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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보면 우리가 보인다.
그만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앞서간다. 치열한 경쟁자이면서 서로를 통해 배우는 것이 많다. 이 책은 그런 것에 관한 것이다. 사회적인 면, 기업적인 면, 개인적인 면이 골고루 담겨 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만 골라 살펴본다.
일본은 지금 더블싱글사회다.
독신세대 수 1446만 가구는 부부와 자식이 있는 표준세대 1465만 가구와 맞먹는다. 젊은이는 미혼으로, 노인은 이혼으로 싱글이 되는 더블싱글사회이자 독신대국이 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결혼하지 않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황혼이혼이다. 결혼적령기인 30대 전반 남자의 미혼율은 47.7%이고 20대 후반 여성의 미혼율은 59.9%다. 적령기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시기를 늦추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경제적인 이유다. 2009년 봄 시즈오카현은 20-49세까지 독신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결혼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결혼하고 싶다고 답한 비율은 78.9% 였다. 대부분 결혼은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26.1%는 경제적 이유로 못한다고 답했다. 2004년 때의 15.6%에 비해 10% 가까이 올라갔다.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기대치와 현실의 차이도 한 몫을 한다. 미혼여성이 원하는 상대의 최소연봉은 400만 엔이 46%, 600만 엔이 38%이다. 하지만 실제 그렇게 받는다고 답한 남성은 45%와 12%에 불과했다.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남녀의 시각차가 크다. 애정만 있으면 가난해도 상관없다는 남성은 50%인 반면 여성은 30%에 불과하다. 결혼하지 않는 제 1 원인은 경제적인 것과 기대치와 현실의 차이 때문이다.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젊은 남성의 하류화와 결혼관 차이가 독신대국의 원인이다.
이혼도 큰 문제다.
1975년과 2008년의 일본의 이혼을 보자. 전체 이혼은 2002년 이후 줄고 있지만 20년 이상 살던 부부의 이혼 비중은 커지고 있다. 2008년의 경우, 황혼이혼은 총 4만 2천 건으로 전체 이혼의 15%에 달한다. 1975년 대비 2.7배나 늘었다. 2005년부터 2030년까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50, 60대 남성의 경우 네 명 중 한 명은 독신일 것이다. 한국도 2006년 55세 이상 이혼율이 10년 전인 1996년보다 남자는 4 배, 여자는 6.4배 늘어났다. 왜 황혼이혼이 늘고 있을까? 표면적으로는 여성의식, 경제자립도 증가 때문이다. 가사를 돌보지 않고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은 것이 이유일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심각하다. 은퇴 후 집에만 있는 남편을 보면 낡은 가구처럼 여겨져 답답함을 느끼고 심지어 대형쓰레기로 보여 언젠가는 버려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있다. 이런 경향에 기름을 부은 것이 2007년 시행된 후생연금법 개정이다. 결혼 기간에 따라 남편 연금액을 최대 절반까지 아내가 수급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 결과 황혼이혼 대기자 40만 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이런 싱글은 시장도 바꾸고 있다. 싱글을 타깃으로 한 상품이 관심분야다. 실리, 안심, 꿈 등이 싱글마케팅의 포인트다. 식품업계는 개식즉식 (個食卽食)이 키워드다. 즉, 1인분 냉동식품 같이 혼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인기를 끈다. 텔레비전도 대형TV 보다 혼자 볼 수 있는 20인치가 인기다.
자동차와 멀어지는 현상이다.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 최초로 탈자동차 사회를 맞고 있다. 2006년 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가1.112 대, 2008년에는 1.095 대다. 신차등록도 2003년 402만 7315 대를 기점으로 2008년에는 321만 2324대로 6.5%나 줄었다. 가장 큰 이유는 젊은 층과 고령층이 자동차를 기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왜 이들은 자동차를 기피할까? 2008년 일본의 리서치회사가 20대를 대상으로 용돈을 어디에 쓰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1등은 저축, 2위는 여행, 3등은 패션이 차지했다. 자동차 없는 젊은이가 절반을 넘는다. 고령층의 경우 지출항목 중 자동차 구입은 17번째 밖에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첫째, 차 없이도 생활에 별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배달도 잘 된다.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둘째, 소유하지 않아도 언제든 원하면 차를 빌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빌릴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소유하는 것보다 싸다. 셋째, 고유가, 환경규제와 이로 인한 자동차의 전자화, 전동화 등도 원인이다. 한 마디로 매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탈자동차는 비즈니스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첫째, 자동차 소유자를 타깃으로 했던 수퍼, 편의점, 레스토랑, 의류매장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뚝 떨어진 곳에 있는 매장 대신 유동인구 많은 곳에 있는 매장이 뜰 것이다. 이동매장도 새로운 트렌드다. 고령인구가 40%가 넘는 돗토리현의 경우 도시락과 각종 조리음식을 이동매장을 통해 판매하는 것이 인기다. 로손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아타치상사가 이동점포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다. 둘째, 자동차 없는 사람들의 수요가 대량 발생할 것이다. 카세어링이 빨리 증가할 것이다. 지방 노인을 위해 철도와 버스를 연계하는 DMV(dual mode vehicle)도 출현했다. 운전 못하는 노인을 위해 각종 공공교통수단을 혼합한 효율적인 교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셋째, 자동차의 전자화, 전동화가 구조 자체를 바꿀 것이다. 기존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전력공급 서비스가 핵심 비즈니스로 자리잡을 것이다.
CEO의 재발견도 재미있다.
2009년 일본 최고의 부자는 일본 국민복이라 불리는 유니클로의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가 차지했다. 한국에도 46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2009년 매출은 전년대비 12.5% 증가한 6600억엔, 영업이익도 15% 늘어난 1010억 엔이다. 대부분 의류업체는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데 유니클로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우선, “공업제품으로서의 캐주얼의류”라는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다. 타깃시장을 대량소비시장으로 정한 다음, 싸고 품질 좋은 제품으로 의류산업의 도요타를 지향한 덕분이다. 한 마디로 품질 대비 가격의 우월성 때문이다. 그는 불황기의 가장 큰 적은 저축이라 생각했다. 불황이라는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서는 저축하는 것보다 소비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매우 싸지만 품질은 아주 좋은 제품만이 이를 해낼 수 있다. 3990엔짜리 청바지가 대표적이다. 비슷한 품질이 1만2천엔 정도인데 세 배나 싼 것이다. 엄청나게 팔렸다. 어떻게 이런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첫째, 상품의 기획 생산 판매를 한 기업에서 하는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제조소매업) 때문이다. 백화점은 위탁판매라 마진이 30%정도에 불과하지만 유니클로는 직영점이라 50%나 된다. 연구개발과 상품기획은 일본에서 생산은 중국에서 한다.
둘째, 철저히 좋은 원단만 고집하고 이를 위해 연구개발을 열심히 한다. 10년 전 플리스(Fleece)란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만든 1900엔짜리 방한복을 출시했다. 무려 2600만장이나 팔렸다. 2006년에는 여성 스키니진을, 최근에는 흡습발열소재인 히트테크를 도레이와 공동으로 개발해 2800만장이나 팔았다.
셋째, 철저한 현장중심주의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실제 어떤 물건이 팔리는지 같은 모든 정보는 현장에 있다. 보통 점포가 100개가 넘으면 상품, 구매, 물류, 정보를 일방적으로 통행시킨다. 그러나 유니클로는 상권의 특성, 지역 환경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점장에게 발주량 조정, 상품진열, 점포운영, 판촉권한 등을 부여했다. 그 배경에는 야나이즘이라 불리는 자주독립경영이 자리하고 있다.
넷째,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과 교육시스템이다. 다른 곳은 비정규직을 채용할 때 여기기는 지역한정정규사원 (전근 등이 없는 정규사원)을 5천명 채용하는 등 정규직을 안정적으로 채용한다. 인재를 유니클로 대학에서 단기 속성으로 교육한다. 이 교육을 받으면 점장 되는 기간이 짧게는 1년, 평균 2년 정도 걸린다. 철저한 OJT 교육도 실천한다.
다섯째, 마케팅 전략이다. 고객이 아니라 상품에 포커싱을 하는 타깃팅 전략을 구사한다. 베이직에 카테고리를 맞춘다. 이들은 “생활필수품과 패션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포지셔닝을 했다. 옷이나 패션은 레드오션이지만 그 중간은 블류오션이라는 것이다. 바바셔츠가 대표적이다.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속옷에 패션이란 가치를 부여해 블루오션을 창조했다.
일본 최고의 온천 구로카와도 배울 점이 있다.
일본은 온천대국이다. 전국에 무려 3139개의 온천이 있다. 그 중 3대 명천으로 꼽히는 것은 군마현의 구사츠 온천, 기후현의 게로온천, 효고현의 아리마 온천이다. 하지만 일본의 각종 미디어에서 온천 랭킹 1위로 자주 뽑히는 소박하지만 대단한 온천이 있다. 바로 규슈 아소산에서 벳부 가는 야마나미 하이웨이 중간에 있는 구로카와 온천이다. 온천은 수질, 시설, 서비스, 분위기, 역사성 등 종합적 측면에서 평가한다. 단기성과를 내기 어렵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혁신가 고토 데쓰야 덕분이다. 이곳은 원래 여관 20여 개가 있는 도지바 온천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환자들이 요양하는 곳이다. 그저 그랬던 이곳은 1964년 고속도로 개통 이후 잠시 반짝하다 다시 침체되었다. 돌파구를 찾던 고토씨는 전국 관광지를 시찰하면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자연과 공생하는 온천지”로 만들자는 것이 그것이다. 우선 기존 소나무를 뽑아내고 경관이 화려한 활엽수를 자신의 여관 정원에 심기 시작했다. 또 노천탕 유행에 주목해 뒷산에다 동굴탕이랑 암석탕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방관만 했다. 그러자 손님들이 고토의 집에만 모이기 시작했다. 자극을 받은 마을 주민들도 고토씨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고 그의 조언을 따랐다. 우선, 자신의 여관이 잘 되려면 온천 전체가 잘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온천 마을 개혁이 시작된 것이다. 각각은 구로카와 여관의 방이고 길은 그 여관의 복도라는 것이 그들의 역발상이다. 좋은 경관을 위해 나무를 심고 노천탕을 만들고 온천 전체의 경관을 하나로 통일했다. 여관 벽은 시골집처럼 황토색으로 칠했고 지붕과 기둥은 검은색으로 통일했고 개별간판과 네온도 가급적 자제했다. 나무를 심을 때도 옆집 경관을 고려해 심었다. 나무나 돌의 배치에도 신경을 썼다. 그러자 마을 전체가 고향마을 같은 정서를 풍겼고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특히 여성들이 늘었고 다시 찾는 리피터고객이 증가했다. 결정적 카드는 공동입욕권이다. 이것만 있으면 어느 여관 노천탕이든 3곳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일본 온천은 여관에 묵지 않고 온천만 이용하는 고객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은 손님이 어디에 묵든 노천탕 이용객을 친절히 대하는데 이런 점이 고객을 감동시켰다. 손님들은 어울려 유카타 차림으로 노천탕 3곳을 순회하는 것을 좋아한다. 요리에도 온갖 정성을 들린다. 특히 저녁식사 준비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미리 준비하지 않고 손님이 도착한 후 시작한다. 요리사는 재료의 산지, 영양성분, 먹는 법, 감상 등을 일일이 설명한다. 이곳은 현재 연간 100만 명이 다녀간다.
혁신 중 가장 힘든 것은 학교 혁신이다.
그런 면에서 시나가와 여자학원 혁신은 공부할 만하다. 우루시 시호코 교장이 오기 전까지 이 학교는 엉망이었다. 입학생이 한 학급에 5명에 불과해 폐교 직전까지 갔다. 우루시 교장은 이 학교를 7년 만에 도쿄대학 입학생을 배출하고 지원자가 수십 배 늘어난 일류학교로 변신시켰다. 무엇을 어떻게 한 것일까?
우선, 학생들이 싫어하는 것은 전부 바꾸고 학교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은 모두 없애기로 결심한다. 우선 외형부터 바꾸었다. 여자중고등학교를 여자학원으로 바꾸었다. 노후 건물을 밝고 화사한 현대식 건물로 단장했다. 두발규정도 폐지했다. 교복과 가방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예쁜 디자인으로 학생들 스스로 바꾸게 했다. 개혁방식은 단순하다. 모든 아이디어를 실천해 보는 것이다. 그러다 맞지 않거나 학생들이 반대하면 포기한다. 무엇보다 실천력과 스피드를 중시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변화다. 그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란 뻔한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너희가 여성으로서 독립할 나이인 28세 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 지금부터 찾아보라”고 호소했다. 일본은 남녀차별 심하다. 출산 이후 퇴직비율이 74%에 이른다. 이런 사회적 환경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지금부터 고민하라는 것이다. 또 이를 도와주기 위해 라이프디자인 교육을 시켰다. 자기 일생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진로를 선택하고 결심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배양하고자 기업과 협업하는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 제도를 도입해 학생 스스로 기획, 프리젠테이션, 개발을 하도록 이끌었다. 또 국제무대 활동에 필수적인 영어교육에 힘을 쏟았다. 우루시 교장은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학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생들 스스로 동기부여 스위치를 켤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도하는 것이다. 이 학교는 1년에 7번 개별 면담을 한다. 5번은 학생 본인과 2번은 학부형과 면담한다. 개개인이 스스로 목표 설정하도록 도와준다. 우루시의 3 가지 신념은 이렇다. 사람은 바꿀 수 없다, 목표는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설정하는 것이다. 사람은 관리할 수 없다. 다만 환경을 바꾸어주면 행동이 변하고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교토 게이샤시스템에서 배우는 경쟁력도 재미있다.
니시오 구미코란 고베 대학 경영학 박사는 교토 하나마치 경영학이란 책에서 교토 하나마치의 경쟁력에 대해 얘기한다. (하나마치: 전통 게이샤들이 모여 있는 유흥가) 왜 다른 곳은 다 소멸했는데 유독 하나마치가 교토에서는 번성하고 있는 가를 연구한 것이다. 이곳에는 일본의 젊은 여성들뿐 아니라 외국인까지 지망한다. 현재 교토에는 5개의 하나마치가 있다. 게이샤의 가무와 요리를 즐기는 좌석을 제공하는 장소 오차야가 165개 있다. 280명의 게이샤가 있다. 특이한 것은 오차야란 시스템이다. 오차야는 게이샤나 요리사를 직접 거느리지 않고 전부 아웃소싱을 한다. 게이샤는 게이샤의 능력을 함양시키는 오키야란 곳에 소속되어 가무와 예기를 연기한다. 물론 요리만 전문으로 하는 곳도 있다. 요정이 수직통합이라면 하나마치는 철저한 수평분업 시스템이다. 효율극대화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분할(unbundling) 시스템이다. 오차야의 경영자인 오카상은 서비스 극대화를 위해 게이샤와 요리 등 서비스의 모든 구성요소를 분해해 아웃소싱하고 이를 다시 조합(rebundling)하여 최고의 서비스를 창출한다. 오카상이 얼마나 독창적 감수성으로 서비스를 코디테이트 하느냐에 따라 사업 성패가 달라진다. 게이샤가 소속된 오키야와 게이샤, 요릿집은 오카상의 부름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독자적 전문성도 확보하고 고객에 대한 정보 수집도 한다. 게이샤들은 실력으로 승부한다. 오차야는 고객이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파악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하나마치는 처음 오는 손님은 거의 받지 않는다. 일종의 멤버십 시스템이다. 단골고객이 오차야에 와서 편안하게 쉬고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검증되지 않는 고객은 받을 수 없다는 논리다. 더 중요한 이유는 손님의 취향을 알아야 거기에 맞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고객 입장에서는 오차야의 단골이 되면 그곳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까지 누릴 수 있다. 대신 고객은 가격이 얼마인지 모른다. 일단 고객이 오차야에 들어오면 오카상이 알아서 음식값, 게이샤의 가무에 대한 값과 팁, 교통비 등 모든 비용 일체를 대납하므로 현금이 없어도 상관이 없다. 서비스 가격이 얼마인지는 보통 2-3개월 후에 알려주며, 지불방식도 1년에 2-3번 정기적으로 정산한다. 게다가 고객과의 장기거래 실적이 가격에 반영되는 완전한 신뢰거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알기 위해서 오카상은 게이샤와 요릿집에 대한 정보를 소상히 파악해야 하며 이들에 대한 평가 역시 철저하고 냉정하게 한다. 게이샤들도 오카상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가무, 차, 꽃꽂이 등 기본 교육을 받는다. 실기 교육은 선배인 오네상에게 받고, 현장 실습은 오카상에게 받는다. 해마다 정월이면 게이샤의 지난해 매상 랭킹을 발표해 경쟁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나마치는 최강 클러스터를 자랑하는 산업 공동체와 같다. 업계를 지탱하는 소중한 경영 자원인 게이샤를 업계 전체가 매달려 육성하는 셈이다.
일본에서 가장 소중한 5 개 회사의 얘기도 벤치마킹할 만하다.
2008년 일본에서 가장 사랑 받는 회사란 책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호세이 대학에서 중소기업을 연구하는 저자 사카모토 코지 교수가 일본 기업 6000개를 방문한 끝에 얻은 결과다. 경영자들은 어려운 이유를 주로 외부에서 찾는다. 하지만 99.9%는 내부에 원인이 있다. 그가 말하는 경영자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모두 사람이다. 그는 “다섯 사람에게 사명과 책임을 다하는 것, 다섯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활동이 바로 경영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다섯 사람이란 첫째, 사원과 가족이다. 사원이 행복해야 고객에게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거래처 기업과 하청기업 직원이다. 적자를 하청업체에게 떠넘기면 안 된다. 셋째, 고객이다. 넷째, 지역사회 주민이다. 다섯 째, 주주다. 위의 네 사람을 행복하게 하면 주주는 자연적으로 행복해진다.
첫째, 일본이화학공업주식회다. 도쿄 오타구에 있다. 분필, 색연필 등 친환경 문구를 만든다. 2009년 일본문구대상을 받았다. 이 회사가 만든 가루가 날리지 않는 분필은 30%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50년 전 어쩔 수 없는 일 때문에 2명의 신체장애여성을 받았다. 근데 이들이 아주 행복하게 일하는 모습을 본 사장은 전 직원의 70%를 장애인으로 채웠다. 또 장애 특성에 맞게 작업방식을 고안해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냈다. 저자가 방문했을 때 차를 내준 여성도 50년 전 채용된 바로 그 여성이었다.
둘째, 이나식품공업주식회사다. 이 회사의 이념은 “좋은 회사를 만들자”이다. 단순하다. 이들이 말하는 좋은 회사는 적이 없는 회사다. 적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섣불리 유행과 경기에 휘둘리지 않도록 100년 달력을 걸어놓는다. 적어도 100년은 시야에 넣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무 제조업체인데 48년간 매출과 이익을 늘려왔다. 2009년 일본 시장 80%, 세계시장 15%를 차지한다. 이 회사는 성장을 반기지 않고 대신 나이테 경영을 주장한다. 급하게 성장하면 악영향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굵은 고목에는 수많은 나이테가 있다. 아무리 자연환경이 나쁜 해에도 나이테는 반드시 생긴다.” 사장의 말이다. 기업의 성장이란 직원들의 행복합계가 커지는 것이다. 매출이 늘어난다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적정한 이윤을 내고 그 이윤을 바르게 씀으로써 회사 직원들은 물론 외부사람들까지 이 회사가 성장했구나 하고 실감할 때 비로소 그 기업은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사기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기계는 스펙 이상 일을 해낼 수 없지만 사람은 사기가 충만하면 능력의 3배까지 발휘할 수 있다.
셋째, 나카무라 브레이스공업. 의수, 의족을 제조 판매한다. 이념은 “온리원 기술로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이다. 이 회사 나카무라 사장은 세상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한다. 세계 30개 나라로부터 주문이 온다. 인구 400명뿐인 사마네현 오모리쵸에 있다.
넷째, 류게츠이다. 과자 회사다. 이 과자는 맛있고 값도 싸다. 이 회사는 지역밀착경영의 대표다. 홋카이도 도민들의 절대적 사랑을 받고 있다. 정규직이 70%에 이른다. 전국에 매장을 내라고 권유 받지만 사장은 “우리 회사는 과자를 파는 회사지만 동시에 홋카이도의 정서를 파는 회사이기 때문에 여기를 떠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섯째, 스기야먀후르츠 과일가게다. 시즈오카현 후지시에 있다. 선물용 과일판매에 특화해 성공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선물용 과일판매를 하는데 고급 머스크멜론을 1년에 8천 개 팔았다. “정성을 다해 만든 선물 꾸러미”덕분에 주문이 쇄도한다.
“경기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이테크 상품이든 로테크 상품이든 고객이 사고 싶어하는 상품을 만들어 제안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경영을 해야만 가능하다. 게다가 어떤 업종이든 어떤 기업이든 가능하다.”저자의 말에 나 역시 동감한다. 나는 우리가 이만큼 사는 것에는 일본의 기여가 크다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우등생 옆에 있으면 그 자극으로 어느 정도 공부를 잘하게 되는 이치와 비슷하다. 요즘 도요타가 어려워지고 일본이 장기불황에 빠지면서 일본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끊임없이 그들로부터 배우고 자극 받아야 한다. 이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한 근태 소장 (한스컨설팅)>
[삼성경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