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1.11 21:51
첫댓글 역시 모르는걸 알게되면 신기하네요..ㅎㅎ
신기하다니 좋네요 ㅎㅎㅎ
신기방기...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