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유머
제3탄 땡삐야 내가 나간다.
제가
속했던 말단 소총부대의 임무 중에는 유사시에 전쟁을 수행할 교통호를 청소, 보수하는 일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인적이 끊겼던 교통호에서는 새끼를
품고 쩔쩔매는 산토끼가 있는가 하면 전혀 원치 않는 불청객의 공격에 잠시나마 긴장이 감돌곤 했어요.
불청객중의
하나는 땅에 집을 짓고 사는 땅벌 즉 땡삐였는데
땡삐의
‘삐’를 영어로 하면 ‘bee', 역시 벌이란 뜻인데 영국 사람들이 우리말을 빌려갔을까요? 우리선조님들이 영어를 하신건가요?
여하튼
땡삐의 악랄함은 이미 선조 대대로 알려진 터.
아무
생각 없이 잡초 제거의 임무에 충실하던 우리 분대원 중 갓 입대한 김이병이 호되게 당하고 말았어요.
이거
참 자꾸 옆으로 삐지는것 같아서 미안합니다만 일병이 높나요 이병이 높나요?
예?
눈치학 상 일병이 높은 것 같다구요?
예!
맞습니다.
이건
실화 입네다만 당시 중대본부의 이일병은 이병에서 일병으로 어렵사리 진급한 후에야 애인이 생겼는데 그 애인과 열열히 편지를 주고받던 어느 날
날아온 엽서가 전 중대원을 웃겼지 뭡네까?
사연인즉
“이일병님! 이일병님은 언제나 이병이 되시나요????”
본론으로
돌아갈까요?
김이병은
비명을 지르며 잡초 우거진 교통호를 이리 뛰고 저리 굴렀으나 땡삐가 달래 땡삔가요?! 악착같이 쫓아 다니며 눈탱이를 밤탱이로 만들질 않나 입술을
인디언 입술로 만들질 않나 좌우간 노출된 피부란 피부는 완전히 두 배로 만들어 놓은 바람에 급기야 의무대로 후송되었죠.
여기서
우리의 의리의 싸나이 김상병이 등장합니다.
통통한
체격에 평소 소대내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해내던 우리의 희망 김상병!
“조오타
요놈의 땡삐 들아 내가 웬수를 갚아주마!!”
하더니
말릴 틈도 없이 땡삐의 소굴로 돌격하지 않겠어요?
김상병
딴엔 노출 부위를 최대한 가린답시고 런닝 셔츠로 흑두건 같이 얼굴을 감싸고 팔소매며 바짓 가랑이등 벌들이 기어들 구석을 몽땅 끈으로 묶고서는
공병삽으로 땅벌집을 용감도 무쌍하게 파해진 것 까지는 조...았...는...데...
이런
세상에!
우리의
용감한 김상병 보다는 땅벌의 악착이 한수 위였지 뭡네까?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정당하게 짓고 사는 대 저택을 무자비하게 까부수는데야 어떤 띵삐인들 가만 있겠어요?
동료의
웬수를 갚겠노라고 기고만장했던 우리의 김상병!
딱
한번 삽질을 하고는 발길에 채인 강아지처럼 냅다 도망치는데
“아이고
따가와 아이고 죽겠네 아이고 아이고”
연방
파고드는 띵삐를 수건으로 털어내며 뛰어 보지만
지구
끝까지 따라붙을 기세더라고요. 고놈의 띵삐들....
잘못하면
아까운 인재 한명 잃을 것 같아 서둘러 연기를 피우기 위해 불을 지폈죠.
김상병은
도저히 못 견디겠던지 아예 모닥불 속으로 뛰어들더라구요.
우리의
희망,
의리의
싸나이 김상병은
좀전의
김이병보다 휠씬 심하게 팅팅 부은 몰골로 후송되었어요.
이런
의리는 표창감이죠?
그래서
이름을 밝혀도 좋을 듯 하군요. 그 이름은 바로 김 순영입니다.
그때부터
주책 빠진 세월이 세겹의 강산을 변모시키고도 남는 오늘날 그때 김 순영 상병은 어느 하늘 아래 무신 꿈을 꾸며 사는지 무척
궁금하군요.
끝까지
읽어주신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