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로브핫의 토지를 둘러싼 추가적 쟁점(1-4)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며, 특히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위해 공정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의롭고 공정한 대우는 현대 사회의 핵심 가치입니다. 또한, 가족과 공동체의 지지는 서로를 돕고 이해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전통을 존중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건강한 사회를 구축하는 데 기여합니다.
1요셉 자손의 종족 중 므낫세의 손자 마길의 아들 길르앗 자손 종족들의 수령들이 나아와 모세와 이스라엘 자손의 수령 된 지휘관들 앞에 말하여 2이르되 여호와께서 우리 주에게 명령하사 이스라엘 자손에게 제비 뽑아 그 기업의 땅을 주게 하셨고 여호와께서 또 우리 주에게 명령하사 우리 형제 슬로브핫의 기업을 그의 딸들에게 주게 하셨은즉 3그들이 만일 이스라엘 자손의 다른 지파들의 남자들의 아내가 되면 그들의 기업은 우리 조상의 기업에서 떨어져 나가고 그들이 속할 그 지파의 기업에 첨가되리니 그러면 우리가 제비 뽑은 기업에서 떨어져 나갈 것이요 4이스라엘 자손의 희년을 당하여 그 기업이 그가 속한 지파에 첨가될 것이라 그런즉 그들의 기업은 우리 조상 지파의 기업에서 아주 삭감되리이다(1-4)
앞서 민수기 27장에서 슬로브핫의 딸들의 토지 상속 문제가 쟁점이 되었고 하나님께서 그에 대한 해결책을 주신 바 있습니다. 그것은 집안에 불행히도 남자들이 모두 죽은 뒤 딸들만 남을 경우 그 딸들이 토지를 상속받아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둘러싼 추가적인 쟁점이 대두됩니다. 만일 이 딸들이 그 상속받은 토지를 가지고 다른 지파의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면 그 땅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여자는 결혼과 더불어 남편에게 속하고 시댁 식구가 되기 때문에 그 여자의 재산도 자동적으로 남편의 소유가 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따라서 27장에서 신설된 토지 상속에 대한 규정의 허점이 메워질 필요가 있는데, 민수기는 마지막 장에서 그것을 보완함으로써 가나안 땅을 정복할 준비를 마치게 됩니다. 슬로브핫의 딸들이 속한 가문의 남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모세와 지파의 두령들에게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요셉의 아들인 므낫세 지파에 속한 마길 혈족의 일파인 길르앗 가문의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모세에게 슬로브핫의 딸들이 결혼할 때 파생될 문제를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만일 그녀들이 다른 지파의 남자들에게 시집을 간다면, 그 기업(땅)은 그 지파에게 넘어갈 것입니다. 특히 4절은 희년이 되면 그 땅은 완전히 그 남편의 지파에 귀소되다고 말합니다.
가족과 친족 중 남자들은 자신의 혈족을 위한 고엘(무르는 자)로서 혈통의 보존과 재산 보호의 의무가 있었는데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첫째, 집안의 어떤 사람이 재정적 파탄으로 빚을 져 땅을 팔았거나 종으로 팔렸으면, 대신 그 빚을 갚아줌으로써 토지의 소유권을 되찾아주고(레 25:23-28) 자유인의 신분을 회복시켜줍니다(레 25:39-55), 둘째, 어떤 남자가 아들 없이 사망했다면, 그의 형제 중 하나가 생존한 아내를 취하여 아들을 대신 낳아주어 대를 잇게 만드는 데(신 25:5-10), 이것을 계대결혼 혹은 형사취수 제도(levirate)라 합니다. 룻기는 만일 친형제가 없다면 근족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었음을 말해줍니다. 셋째, 집안에 피살자가 발생할 때 피의 보복을 대신할 의무와 권리를 지니는데, 그를 피의 보복자(고엘)라 불렀습니다(민 35:12,19; 신 19:6,12). 이때 그는 죽음을 당한 그 사람의 생명을 무르는 자가 되는 것입니다.
앞서 27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레위기 25장은 친족 역할을 할 사람들을 촌수에 따라 가까운 데서 먼 순서로 나열합니다: 그의 형제(아히브); 그의 삼촌(도도): 그의 사촌(벤 도도); 그의 대가족의 근족(참조, 레 18:6, 41-42). 사실 형제들이 대부분 이 의무를 수행했을 것이며, 삼촌 이상으로 넘어가는 경우는 전쟁이나 기근, 전염병 발생과 같은 극한의 상황 외에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룻기에서 이런 구속자의 서열에 따른 책임 이행의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슬로브핫의 딸들의 사례는 특별하게도 나오미의 상황과는 또 달랐습니다. 자신들이 시집을 가지 않은 상황에서 아버지를 포함한 집안의 모든 남자들이 다 죽었기 때문입니다.
나오미의 경우를 보면, 만일 나오미가 젊었다면 계대결혼의 가능성이 있었을 텐데 그녀는 이미 늙어 누구도 씨를 이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룻과 누군가가 결혼을 해준다면 그 씨는 룻의 남편 말론(엘리멜레의 아들)의 자녀가 되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의 대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때 사용권은 여전히 타인에게 넘어가 있으나 엘리멜렉의 땅은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룻과 결혼한다면 그 땅을 되찾아줄 부담을 져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부담을 지려는 사람이 나오미 집안의 근조 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신명기 25:5-10에서 계대결혼의 의무는 형제들에게 지워질 뿐 친족은 그 의무로부터 자유로운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어떤 형제가 장로들 앞에서 계대결의 의무를 거부하면 그는 이스라엘 중에서 그의 이름을 신 벗김 받은 자의 집"(신 25:10)이라 불리며 큰 수치를 당했습니다. 보아스의 사례에서도 보아스의 의무는 계대결혼보다는 기업 무르기가 우선이었으며 결혼은 기업 무르기 이후 선택 사항이었을 것입니다(J. M. Freedman), 즉, 그는 토지 무르기를 해준 후에 룻과 결혼하지 않는다 해서 수치를 당할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만일 아무도 그 땅을 물러줄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 경우 땅의 사용권을 빼앗긴 사람은 희년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희년이 되면 자동으로 그 토지는 원 소유자에게 귀속되었습니다(레 25:10). 이 때는 하나님이 궁극의 고엘이 되시는 것입니다. 이 일이 49년(혹은 계산법에 따라 50년) 주기로 발생했습니다. 토지가 원 소유자에게 귀속되면서 결코 지게표를 옮기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지켜지고(신 27:17; 호 5:10) 하나님이 지정해놓으신 사회적, 자연적 질서가 완전히 회복되는 것입니다.
슬로브핫의 딸들이 만일 시집을 가면 그 토지가 일단 그 남편에게 귀속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4절의 진술을 따르면 그것이 법적으로 소유권이 완전히 넘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은 만일 그녀가 이혼을 당하면 다시 자신의 집안으로 복귀하기 때문일 것이며 또한 남편의 죽음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긴다면 토지 소유권으로 인한 다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땅은 아마 희년에는 자동적으로 아내의 모든 권리를 행사하는 남편에게 최종 귀속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거듭 발생한다면, 이스라엘 내에서 시간이 갈수록 땅의 지계표는 계속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으며 결국 이것은 하나님의 토지법에 위배됩니다.
땅의 보호를 위한 족내혼(5-9)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족장들이 문제 해결에 나선 것처럼, 현대의 리더들도 공동체의 문제를 책임 있게 다루어야 합니다. 유산 상속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협력과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리더는 항상 정의롭고 공정한 결정을 내려야 하며, 이를 통해 신뢰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5모세가 여호와의 말씀으로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요셉 자손 지파의 말이 옳도다 6슬로브핫의 딸들에게 대한 여호와의 명령이 이러하니라 이르시되 슬로브핫의 딸들은 마음대로 시집가려니와 오직 그 조상 지파의 종족에게로만 시집갈지니 7그리하면 이스라엘 자손의 기업이 이 지파에서 저 지파로 옮기지 않고 이스라엘 자손이 다 각기 조상 지파의 기업을 지킬 것이니라 하셨나니 8이스라엘 자손의 지파 중 그 기업을 이은 딸들은 모두 자기 조상 지파의 종족되는 사람의 아내가 될 것이라 그리하면 이스라엘 자손이 각기 조상의 기업을 보전하게 되어 9그 기업이 이 지파에서 저 지파로 옮기게 하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 지파가 각각 자기 기업을 지키리라(5-9)
모세는 이 문제를 하나님께 가져갔고, 하나님의 응답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달했습니다(5절 참조, 27:5-6;레 24:12-13). 이의를 제기한 자들은 길르앗 자손 대표들이었는데, 모세는 그들을 요셉 자손 지파라고 지칭합니다. 므낫세 지파와 에브라임 지파를 합친 것이 요셉 지파지만, 므낫세 지파나 에브라임 지파를 각각 요셉 지파라고 지칭하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길르앗 자손 대표들의 항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렇다고 아들이 없는 경우 딸에게 기업을 상속하는 규례를 수정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땅을 상속받은 여자들은 같은 지파 내의 남자(문자적으로 ‘그들의 아버지들 지파의 가족’)와 결혼해야만 한다는 규례를 더하십니다(6,8). 땅을 기업으로 상속받은 여자들이 지파 내의 남자와 결혼함으로써 각 지파의 기업이 다른 지파로 넘어가는 것을 차단하게 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자손이 다 각기 조상 지파의 기업을 지킬 수 있게 됩니다(7). 9절에서 이 원칙이 반복됨으로 그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슬로브핫의 딸들의 순종(10-13)
하나님께서 정하신 원칙을 따르는 것은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법과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구성원이 공정한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사회의 정의와 평등을 증진하는 데 기여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원칙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10슬로브핫의 딸들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행하니라 11슬로브핫의 딸 말라와 디르사와 호글라와 밀가와 노아가 다 그들의 숙부의 아들들의 아내가 되니라 12그들이 요셉의 아들 므낫세 자손의 종족 사람의 아내가 되었으므로 그들의 종족 지파에 그들의 기업이 남아 있었더라 13이는 여리고 맞은편 요단 가 모압 평지에서 여호와께서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신 계명과 규례니라 (10-13)
슬로브핫의 딸들은 하나님의 지시대로 순종했습니다. 순종의 미덕을 보인 그녀들의 이름이 다시 여기서 거명됩니다. 말라, 다르사, 호글라, 밀가, 노아는 모두 숙부의 아들들과 결혼함으로써 족내혼의 원칙을 지켰습니다. 다시 말해 그녀들은 사촌들과 결혼한 것입니다. 레위기 18장에 따르면 직계 가족은 물론 삼촌까지는 결혼이 금지되어 있으나 사촌 간의 결혼은 가능했습니다.
결국 슬로브핫의 딸들의 토지 상속 에피소드는 레위기 25장의 희년법의 일부인 토지법의 구체적 실천 사례입니다. 그것은 “모든 토지는 내 것이다”(레 25:29)라는 하나님의 강령의 토대 위에 마련된 토지 보호 장치입니다. 구약의 선지자들도 투기를 통해 부동산과 토지를 과도하게 독점하는 것을 비판합니다: “가옥에 가옥을 이으며 전토에 전토를 더하여 빈 틈이 없도록 하고 이 땅 가운데에서 홀로 거주하려 하는 자들은 화 있을진저”(사 5:8). 궁극적으로 하나님께서 지주이신 토지는 매매가 불가능했습니다. 또한 강제로 빼앗거나 혹은 선물로 없었습니다. 그러한 행위들은 모두 지계표를 옮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토지를 강탈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나봇의 포도원 사건입니다(미가 2:1-5). 아합과 이세벨은 왕실 근처 나봇의 포도원이 탐나 결국 그를 모함해 그 땅을 강탈했습니다. 이것은 심지어 왕실 권력마저 결코 하나님이 정하신 토지의 경계선을 옮길 수 없음을 증명한 사건입니다. 땅의 문제는 이스라엘에게 이토록 중요했기 때문에 민수기 맨 마지막 장에서, 즉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직전에 땅 분배와 관리 문제를 철저히 다룬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일궈내기 위해서는 믿음과 헌신이 필요합니다. 슬로바핫의 딸들은 같은 지파의 남자들과만 결혼하라는 명령에 순종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기업의 경계를 지키고 영토를 잃지 않았습니다. 이 딸들은 원하는 결혼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기업을 위해 스스로 자유를 구속했습니다. 그들은 단순한 믿음으로 땅을 얻었고,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함으로써 그 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민수기의 마무리는 이 여인들의 믿음을 칭찬하며 끝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삶 속에서 불신과 반역이 있었지만, 여호수아와 갈렙처럼 믿음을 가진 이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땅을 지키기 위해 믿음의 결단을 한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삶의 터전을 주시고, 그 땅을 하나님의 나라로 일구어 내기를 원하십니다. 우리는 이러한 믿음과 헌신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잘 수행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