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화 타임 슬립과 어린왕자 그리고 하이디
“밖으로 나가는 통로? 아빠 시계 동굴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응~ 햇빛이 그리운 때도 있으니까~”
아버지는 그렇게 대답을 했지만 사실은 아들이 너무 동굴 안에 오래 있어서 몸에
이상이라도 생길까봐 하는 걱정이었다.
그런 아들을 위해서는 정말 햇볕이 그리웠다.
“아빠.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동굴 밖에 유럽은 아마 40도가 넘을 거예요.
유럽 고속열차‘유로스타’도 이상 고온더위에 멈추고, 에어컨이 사치라며 더위를 즐기던
유럽 사람들도 에어컨을 찾고 아마 일광욕도 하지 못할 걸요?
그러니까 돈이 없어도 더위를 피할 최고의 장소는 어디죠?”
“헐~ 너 동굴이라고 말하려고 그러지?”
“잘 아시네요. 근데 우리가 동굴에서 얼마나 있었죠?”
“글쎄....한 달? 더 됐나? 근데 나는 시계 동굴에 온 후로부터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사라졌어.
너랑 다니면서부터 말이야. 근데 닷새전이 10일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것도 이상하고.”
“아빠 이상할 것 하나도 없어요. 여긴 3차원의 세계라는 것만 알면 다 이해가 되는 거야~”
“하긴 그래?”
세계는 햇볕이 그립다는 아버지의 말이 자꾸만 거슬렸다. ‘왜 그런 말씀을 하셨지?’
잠시 후에 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빠. 폐광이나 동굴 탐험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위험한 일이 있어요.”
“위험 한일? 동굴에 사는 맹수가 튀어 나와?”
“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동굴에는 많은 미생물이 사는데
‘히스토플라스마’라는 흔한 세균들이 자라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거든요~”
“그럼 세균에 감염?”
“예, 몸이 약한 사람들이 폐에 감염되면 사망에도 이른다는데 혹시 그 병
이름을 아세요?”
“아들, 날 어떻게 보고 감히.....”
“그럼 말씀 해 보세요?”
“허허 니가 정답을 유도하려고 힌트까지 준걸 내가 모르면 우린 부자 사이가 아니지~
동굴 병이다 동굴 병.”
아버지는 아들이 준 힌트로 병명을 말을 해 놓고 ‘아들이 동굴 병에 걸리면 안 되는데’
하고 더욱 두려움이 엄습했다.
“아빠. 아빠가 동굴 병에 걸리면 안 되니까 동굴을 벗어나기로 해요.
여행도 좋지만 아빠 건강이 더 문제이잖아요?”
“그래~ 너도. 하하하하.”
아버지는 거꾸로 아버지를 생각하는 센스를 뒤로하고 멀리 보이는
종탑을 바라보며 햇볕을 맞이하러 걸었다. 벽에 걸려 있는 수많은 시계들을 보며
걷고 또 걸었다. 그중에 한 시계를 보고 세계가 물었다.
“아빠. 저기 시계 그림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요?”
“알프스 소녀 하이디?”
“딩동뎅~”
아버지신기루 씨는 점점 밖으로 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이 급해서
멀게만 느껴졌다ㆍ
세계는 여전히 물레방아 위를 걷는 제자리걸음 같은 것은
아직 구경하지 못한 시계들이 많아 마음을 사로잡았기에
제자리걸음을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걷고 또 걸어도 눈에 보였던 종탑은 다가오지 않고 멀기만 했다.
세계는 아버지를 힐끗 보자 ‘아차’ 하고 마음이 급했다.
‘아버지의 건강이 문제지?
그리고 아빠는 아직 보지 못한 세계가 너무 많고,
여행 할 날짜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아빠에게 많은 경험정보를
주는 바깥세상으로 나가야겠다ㆍ'
‘아버지는 착하지만 지식정보가 없어 경험한 것 외에는 아는 게 없고
대화도 나하고 나눈 대화가 전부였지.
겨우 만나는 사람은 고물상 사장이나 직원뿐이고.
그들과의 대화에도 소심한 성격에 자신감도 결여되어 자기주도는 생각지도 못하고
밀리기만 하였지.
파지나 고철의 유동성도 잘 몰라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어.’
세계는 이 모든 것이 아버지의 지식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정보 부족으로 자신의 권리나 이익을 손해로 만드는 아버지가 갑자기 측은해 보였다.
순간 이었지만 아버지의 ‘과거 신상’을 떠올려 보았다.
‘부모님 다툼과 이혼. 눈치에 주눅 의욕 상실에 흥미 없는 고등학교졸업.
폐가에 홀로 살며 공사판전전. 군 입대. 제대 후 페인트 공. 발목 중상.
병원에서 청소원 처녀와 사랑. 퇴원하여 갈 곳이 없어 처녀 집에 동거.
세계를 낳고 서울 상경 달동네입주. 즉석 돌발 행동의 아내 가출. 고물수집.
고단하고 여유 없는 생활. 더 이상 담을 수 없었던 지식 정보.’
아버지의 ‘신상조사’를 마치자 발을 저는 아버지가 더욱 불쌍해 보였다.
‘그래, 저는 다리가 사람들의 놀림도 되었을 거야.
아버지는 고물 수집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을 압도하는 정보의 지식이 있어야해
놀림감을 벗어나려면. 지금까지 아버지나 나나 나만 생각했던 것이 아버지를
그렇게 만들었어. 이번 여행으로 정보를 많이 입력시켜서 여행 하나로도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가 풍성해지고 그들이 못가 본 세계에 대한 경험을
파노라마처럼 펼치면 사람들은 아버지를 다시 볼 거야.’
생각과 미래까지 이어지는 상상을 마치자 세계는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형벌기구였던 물레방아 ‘트레드밀’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었다. 동굴 끝이었다.
“아빠. 이제 동굴을 벗어났어요. 저 햇빛을 보세요. 미로 같은
달팽이관 동굴에서 벗어났어요. 와우~”
“그래 나도 참 좋다. 와우~”
하지만 동굴 끝은 바로 아래가 깎아지른 절벽이었다.
교회 종탑은 건너편이라 갈 수 없었다.
옆을 보니 깎아지른 절벽에 독수리가 둥지를 틀었다.
두 마리의 새끼를 놔두고 먹이 사냥을 나간 듯싶었다.
어미의 먹이를 받아먹고 날개에 힘을 얻어야 날수 있는데 아직 미완의 날개는
부자처럼 먼 곳 종탑을 함께 바라보는 듯싶었다.
그때 상승과 하강의 바람을 타고 독수리가 날아와 먹이를 주었다.
“아빠. 어미독수리가 아빠 같아요.”
“그래? 나는 새끼 독수리가 너 같다.하하하.....”
동굴입구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도 좋고 따갑지만 햇볕도 반갑고 좋았다.
좀 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세계는 그 바람이 어디선가 만났던 바람처럼 느껴졌다.
바람은 생각을 낳고 생각은 즉석퀴즈를 냈다.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에서 소행성 군단을 이루고 있고, 그 별 어딘가에
소혹성 B612 별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측되는 어린왕자처럼 즉석 퀴즈를 냈다.
“아빠 이 시원한 바람과 햇볕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아요?”
“어? 저기 해는 동쪽 바람은 우측 아냐?”
다소 감성적 질문 같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고, 어른이 보는 시각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어린왕자의 질문에 어른이라 어른스럽게 말했다.
“아빠. 이 바람은 내가 살고 있는 3번째 별 대한민국. 서울 봉천동. 산 88번지.
달동네 상류층에서 거주하던 바람이야?”
“허얼~”
엉뚱한 어린왕자의 말에 놀람과 감동을 하는 순간에 종탑이 있는 아름다운 산과 들
그리고 집들이 마치 망원경 조리개로 끌어당긴 듯 다가왔다.
그리고 ‘시네빔’처럼 전면을 가득 채웠다. 아버지가 놀라며 물었다.
“와우~세계야 밭에서 일하는 저 사람들은 누구지?”
세계의 눈과 기억 속에는 어디선가 본 그림처럼 선명하게 다가왔다.
“아빠~저 사람들은 프로이센과 프랑스의 전쟁 때 스위스로 피난을 온
프로이센 난민들이야~”
“헐~ 니가 전에 말했던 프랑스 혁명 때?
그리고 난민인줄은 어떻게 알았어?”
“아는 방법이 있어요.”
“그래?”
종탑 아래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기도 하는 모습이 다가왔다.
세계는 그 사람들의 대화를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은 투시의 능력자가 되었다.
“아빠. 저기 가운데 계신 분은 조국의 이름을 따서 개명한 ‘프로이센’ 목사님 이예요.”
“그래? 그럼같이 가볼까? 앗 차 여긴 절벽인데 어떻게 가지 나 참.”
“제가 방법이 있다고 했지요?”
“어? 그그 그래? 손오공처럼 근두운을 타고 건너든. 아기 코끼리 덤보를 타고 날 든.
센토사의 자이언트 스윙을 타 든 아무튼 가보자.”
“아빠~나와함께 한 여행지 정보들을 전부다 기억 하고 계시네요?”
“왜? 나는 듣고 경험한 것들은 잘 기억해~ 몰랐어? 서운한데?”
“아니요~좋아서요.”
세계는 아버지의 지식 정보가 하나둘 저장되는 것을 보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아빠. 다시 되돌아가서 시계를 찾아야 해요.”
“아니 저길 가자는데 왜 들어가~그리고 무슨 시계?”
“아빠. 갈 수 있는 길은 아까 본 하이디 시계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뿐이에요.”
“헐~ 세계야 니 말을 듣다보면 내가 이상해지고 너는 자꾸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 같어~
그리고 나는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해서 어린왕자를 만난 조종사 같고~”
“헐~ 어떻게 고전 소설 내용을 알아요? 아빠 정말 유식 한데요?”
“응~ 비가오고 일을 못 나갈 때 심심해서 주어 온 니 동화책 읽어 보았거든?
근데 어린왕자가 자꾸만 질문을 하는 것을 보았을 때 꼭 너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읽어봤지.”
세계는 갑자기 어린왕자가 되었다.
“아빠. 그럼 어린 왕자가 이웃 별 여행을 하던 것처럼 우리가 절벽을 넘어서
난민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아버지는 아들이 다소 엉뚱해서 어린왕자라 부르고 믿었지만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오며 절벽을 넘는다는 말에는 수긍하지 못했다.
아들이 동굴 병이 도져 헛소리를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어린왕자를 믿고 하는 대로 지켜보기로 했다.
두 사람은 하이디 시계 앞에 섰다.
초침이 곧 0시 어제도 오늘도 아닌 시각을 가리켰다.
세계는 아버지의 불안함도 모르고 이동 수단의 말을 이전과 다르게
아버지의 손을 굳게 잡고 긴 독백처럼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하이디의 시간으로 들어 갈 거예요.
어린 왕자는 사하라 사막에서 방울뱀을 보자 손가락 같이 약하게 보인다고 했는데
보아 뱀은 ‘내가 왕보다 큰 힘이 있어 너를 태어 난 곳으로 돌려 보내줄 수 있단다.
그러니까 내가 필요하면 나를 찾아와’ 라고 했어요.
달동네 산 88번지만한 소혹성 B612 자기의 별을 망가뜨리는 ‘바오밥 나무’를 없앨
양이 든 그림 상자도 조종사에게 얻었고, 이젠 장미 정원에서 본 수많은 꽃보다
혹성B612에 남겨둔 사랑하는 한 송이 장미꽃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하이디 시간으로 돌아가야 해요. 지금 우리는 보아 뱀에게 발을 물렸어요.
아프지만 우리는 비명도 지르지 않고 사막에 쓰러지고 자기 별로 돌아간 어린왕자처럼
우리가 도착한곳은 마이엔펠트 하이디 마을입니다.”
세계가 독백을 마치자 불안했던 아버지의 마음이 아들을 믿는 믿음으로 단념의 상태에
이르고 아무 생각이 없고 멍한 상태가 되어 자신의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조차
모르게 되었다. 마치 맹독성 방울뱀에게 물린 것처럼.
‘내가 왜 그러지? 딸랑 달랑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찰나의 생각뿐이었다.
아버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타임머신을 타고 어디든지 가는 초능력자의
최면에 걸렸다.
혼수상태에서 몸과 영혼에 변화가 생겼다.
끌리듯 초자연적인 현상 속으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세계로 들어갔다.
점점 가속이 붙고 온몸이 부서질 듯 한 느낌은 블랙홀을 타고 긴 ‘웜 홀’을 통과해서
사고를 당하고 알지 못하는 곳에 떨어진‘타임 슬립’을 탄 것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세계야~”
아버지는 세계의 초강력 암시의 자기장에 의한 ‘최면 타임 슬립’에 걸린 것이었다.
세계는 하이디의 마을 마이엔펠트에 함께 온 아버지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며
또 다른 자신의 능력도 발견했다.
‘그래.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들은 내가 필요에 의해 스스로 찾아가서 만났지만
아버지는 내‘최면 타임 슬립’에 의해 이동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거야.
그래서 같은 장소에 떨어진 거야.’
아버지가 말했다.
“아들 내 기분이 정말 이상했어. 내가 그런 기분을 유지하면 니 타임머신 하고는 다르지만
나도 어디든지 갈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왜지?”
“예? 아빠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아요. 위험 할 수도 있어요.
그냥 그런 기분이 들면 잊어요. 알았죠?”
“그래. 사실 나도 그런 이상한 기분과 고통은 싫으니까.”
세계는 아버지를 홀로 두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최면에서 벗어난 ‘타임 슬립’에 빠져들어
아무도 모르는 공간으로 몸이 이동되면 우주의 미아가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우주로 쏘아 올린 위성들이 중력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쓰레기위성처럼 되면
영영 아버지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 두렵기까지 해서 곁으로 얼른 달려가 손을 잡았다.
두 사람 앞에 스위스 알프스 전경이 또 시네빔처럼 크게 나타났다.
“아버지. 프로이센 목사님이 기도를 하세요. 들어 보세요.”
“에벤에셀 하나님 우리를 ‘마이엔펠트’ 여기까지 인도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전쟁으로 평화를 잃고 부모와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시고,
살아가는 희망을 주시옵소서. 아멘.”
기도가 끝나자 프로이센 목사님의 설교가 시작되었다.
“제 친구 중에는 스위스의 의사 선생님이 계시는데 그 분들에게 그리스도교를 전했습니다.
그 의사 부인은 목사님 딸인데 찬송가도 작곡 하고 글도 잘 쓰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의 딸 ‘요한나 슈피리’도 부모님의 피를 받아 좋은 책을 썼습니다.
슈피리는 ‘고난 중에도 하나님을 발견하고 그분께 돌아오라는 소설’을 썼는데 그 책이름이 바로
‘알프스 소녀 하이디’입니다.”
설교 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스크린은 또 다시 멀어졌다.
그때 세계의 눈에 장미꽃이 나타났다 장미꽃을 보자 사막의 여우 말이 생각났다.
‘소중한 것은 마음에 감춰져 있고, 사막이 소중한 것은 물을 숨겨두고 있어서야.’
들든 마음으로 장미를 불렀다.
“장미야 나는 너를 사랑해~ 알프스 소녀 하이디야~”
세계가 꽃을 부르니 꽃은 하이디가 되어 다가왔다.
하지만 스크린 속에 하이디는 대답이 없었다.
세계는 어린 왕자가 사람들을 만나려고 불렀다가 실망한 메아리 소리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어린왕자처럼 실망하지는 않았다. 어린왕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구인들은 남이 하는 말만 따라하는 사람들이야.
상상과 개성이 없고 내 말을 그대로 따라만 하는 지구인이 싫어.”
세계의 눈에 먼 산에 부모를 잃고 고집쟁이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5살 하이디 얼굴이
망원경 조리개를 사용하듯 멀어지고 가까이 다가오기를 반복했다.
“하이디~ 하이디~”
하이디를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옆을 보니 지루한 영화를 보는 듯
아버지는 졸고 계셨다. 세계는 묵상인 공상을 시작했다.
‘그래, 내가 5살 때 대답도 안 해주는 하이디를 날마다 만났었지.
나 혼자 하이디 그림책을 보며 혼자 이야기하고 혼자 사랑하고
혼자 예뻐했던 나의 친구 하이디.......’
‘8살에 프랑크프르트에 사는 부잣집 딸의 말동무로 갔다가 그 친구는 밝아 졌지만
내 친구 하이디는 향수병으로 몽유병에 걸려 돌아왔지?
그 때 하이디와 함께 ‘마이엔펠트’에 들어 온 것이 성경책이고
기독교 신앙이라고 목사님께서 그런 설교말씀 하시려고 그러는 구나.’
‘내가5살 때 아버지께서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아버지가 읽어 주시고
한글을 뗀 내가 컴퓨터도 없는 빈 자판기를 두들겼었지?’
알프스의 시원한 산바람이 달동네 툇마루 바람의 향수로 불어왔다.
시원한 바람에 정신이 들고 하이디 상상이 지워지고 있었다.
하이디와 함께한 추억이 사라지는 것이 몹시 아쉬웠다.
“안 돼. 저 ‘마이엔펠트’ 산동네를 그려 가야겠다.”
세계는 연필을 들고 하이디가 살았던 ‘마이엔펠트’ 모습을 수첩에 그리기 시작했다.
언제 그려 본적도 없는 스케치가 능숙한 화가처럼 그려졌다.
자신도 놀라워 살펴보니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었다.
“어? 산 88번지 우리 집? 웹툰이가 나를 조롱 하려고 그려준 초라한 우리 집인데?
내가 왜 이렇게 그렸지?”
놀라는 사이에 하얀 스카프를 쓴 하이디가 깡 총 깡 총 뛰어 나왔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려고 아름다운 노을을 만들었다.
“어? 어린왕자가 좋아해서 의자를 당겨가며
하루에도 몇 십번을 보았다는 노을이네?”
그 집으로 하이디가 들어갔다.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이젠 하이디와 헤어질 시간이 온 것 같았다.
세계는 아쉬움의 손을 흔들며 큰소리로 말했다.
“안녕~ 잘 자 하이디~”
세계의 목소리가 들렸을까? 작은 창가로 말없이 흔드는 작은 손이 보였다.
대답은 없었지만 흔드는 손이 대답이라며 만족했다.
세계는 하이디에 빠져 잠깐 아버지를 잊었다.
졸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하고 옆을 보았다. 아버지가 없다.
깜짝 놀라며 두리번거리며 아버지를 찾았다.
항상 낯선 곳에 두려움으로 자신을 따라 걷던 아버지가 그때 저만큼에서
무언가를 살피고 있던 아버지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