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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갈곳도 없는 정현이..
한 아주머니가 동사무소를 찾아왔습니다. 아들의 친한 친구인 정현(가명·17)이가 자기 집에 자주 놀러오는데 밥이나 간식을 너무 잘 먹기에 혹시나 하고 물어봤더니 부모없이 혼자 사는 아이라고 했답니다. 딱한 마음에 그 이후로도 자주 불러서 밥을 먹이곤 했다고 하면서 동사무소에 도움을 청하고 가셨습니다.
얼마 후 한 아저씨가 찾아왔습니다. 세입자가 관리비를 내지 않아 수도와 전기가 다 끊긴 상태에서 집을 엉망으로 사용해 명도 소송을 진행중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집에 혼자 살고 있는 아이를 강제로 '시설'에 보낼 수 없느냐고 물어왔습니다. 얘기를 나누던 중 그 아이가 정현이라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사진을 보니 정현이의 집은 옷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신발이 방안에 들어가 있는 등 엉망이었습니다. 정현이가 무슨 병에나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 얼마후 음식 배달원이라는 사람의 전화를 한통 받았습니다. 음식을 배달한 뒤 다시 그릇을 찾으러 가면 항상 그릇이 없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어떤 아이가 사람들이 다 먹은 그릇을 내놓으면 조금 남겨진 음식을 먹기 위해 그릇을 가져간다는 것입니다. 역시 정현이였습니다. 주민등록상에는 버젓이 아버지와 형이 있는데 어쩌다 사람들이 먹고 남긴 음식까지 가져가 먹게 됐는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결국 그 집을 방문했습니다.
정현이가 집에 이사온지는 수년이 지났고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으로 계약할 당시에는 아버지가 있었지만 그 뒤로는 함께 산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정현이가 어릴 때 아버지와 이혼한 뒤 연락이 전혀 없습니다. 아버지는 조그만 사업을 하다 실패한 뒤 다단계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2달전부터는 아예 연락도 끊겼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인 형도 지방에 있는 학교에 진학했는데 그때부터 연락이 끊겼습니다. 정현이는 고등학교 1학년이지만 학교도 계속 다닐 수 없어 자퇴서를 낸 상태며 평소에는 친구들로부터 '몇백원'씩 빌려 생활을 해왔다고 하니 하루 세끼를 챙겨 먹기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제 정현이의 집주인이 명도소송에서 승소해 정현이는 지금 당장 집을 나가야 한답니다. 하지만 정현이는 갈 곳이 없습니다. 정현이를 보듬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따뜻한 밥 한끼를 먹을 수 있는 곳도 없습니다. 아동시설로 가기에는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아 반기는 곳도 없습니다.
정현이에게는 지금 맘 편히 잠자고 쉴 수 있는 작은 방 한칸이 절실합니다. 정현이에게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아갈만한 곳이고 사랑은 어디에나 숨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손지현·연제구 거제1동사무소 사회복지사 051-665-4901.
지난주 이미희씨 이야기 43명의 후원자164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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