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13. 2. 23(토) 7시
산행거리 : 20km
산행시간 : 오전 10시 30분~오후 7시 (8시간 30분)
산행코스 : 삼공리탐방지원센터~백련사~향적봉~중봉~오수자굴~백련사~삼공리탐방지원센터
이번 산행은 계획했던 것보다는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하였다. 산행계획을 세우면서 인터넷서핑을 하였는데, 살펴본 여러 개의 산행일지들은 대체적으로 6시간 정도 걸렸다고 한다. 그래서 넉넉 잡아서 7시간 산행으로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웬걸, 8시간 반이나 걸렸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탱자탱자 놀면서 산행을 했던 것도 아니다. 빡센 산행이라 사진 찍는 것까지 삼가하면서 휴식도 거의 취하지 않고 산행을 진행했다. 내려올 때는 거의 날다시피해서 걸었다. 다들 쉬자는 소리를 하지 않으시고 호응을 잘해주셨다. 그럼에도 하산하는 데 3시간 30분이나 걸렸다. 그런데 산행이 끝나고 일지를 작성하면서 발견한 또 하나의 산행일지! 거기에는 우리와는 거꾸로 돈 코스이기는 하지만 산행시간이 10시간으로 나와있다. 아뿔싸! 이게 왜 이제 발견되었지!! 일행 중 한 명이 차를 가져가서 그렇지 잘못했으면 서울로 올라가지 못할 뻔 했다.
아침에 사당역에서 만나 7시 정각에 출발했다. 무주에 들어서니 곳곳에 설화들이 피어 있다. 덕유산에도 설화가 피어 있겠지 하는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무주구천동주차장에 도착한 것이 10시 20분경. 준비를 마치고 10시 30분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오늘 산행일정이 빠듯해서 올라갈 때는 가급적 사진을 찍지 않기로 했다. 구천동에서 백련사까지는 하산할 때도 같은 길을 걸으니, 그 때 찍기로 했다. 하지만 세상만사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법. 산행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내려올 때는 사진 찍을 겨를이 거의 없었다. 구천동계곡에는 설화들이 많이 피어 있었는데 이 설화를 많이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
백련사까지는 거의 평지길이라 생각했는데, 절반을 넘어서니 경사가 약간 있다. 6km가 넘는 길을 1시간 50분 정도 걸려서 백련사에 도착했다. 백련사 사진은 하산 때 찍기로 하고 삼성각 옆으로 해서 향적봉으로 올랐다. 향적봉을 오르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급경사이다. 빡세도 너무 빡세다. 어머니와 함께 산행에 나선 다 큰 딸이 연신 어머니에게 불평을 해댄다. "왜 다왔다고 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느냐!"면서 남자 동료에게 짜증스레 항의를 하는 아가씨도 있다. 어떤 아가씨는 아예 남자의 지팡이손을 잡고 오른다. 한 명은 뒤에서 밀고 한 명은 앞에서 당기고. 나도 옛날에는 저런 일, 많이 해봤는데. 이제는 내 한몸 건사하기 힘들다. 이들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오르는데, 함께 간 산우님들은 저 멀리 달아나서 뒷꽁무니도 보이지 않는다. 이 코스는 힘만 들고 볼거리는 별로 없다. 권장할 만한 코스는 아닌 것 같다. 곤돌라 타고 올라가는 것이 싫어서 이 코스를 선택했는데, 다음에는 다른 곳으로 올라야겠다. 정상이 가까와지면서 주목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볼거리도 하나씩 둘씩 나타면서 내 눈을 만족시켜준다. 그리고 조망도 트이기 시작한다. 가쁜 숨 몰아쉬면서 3시 5분경 정상에 도착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산우님들은 보이지 않는다. 산우님들이 너무 오래 기다릴까봐 주위를 돌아보며 사진을 몇 장만 대충 찍고 점심을 먹기로 한 대피소로 내려간다. 산우님들을 찾아 여기저기를 기웃기웃 살피나 보이질 않는다. 난감해진다. 대피소를 돌아 화장실쪽으로 가려다 대피소 안을 한번 살펴보았다. 거기에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그런데 식사는 이미 파장 분위기다. 내가 가져간 밥과 반찬은 꺼내지도 못하고 앞에 놓여 있는 밥을 시락국에 말아 후루룩 마시고 몇 분만에 식사를 끝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하산길에 나선 것이 3시 30분.
아직 남은 일정은 11.5km. 어두워지기 전에 하산을 완료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향적봉에서 중봉까지는 주목군락지라 사진을 찍을 곳이 많다. 하지만 하산길이 급하니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하였다. 함께 산우님들께, 미안한 마음 그지 없다. 속으로 얼마나 욕을 하실까? 3시 57분경에 중봉에 도착하여 덕유산 주능선을 한번 조망하고 오수자굴 가는 길로 내려선다. 한참을 내려가니 자그마한 굴이 하나 보인다. 밖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얕으막한 굴 안을 살펴보니 얼음송곳이 여기저기 솟아 있다. 천정에서 떨어진 물이 얼음이 되어 켜켜이 쌓인 것이다. 커피 한 잔을 끓여먹고 서둘러 하산을 시작했다. 허공님이 앞에서 내빼니 다들 쉬자는 소리를 하지 못하고 따라잡기 바쁘다. 뭔 놈의 길이 이리도 먼지, 가도가도 끝이 없다. 잎이 댓발 나올 무렵 백련사가 보인다.
5시 38분에 백련사에 도착하였다. 플래카드를 꺼내 정상에서 찍지 못한 인증샷을 뒤늦게나마 한 장 박았다. 올라올 때 피어 있던 설화들이 녹아서인지 많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내려올 때 찍기로 한 사진은 생략할 수밖에 없었다. 날씨가 벌써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눈빛에다 보름이라 랜턴을 킬 필요는 없었지만 야간산행까지 한 셈이다. 삼공리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한 것이 6시 50분, 10분을 더 걸으니 저기 앞에 우리가 타고온 차가 보인다. 야호! 이제 산행이 끝났다.
<삼공리탐방지원센터에서 향적봉 가는 길>
백련사 일주문 앞에서
겨우살이
향적봉 바로 밑에서 바라본 중봉
당겨본 중봉
향적봉 바로 밑에서의 조망
중봉과 향적봉대피소
향적봉 정상
향적봉 정상표지석
향적봉 돌탑
향적봉에서 바라본 설천봉
당겨본 상제루
<대피소에서 중봉 가는 길>
대피소에서 바라본 향적봉 정상
향적봉대피소에서 바라본 삼봉산, 수도산(??)
대피소에서 바라본 향적봉 정상
당겨본 향적봉 정상
향적봉에서 중봉 가는 길의 암석군
중봉을 바라보며
고사목과 그림자, 누구의 키가 더 클까?
뒤돌아본 향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