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형제자매 여러분 추석 잘 지내고 계신지요?
저는 타관에서 세 번째 추석을 보냅니다. 착잡한 심경이지요. 그러나 주님께서 옆에 계시니 견달 만합니다.
대신 17일에 부산에 내려갔더랬습니다. 사직 구장에서 롯데와 기아의 야구 경기 始球를 하기로 되어 잇었거든요. 제가 살던 금곡동에서 지척인 동래 온천정 허름한 숙소에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이튿날 식전 일대를 한 비퀴 돌 생각으로 호텔을 나섰는데 얼마 걷지도 않아 온천 성당이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성전으로 들어갔습니다. 성체 조배를 하면서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오늘 시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게 해 달라는 지향을 넣고--.사실 생전 처음 하는 시구라 약간 떨렸거든요. 이윽고 돌아나오는데, 의자에 연세가 지긋한 자매가 앉아 있어서 꾸벅 절을 하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석희 라우렌시오 주임신부님('89년도 서품)의 자당이 되신다는 얘기였습니다. 이상하게도 자매님과 30분쯤 그렇게 지내고 나니 마음이 안정되는 것이었습니다.
시구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이상하게 하나도 떨리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 도와 주셨겠지요. 거의 직구였는데, 강민호 포수의 미트를 향해 날아가더니 회전을 먹고 스트라이크 존에 꽂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구단에서 따로 제 동료 등 좌석 일곱 개(특별석)를 마련해 주었고 모자 한 개씩도 선사했습니다. 아래에 올립니다.

<온천 성당 전경. 미안합니다. 사진이 누웠군요.>

<애국가 독창과 반주를 할 초등학생과 중학생>

<배트 걸은 미인?>
프로 야구 시구를 마치고
구단에서 써 준 대로 소감을 읽고 나서 글러브와 공을 받아들고 구장 한가운데로 나갔지요. 그리고 두 달 가까이 열심히 연습한 대로, 공을 미트를 향해 힘껏 뿌렸습니다. 공은 바로 뻗어나가더니 기적같이회전을 먹고, 스트라이크 존에 꽂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모자를 벗고 고개를 관중들에게 허리를 굽혔습니다. 그리고 구단에서 마련해준 특별석에 올라와 걸터앉았습니다. 이미 착석한 동료 여섯 사이에 끼인 셈이지요.
한데 정작 제 시구 모습이 방송으로 안 나온다는 전화가 온 것입니다. 아내에게서. 자초지종을 알아봤더니, 애국가 독창 장면은 방영하는데, 그 다음은 가끔 타순이나 타율, 주목할 선수 등에 대한 자막을 까는 바람에 다른 모든 것은 그 뒤에 감춰진다는 것! 역시 저는 천릿길을 마다 않고 내려 가도 한갓 장삼이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거였습니다. 그러나 뭐 어떻습니까? 시구한 것은 분명한 사실(팩트라는 말 참 안 썼으면 좋겠습니다.)이고, 그 순간의 아름다움은 글의 소재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우세는 아닙니다. 영광이지요. 그리고 만약 아직도 괴로움과 슬픔 등이 묻어나는 표정을 시민들이 보았다면, 채널을 돌렸을지 모르는 일. 작년에 만혼으로 새 가정을 꾸민 제 代子에게 들켰을지도(?) 모르고---.아프다더니 헛말이라고 치부했겠지요. 그에게 도리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사람 사는 게 원 이래서야! 통탄이 절로 나옵니다. 억누를 수 없는---.
그러나저러나 다시 한 번 여섯 동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개중에는 프로 야구장을 생전 처음 와본다는 분(사람)도 몇몇 있었으니, 저는 다리 구실을 한 게 잊혀지지 않을 감동으로 남을 겁니다. 타관에서 별 할 일도 없는데, 그분들을 위하여 기도나 해야지요.
야구를 관람하면서도 우린 역시 문학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시조, 소설, 수필, 아동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니 당연한 귀결이겠지요. 우린 맞춤법이나 잘못 쓰이는 우리말, 일본말 찌꺼기 등에 의문이 생기면 류 박사에게 물었습니다. 누가 그랬지요.
"류 박사가 문학 활동을 했으면---"
몇몇은 그 장면을 자기의 작품에 담기로 의기투합했습니다. L 시조시인의 제안에 의해서!
마침 야구 경기에서 '우리'가 이겼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막차(버스)를 차고 올라오면서 잠결에 '막차'라는 가사를 끼적거렸지요. 이제 정말 저는 막차를 탔습니다. 유체 이탈(?)일는지요.
타관에서 쓸쓸한 추석을 보낼 수밖에 없지요. 그래 반바지 차림으로 호수 공원을 한 시간 반 걷다가 그리운 분이 생각나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 부산 문협 회장 최ㅇㅇ 교수, 저보다 두 살 손위인 그는 꾸지람을 하는 겁니다. 왜 자기에겐 연락하지 않았느냐고. 보이지 않는데도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할 수밖에요. 저를 일찍이-10년도 월씬 넘었군요. 그러나 취임(?)은 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실력자에게 밀리고 말았습니다.- 부산 문협의 중요 직책에 임명해 줬었던 분. 죄송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옮깁니다.
"愛憎을 묽히는 노력을 합시다. 방황하지 말고 좋은 글 쓰는 데 노력을 더 기울이세요."
"감사합니다. 대중 가요 작사에 혼신의 힘을 쏟을게요. 서민들의 정서에 부합되도록 말입니다."
저는 이 순간부터 '롯데'라는 거대한 부산의 상징 하나를 붙들고 노래 가사를 하나 만들렵니다. 부산의 곳곳을 노래로 표현하는 데 문단(문인)이 앞장서자는 하는 얘기를 했더니, 어느 지도자가 하던 말이 이랬습니다.
"그건 시청이나 구청에서 주도해야 할 일이지---."
문학(인구)의 저변 확대를 생각해서라도 지도자의 辯/ 辨으로서는 마뜩치 않았습니다. 야구장이 있는 사직동 근처에 '블루스'나 '엘레지'가 탄생할 만한 거 아닙니까
지금 이 순간도 주님의 은총을 느낍니다. 특히 당일 아침 온천 성당의 성전에서의 숙연함이 저를 가싸는 것 같습니다. 동래 성당도 눈에 뜨였습니다만, 들르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사진을 바로세울 줄 모르겠군요.>
천리 타관에 살아도 부산을 잊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롯데 야구지요.
어떤 인연으로 그 야구 시구를 하게 되어 그제 추석 하루 전날 下釜했었습니다. 일곱 시간 넘게 걸려 시외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보니, 왠지 낯선 곳에 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온천장 허름한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배재후 롯데 구단장실에서 구단장과 함꼐>
이튿날 아침 일어나 여기저기 둘러보았습니다. 온갖 추억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소용돌이에서 허우적대면서 한 바퀴 돌고 계속해서 문우들에게 전화를 돌렸지요. 제가 비록 늘고 추한 모습으로 공을 던지지만, 같이 와서 보고 경기도 관람하자구요.
하지만 반응들이 기대 이하였습니다. 하기야 추석 전날 밤 차례 준비에 바쁜데, 프로 야구라니 당하기나 한 일이겠습니까? 몇 번에나 베터리 충전을 시키면서 시간을 끈 끝에 가까스로 제 소월을 들어준 분들과 나중에 구장에서 합류합니다. Jㅇㅇ 교수(전 부산대- 수필가)/ 류영남 전 교장(전 한글학회 부산 지회장/ Pㅇㅇ 아동문학가(전 부산문협 부회장)/ Kㅇㅇ 아동문학가(전 교장)/ Kㅇㅇ 소설가(전 <문학도시> 주간/ Lㅇㅇ 시조시인(전 교장) 등 저를 포함한 일곱 분(명)이었습니다.

<강민호 선수는 거인이었다.>

<구단에서 특별히 모자 한 개씩을 선사했다>

< 뒷줄 왼쪽부터 전 한글학회 부산지회장 류영남 박사(동래고등학교장 역임)/ 박지현 아동문학가(전 부산문인협회 부회장)/ 강현호 아동문학가(부산문협 감사 역임 . 초등학교장 역임)/ 김광수 소설가(<문학도시> 주간 역임)/ 본인 이원우/ 뒤에 서 있는 분은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정약수(영문학자-전국 최초의 수필 동인지 '수필 부산문학회' 회장)/ 이성호 시조시인(고등학교장 역임)>

<해는 서산에 뉘엿뉘엿 기울고. 주님은 때를 놓칠세라 아름다운 그림 한 장을 빚어 내셨다.>

<김시진 감독의 근심. 롯데의 4강은 물 건너 갔나? 그러나저러나 구장 앞의 음식점들이 장사가 안 되어 아우성이었다. 모두가 잘살아야 할 텐데--->
<옥스프링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공을 뿌릴 자세를 취하다. 한데 공은 거짓말처럼 스트라이크 존을 뚫고 포수 강민호의 미트에 꽂히는 게 아닌가? 주님 감사합니다, 입에서 이 말이 절로 나왔다.>

첫댓글 형제님 정말 멋~지시네요~~짱~이십니다^^
소피아 자매님은 정말 좋으신 분입니다. 언제나 맑고 밝은 표정을 '나그네'에게 지으시고, 카페를 관리하며 좋은 글 올려 주시니---.저 같은 사람을 아는 체하시는 것도 고맙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항상 은총속에 사시기를 기도합니다.
멋진 사나이 아우구스투스 형님!!! 인생은 깁 ~~ 니다. 화이팅!! 더 더욱 멋진 인생 가꾸어가시기를 기도합니다.
성가로써 은총과 복음을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가를 듣기만 해도 행복하다는 배상도 전 부산북구청장(배상복 이나시오 실형)님과 조금 전 장시간 통화했습니다.
이원우 아버님! 정말 짱이십니다. !! \↖(^o^)↗
정말 좋은글과 말씀 사진 어느것하나 감동이 없는부분이 없군요~
읽고 보는동안 잠깐의 여유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형제님~~
♡♡♡♡♡♡♡♡♡♡
어이쿠, 마리아 자매(님). 아버님이라 불러주니 정말 기문이 좋군요. 어떨떨하기도 하고요. 이경혜 부산 광역시 시의원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 교우지요. 이화여대를 나와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와서 강단에 섰었는데, 그만 실명을 하고 말았습니다. 포도막염이라는 병을 오래 전부터 알았었거든요. 제게 메시지가 왔더랬습니다. 선물 하나 보내려는데 주소가 필요하다구요. 한참 망설였더니 --'친구'를 오래 기다리게 하는 건 결례입니다. 아내도 잘 아는 美人입니다. 그의 친구가 된 사연입니다. 마리아 자매의 재치에 감탄하면서 행복감에 젖습니다. 손녀를 못 본 지가 오래라 궁금하군요.
사비나 반장님(자매님), 처음 낯선 땅에 올라와 갈팡질팡할 때에 자매님의 위로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내의 병실로 찾아와 문병도 해 주시고. 저와 달리 언제나 겸손하셔서, 저는 항상 부끄러웠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수술을 받으셨다던데, 많이 회복되셨으리라 믿습니다. 아내가 자택에 찾아갈 때 제가 동행하지 못한 것은 남녀가 유별한지라--(웃음). 오래 못 뵈었습니다. 얼른 쾌차하셔서 성당에서 뵙게 되길 기원(대)합니다. 아자!
어이쿠!! 죄송합니다ㅠㅠ
제가 이름을 밝혀야했었는데ㅜㅜ
저는 성가대단원 이선희사비나입니다~ ㅋㅋㅋㅋ
죄송하군요. 이렇게 제 정신이 없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이번 주에 나가면 제가 고개 숙여 사과드릴게요.
ㅎㅎ 아닙니다 ^^ 제가 더 많은 걸 받았는걸요^^
삶의 여유는 아무나 줄수 있는건 아니잖아요~^^
최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