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섬이정원
다랑이 논 위에 만든 화려한 유럽식 정원
경상남도 민간정원 1호이다. 방문객이 드문 흐린 날씨의 평일 오전에 찾아갔지만 썰렁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제 각각 자태를 뽐내는 화초와 나무 그리고 돌담과 연못까지 시야를 꽉 채우는 풍성함이 대단하다. 1만5500여㎡의 크지 않은 정원은 빈틈없는 아름다움으로 흐린 날씨를무색하게 했다. 의류사업을 하다 정원에 꽂혀 본격적인 정원 만들기에 뛰어든 차명호(56) 대표는 처음에 제주도에 정착하고 싶었단다. 그런데 여행 삼아 들른 남해에 눌러앉아버렸다.차 대표를 매료시킨 것은 남해섬 특유의 다랑이 논. 그는 층이 진 다랑이 논을 섬이정원에 내린 ‘축복’이라고 말한다.“자연 그대로 구불구불하면서 계단식 층이 져 있다. 인공으로 꾸밀 수 없는 아름다움이지 않은가.
거기다 덤벙(작은 물웅덩이)도 있다. 자연미를 살리면서 화려하게 치장한 유럽식 정원으로 최적지다.”덕분에 계류정원, 하늘연못정원, 봄정원, 모네정원, 숨바꼭질정원, 물고기정원 등 11개의 주제로 조성된 작은 정원들이 별도의 울타리 없이 자연스럽게 이웃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집 마당에서 정원 가꾸기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는 차 대표는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제대로 된 정원을 만들기 위해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유명 정원을 둘러보며 ‘많이 보는 공부’를 했단다. 섬이정원은 2009년부터 심고 가꾸기를 시작해 2015년 민간정원 등록 후 2016년 6월에 오픈했다. 개방한 지 만 2년, 전국 민간정원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꼽힐 만큼 찾는 이들이 많다. 활엽수 30여 종과 200여 종의 꽃이 정원을 화려하게 치장해,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정원으로 유명하다. 20면 정도의 주차장과 카페, 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남해군 남면 남면로 1534-110 ☎ 010-2255-3577 입장료 성인 기준 5000원
남해 토피아랜드
토피어리 테마정원 ‘꽝꽝나무가 웃어요’
색다른 볼거리를 찾는다면 남해 토피아랜드로 가보자. 국내 최초의 토피어리 테마정원이다. 토피어리는 자연 그대로의 식물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다듬어서 보기 좋게 만든 장식품을 말한다. 전정작업으로 식물을 조각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남해군 창선면 지족리 대방산 자락 1만6528㎡의 토피아랜드에는 700점의 토피어리가 있다. 거대한 공룡에서부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까지 다양한 형태의 토피어리가 방문객을 맞는다. 마치 한 편의 동화 속에 들어간 듯 유쾌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어린이 동반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는 하석진(63) 대표의 말이 이해가 된다. 퇴직 후 취미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에 15년 전부터 동백 나무, 주목, 벚나무를 심고 가꾸며 정원 만들기를 해왔다는 하 대표는 우연히 토피어리에 대한 신문기사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고 한다. 그렇게 토피어리에 도전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2016년 민간정원으로 등록하고 외부에 개방했다. 남해 토피아랜드의 토피어리 나무는 모두 꽝꽝나무다. 상록수인데다 사람이 올라타도 될 만큼 단단해서 토피어리에 적격이다. 처음 구상한 대로 모양을 낸 후, 1년에 3번 봄, 여름, 가을 새순이 올라올 때마다 형태를 다듬어야 하는 고된 작업을 거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토피어리에 대한 자료가 드물어 외국 작품 사진을 보고 연구해 스스로 도안하고 작업해왔다는 하 대표. “나무가 성장하면서 제대로 된 형태를 갖추게 된다. 사람의 정성과 시간이 함께 만드는 작품”이며 “2년 정도 지나면 더욱 안정된 형태의 토피어리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해 토피아랜드에는 걷다가 쉬다가를 반복할 수 있는 1만3200㎡의 편백숲이 잇닿아 있어 걷기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남해군 창선면 서부로 270-106 ☎ 010-2084-2978 입장료 성인 기준 5000원
통영 해솔찬정원
40년 세월 묵은 정원, 끝없는 야생화 향연
통영시 도산해안일주로를 따라가다 만나는 해솔찬정원은 방문객을 막 반기는 곳은 아니다. 주의하지 않으면 바다풍경에 취해 스쳐 지나가기 십상이다. 그야말로 숨어 있는 비밀의 정원이다. 1만6500㎡에 90여 종의 나무와 야생화 150종이 사철피고 지는 정원은 자신을 농사꾼이라고 소개하는 김종태(70) 대표의 40년 가드너 이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젊은 날 과수원으로 일구기 위해 심은 감나무, 유자나무, 밤나무 등의 과실수와 나 좋은 걸 해보겠다는 심산으로 다듬고 가꾼 소나무 분재, 멋 좀 부려보겠다고 씨 뿌려 기른 종려나무까지 나무마다 스토리가 있다. 거기다 사시사철 꽃을 보겠다는 욕심에 오밀조밀하게 심고 가꾼 야생화 꽃밭까지, 해솔찬정원은 김 대표와 함께 연륜을 쌓으며 속이 꽉 찼다.
“나 좋자고 시작했는데, 수종이 많아지고 그럴듯해지자 관심 있는 분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농사지으며 자연스럽게 습득한 솜씨로 만든 것이라 부끄럽다”는 김 대표는“세월이 가면서 정원 곳곳에 어울리는 나무와 꽃을 심고, 이름을 붙여봤다”고 말한다. 꽃 마당, 돌 생각, 차와 바다 등 구역별 정원 이름에서 김 대표의 따뜻한 마음 씀이 읽혀진다. ‘해솔찬’이란 정원 이름의 의미도 마찬가지. 해의 밝고 따뜻함, 솔의 푸름이 가득 찬 곳이라는 의미로 지었단다. 2016년에 민간정원으로 등록했지만 아직 입장료를 받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잔디산책로를 따라 야생화 무리를 감상하기도 하고, 넓적돌을 벤치 삼아 사량도가 보이는 바다풍경을 즐길 수도 있는 곳이다.
통영시 도산면 도산일주로731 ☎ 010-9643-0564 무료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