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Sentence 文章
문장은 어떤 것을 말과 글로 표현한 최소 단위다. 그런데 다음과 같이 쓰이기도 한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인 그는 위대하고 훌륭한 문장을 남겼다. 여기서 말하는 문장은 글의 가치를 나타내는 수사학적 문장이다. 언어학적 문장의 정의는 ‘관련된 단어의 집합으로 구성된 문법 단위’이고 수사학적 문장의 정의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최소 단위’다. 이 두 정의는 유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르다.
이 정의를 합하여 다시 문장을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문장은 단어를 이용하여 생각, 감정, 사건, 현상 등을 완결적으로 표현한 자립적 표현형식이다. 이 정의는 주어(S) + 서술어(V)로 구성된 문장의 최소 요건을 만족할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의 문장 개념도 만족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립적 표현형식과 최소 요건은 문장의 구성이다. 그렇다면 문장을 구성하는 최소 요건은 무엇인가?
문장에서 주어, 서술어, 목적어, 관형어 등 문법 요소는 생략될 수 있다. 하지만 문장은 내용과 형식의 최소 요건은 갖추어야 한다. 문장의 내용은 그 문장이 나타내는 의미다. 언어는 의사소통과 기록의 수단이므로 언어의 단위인 문장에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내용이 없으면 그것은 문장이 아니고 단순한 발화다. 문장의 형식은 문장이 갖추어야 할 구성요소다.
문장은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성이 필요하다. 가령 ‘사과’라고 발화했더라도, 그 문장의 형식은 ‘철수는 사과를 먹는다’처럼 종결되어 있다. 종결의 형식에 따른 문장의 종류는 쉼표(.)로 끝나는 평서문, 의문부호(?)로 끝나는 의문문, 느낌표(!)와 그 외의 종결형식으로 표현되는 감탄문, 주로 느낌표와 쉼표로 끝나는 명령문, 쉼표와 의문부호로 끝나면서 무엇을 권하는 청유문이 있다. 문장에는 단문과 복문이 있다.
단문은 ‘철수는 사과를 먹는다’처럼 하나의 주어와 하나의 동사로 구성된 문장이다. 복문은 ‘철수는 사과를 먹고 영희는 음악을 듣는다’처럼 복수의 주어와 복수의 동사로 구성된 문장이다. 문장처럼 보이지만 문장이 아닌 것은 절이다. 가령 ‘철수가 사과를 먹어서 영희는 기쁘다’는 ‘철수가 사과를 먹어서’는 문장에 내포된 절이고 ‘영희는 기쁘다’는 문장이다.
이처럼 절(clause, 節)은 글의 의미를 서술하는 단락이고 구(words, 句)는 둘 이상의 단어가 모여 절과 문장을 구성하는 부분이다. 단어와 형태소가 결합하여 구가 되고, 구와 구가 결합하여 절이 되고, 절이 다른 형태와 결합하여 문장이 된다. 문장의 형태는 주어, 목적어, 보어, 서술어와 같은 일차기능형태와 관형어, 부사어, 독립어와 같은 이차기능형태가 있다. 이런 요소들은 격, 인칭, 태, 시제, 서법 등에 의해서 완전한 문장으로 표현된다.
언어적 문장과 수사학적 문장은 상당히 다르다. 수사학적 문장은 언어적 문장에 각종 장식적 요소를 가미한 글이다. 수사학적 문장은 시, 소설, 수필, 희곡, 평론, 사(辭) 부(賦), 행(行), 기(記), 곡(曲), 명(銘)과 같은 문학작품을 포함하여 설명문, 토론, 논증, 역사기록 등 다양한 양식의 글이다. 따라서 수사적 문장은 S = NP + VP와 같은 구성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언어적 문장과 달리 수사학적 문장은 의미, 형식 이외에 문체(style), 문채(figure, 文彩), 비유법, 음악성, 회화성, 논리, 철학, 사상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가미된다. 그러므로 문장은 절(phrase), 긴 글의 부분을 구성하는 단락(paragraph), 독립된 문학작품(literary work), 완성된 한 편의 글(writing)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다. 문장이 확장된 문장가(文章家)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을 의미한다. 문인(文人)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다.
문장은 ‘문(文)’과 ‘장(章)’이 결합한 명사다. 글(文)의 단락인 장(章)은 음(音)과 십(十)이 결합한 회의(會意) 문자다. 이때 음은 ‘듣기에 즐거운’ 락(樂)과 같다. 그러므로 문장은 편안하고 즐겁게 이해할 수 있는 한 어절이나 한 문장(sentence)을 말한다. 고대 한자어에서 문장을 이루는 십(十)은 (듣기에 좋으면서 이해할 수 있는) 열 개의 단락이 모인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것이 차츰 독립된 단위의 문장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내용과 형식을 갖춘 예술적인 문학작품이라는 의미로 변했다. 한마디로 문장은 ‘뜻이 충분히 표현되면서 언어의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위대한 문장’, ‘지적인 문장’, ‘훌륭한 문장’은 글의 내용과 형식이 통일된 문장을 말한다. 좋은 문장은 상호 조화, 비단 같은 문양(紋樣), 결이 고운 문채(文彩), 씩씩하고 굳센 기상, 청신한 기백, 주제와 내용의 선명함, 사상과 철학적 가치, 묘사의 형상성, 이치인 문리(文理) 등이 잘 갖추어진 글이다. (충북대 명예교수 김승환)
*참고문헌 劉勰, 『文心雕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