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봄날씨와 쌀쌀한 꽃샘추위에도 올해는 꽃소식이 빠르다고 한다. 차창밖으로 섬진강을 따라 노랑물감 하양물감을 풀어 놓은듯 이미 봄색으로 흠뻑 젖어있는 백운산 자락의 광양과 강건너 지리산 자락의 하동이 계절의 순환을 어김없이 맞춰주는 조물주의 힘에 다시 한번 오묘함을 느끼게 한다.
쫓비산 산행 입구인 관동리에 10시30분경 도착. 어제의 쌀쌀한 바람과는 달리 금빛살처럼 부셔져 내리는 햇살은 환하고 마을길을 따라 등로로 올라서니 이미 마음은 알큰한 매화향에 콧끝은 바람에 실려온 향기로 묻혀져 가고 있었다. 차디찬 겨울을 이겨낸 꽃망울이 향기롭게 꽃을 피웠다. 겨우내 그리웠던 향기가 이리도 아름답게 전해지다니... 가까이 보니 낮에 빛나는 꽃별들이다. 옛선비들의 글엔 (梅一生寒不賣香) 매화는 일생을 추위에 떨어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했다. 곧은 절개와 흐트러짐 없는 지조를 상징한 글이다.
매실농원을 양쪽에 두고 가파르게 포장된 긴 농로를 따라 호기롭게 시작되었던 발걸음은 활짝 핀 매화꽃과는 다르게 점점 무거워지고 포장길 끝으로 다시 끝없이 더 가파르게 올라서는 계단에 거친 숨소리로 다리까지 후들 후들 거린다. 언제쯤 편한 숨을 쉴 수 있을까? 고연히 선택한 A팀이였나 갈길이 겁이 난다. 몇번을 멈추며 숨을 몰아쉬고 배딩이제 고개 마루에 간신히 올라서니 머리속이 띵~~ 마음속으로 타협이 시작된다. 이제 온전한 산행은 무리인 것 아닐까 ... 십여년 전에도 이 길이였는데 ?? ... 속절없는 세월에 체력은 고갈이 되었나부다. 힘이들긴 마찬가지텐데 회장님께서 다섯명의 부진한 여회원들을 이끌어 주시느라 너무 수고를 많이 하신다. 죄송하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고 .. 회장님~ 고맙습니다.^^~
다시 힘을 모아 갈미봉으로 오르는 등로는 흙먼지가 날리긴 해도 포장길보다는 훨씬 힘이 덜 든다. 갈미봉에서 부터는 부드러워진 능선으로 높낮이가 별로 차이없이 순탄한 등로로 이어지다 보니 여유도 생긴다. 오른쪽엔 백운산 억불봉이 우뚝 솟아 우람하게 동행을 해주고. 왼쪽으론 아름다운 섬진강 흰 모래밭이 발밑으로 길게 아른거리며 따라온다. 섬진강 넘어로 지리산자락의 성제봉도 멀리 아련하고... 이제는 숨이 멎을 것 같던 조금전의 고행은 차츰 사라지고 여유가 생긴다. 여회원들은 회장님께 거침없이 기념샷도 부탁하며 봄날 산행을 한껏 만끽해본다.
거무칙칙했던 겨울산들은 어느새 멀끔히 세수하고 물기 오른 히뿌연 모습으로 봄단장에 숲속은 분주하다.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뽀쁘로롱. 뽀로롱 ~ 맑고 청아한 새소리에 봄의 아름다움이 새삼스럽다. 키큰 진달래 나무가 마알간 숲속에서 꽃분홍 꽃잎으로 곱게 수 놓으며 환하게 반겨준다.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얼굴을 상콤하게 스치며 지나간다. 그 꽃길을 사뿐히 걷다보니 바람제도 가뿐히 지나고 ... 역시 오늘 A팀 선택하길 잘한것 같다는 변덕스러운 생각이다. 초입에선 힘들었지만 봄산을 마음껏 걸었다는 것이 기분좋다.
자박자박 시원한 능선길을 걸으며 꽃분홍 진달래에 한껏 취하다보니 쫓비산(537m)에 드디어 도착했다. 예전엔 없던 널직한 전망대도 설치되어 있고 ... 많은 사람들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바쁘다. 우리들도 많은 사람들 틈에서 기념샷도 남겨보고 ... 청매실 농원에서 이곳 쫓비산 정상까지는 약1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했다. 하산지점까지 약 한시간을 잡고 하산을 한다. 만만하게 생각했던 쫓비산에서 매실 농원까지 하산은 생각보다 가파른 내리막길로 힘든다. 우리 산악회 B팀들이 이곳으로 올라오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30만평 청매실농원은 한껏 피여난 홍매실 청매실 꽃으로 대롱대롱 매달린 히어리로 꽃대궐이 더 화려해진 것 같다. 전국의 상춘객들이 모두 모여 온것 같다. 3년만에 개방된 꽃속에 골목마다 사람들로 외글와글... 온마을은 틈없이 채워진 차량에 음식 냄새에 사람들 소리에 정신이 없는 것 같다. 약4시간 산행후 시원한 막걸리 한잔에 더 행복해진 쫓비산 산행은 그래도 아직은 할만했다.
아침에 회장님께선 모든 회원들이 하루 종일 웃을수 있기를 소망하셨다. 한회장님께서 어설프다며 잠시 잡은 마이크에 ,... 막걸리값이 달랑달랑 한데요. 한마디에 우리 회원들 여기저기서 서슴없이 .... 한회장님 깜짝~ 추석까진 풍족하게 걱정없다고... 입이 귀에 걸리셨다. 날씨가 더워지니 자연스럽게 아이스크림 공장도 자금이 충족하게 쌓여진다. 행복한 우리 산악회 아름다운 봄날처럼 사랑도 즐거움도 한충 더 고조되어 가는 것 같다.
봄날.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간줄 알그라.
첫댓글 내려다보이는 온천지가 매화꽃밭, 이름도 특이한 쫓비산 산행은 즐거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순간순간 거쳐가는 곳곳의 의미를 예쁘게 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우리 산악회~
모든 회원들의 단합된 모습들을 보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며 서로를 궁금해하고 반가워하고 웬만한 가족들보다도 더 자주 만나는 우리들...
항상 웃음이 끊이지않는 회원들 모습...사랑하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목빼고 기다리던 산행일지 꼼꼼하게 써주신 박 작가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