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이야기] 화살나무
생태공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도시로 내려온 나무가 있습니다.
나뭇가지에 화살 깃 모양의 열십(十)자 날개를 달아 첫눈에 이름을 알아챌 수 있는 나무.화살나무이지요.
시위만 당기면 곧장 하늘로 날아오를 기세!당찹니다.생김새가 특이하고 기품이 있는 이 나무는 쓰임새가
다채롭습니다.초봄에 나는 어린잎은 ‘홑잎나물’이라 하여 입맛을 돋우고,찌개와 국거리로 널리 애용됩
니다.물감이 화선지에 번지듯 가을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은 감탄을 자아내지요.가을날의 무희!
약재로서의 가치는?
위모(衛矛)와 귀전우(鬼箭羽)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병을 고치고 예방하는데 뛰어난 약성을 지닌
것으로 전해집니다.동의보감은 “성질은 차며 맛은 쓰고 독이 없다.배가 아픈 것을 낫게 한다.사기나
헛것에 들린 것,가위눌리는 것을 낫게 한다”고 했고,동의학사전은 “간경에 작용한다.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어혈을 없애며 생리를 잘 통하게 한다”고 설명합니다.민간에서는 당뇨병과 혈액순환,신경안정,
항암 치료제로 쓰이며 상비약 대접을 받았습니다.버릴 것 없는 귀한 나무였지요.
▲화살나무 약재
화살나무에 함유된 상하초산나트륨은 혈당을 조절하거나 인슐린 분비를 원활하게 해 당뇨병을 개선하고,
퀘르세틴 성분은 체내 활성 산소를 없애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고 합니다.이런 이유 때문인지 민간에서는
화살나무를 각종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데 요긴하게 활용했습니다.복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깨끗
이 씻어 말린 화살나무 가지와 뿌리를 물에 달여 하루 2∼3컵 적당량 음용하라고 권하지요.그러나 아무리
좋은 약재도 지나치면 화를 부릅니다.화살나무도 예외가 아닙니다.
‘귀신이 쏜 화살의 날개’라는 뜻의 귀전우(鬼箭羽)!그 이름처럼 시간의 흐름이 거침없습니다.‘쏜살같다’는
말이 실감 나지요.해가 바뀌는가 싶더니 어느새 1월 한 달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뒤이어 새로운
날이 앞다투어 눈 앞에 펼쳐지지만 우리의 삶과 생각은 미처 세월을 따르지 못합니다.만물이 싹을 틔우고
생명을 잉태하는 시기,화살나무의 싹눈을 살피며 세월을 쫓아 봅니다.지금의 우리가 미래 어느 시점까지
날아가 멈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