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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 있는 트라피스트 봉쇄수도원 가는 길목에 위치한 수정공소 수요일 오전인데 공소의 문은 굳게 잠겨있었습니다. 잠시 성모앞에서 성모송바치고.....
수정리에서 바라 본 마산 앞바다
수정리 바닷가 근처에서 바라 본 수도원의 모습 수녀님들의 자태마냥 단아한 모습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수도원 입구에 들어서면 귀여운 땅개가 낯선이의 방문이 탐탁치 않은지 마냥 짖어댑니다. 손짓하며 다가가서 가슴을 쓸어주니 바로 친구가 됩니다.
차소리도 시끄러울세라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히 올라갑니다.
수도원의 웅장한 건물이 늦은 아침 햇살에 도도한 모습으로 자태를 선보입니다. 수도원 십자가 아래가 종탑입니다. 성당 제대 앞으로 줄이 연결되어 기도 전.후에 수녀님들이 돌아가면서 타종하십니다. 타종하시는 수녀님들의 몸짓과 종소리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5일 동안 기도하고 독서하며 주님과 행복한 동행을 했던 방 먼지 하나도 찾을 수 없습니다. 방마다 개인 샤워실이 있어 참 좋습니다.
오로지 주님 안에 머무르라는 무언의 말씀처럼 굳게 닫힌 창문. 주차장의 차도 주인의 피정을 지켜주려는 듯 침묵으로 부복합니다.
수녀님들은 3시 30분에 일어나시어 종소리가 울리면 3시 50분부터 독서기도에 들어갑니다. 새벽보다 먼저 울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성당에 올라가 수녀님들의 기도에 함께 합니다. 새로운 날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하루를 소중하게 봉헌하려는 엄숙함에 심장도 멋은 듯합니다.
방에 내려와 정리를 마칠 시간이면 5시 30분에 성당 종이 울리고 아침 기도와 묵상 그리고 짧은 쉼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6시 30분에 미사가 봉헌됩니다. 미사땐 봉쇄구역을 알리는 성당의 낮은 가림막 중앙문이 상징적으로 열리고 영성체 시간에 세속과 수녀님들의 통교가 조심스럽게 이루어집니다.
미사 후엔 수녀님들이 직접 재배하고 준비하신 아침을 먹습니다. 아침을 먹고 잠시 책을 뒤적이면 8시 20분에 3시경을 알리는 종소리 그리고 계속되는 수녀님들의 아름다운 기도... 이후 수녀님들은 봉쇄구역 안에 있는 일터로 가십니다.
성경읽고 성당에서 묵상하다보면 금새 시간은 흘러 11시 50분에 6시경 그리고 점심식사입니다.
잠시 졸음과 싸우는 사이 오후 2시에 9시경과 함께 수녀님들은 또 일터로 가시고..... 5시 10분부터 저녁기도와 묵상 그리고 저녁식사입니다.
석양이 수도원 담장을 기어오르는 7시 40분이 되면 마침기도가 시작됩니다. 기도가 끝나갈 무렵엔 성당의 불이 하나씩 하나씩 모두 꺼지고 고상을 밝히는 작은 등불만 희미하게 켜집니다. 전등 하나 하나 끄고 켜짐 자체가 수녀님들의 고결한 뒷모습과 어울려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는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이어 그레고리안성가로 불려지는 성모찬송가의 아름다움은 차라리 처연한 음률이 되어 마음 깊은 곳까지 예리하게 파고들고 삶의 아픈 기억들을 농도 짙게 정화합니다. 하루의 모든 기도가 끝나면 수녀님들은 발소리도 들리지 않게 고개를 살짝 숙이신 그모습 그대로 성당을 나가시고 수도원의 모든 불들이 꺼지지만 성당안에 홀로 남은 은총의 죄인은 기도의 깊은 울림이 어둠에 묻힐 때까지 화석화된 영혼을 때리고 부수어 예수성심의 빛이 온 몸에 스며드는 기쁨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러 방으로 돌아옵니다.
성당 창문 사이로 달빛이 스며들어 밖을 보니 참 맑고 단아한 보름달이 기도하는 이의 영혼을 위해 수호천사처럼 비춰주고 있네요.
가끔씩 십자가의 길을 걷습니다. 수녀님들의 엄격함에 단련된 듯 모기에 물리면 장난이 아닙니다.
성모상 주위엔 수국도 파란 그리움으로 성모님을 향해 피었습니다.
고운 모습의 성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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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좋네요~~
저절로 침묵하게되네요^
참으로 여기가 하느님의 나라가 아닌가 싶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