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빈축을 사다[西施嚬目]’의 유래
서시빈목(西施嚬目)은 서시가 눈살을 찌푸린다는 뜻으로, 곧 쓸데없이 남의 흉내를 내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됨이나 영문도 모르고 남의 흉내를 냄을 의미하며, 남의 단점을 장점인 줄 알고 본뜸의 비유입니다.
춘추시대 말엽, 오(吳)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한 월왕(越王) 구천(勾踐)은 오왕(吳王) 부차(夫差)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절세의 미인 서시(西施)를 바쳤습니다.
서시(西施)는 원래 월나라의 가난한 나무꾼의 딸이었는데 기가 막히게 빼어난 용모를 갖추고 있었으며, 서시의 미모는 널리 소문에 퍼져 오나라 왕 부차에게 미녀를 바쳐 미인계를 쓰고자 했던 범려가 그녀를 한 번 보고 즉시 궁전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서시의 얼굴이 얼마나 예뻤던지 그녀를 한 번이라도 보고자 하는 구경꾼들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기 때문에 서시를 태운 수레는 길이 막혀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겨우 사흘만에 궁전에 도착했는데 그녀를 본 궁전의 경비병이 그 아름다움에 빠져 기절해 버렸다고 합니다.
그 후 서시의 얼굴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범여는 그녀를 구경하는 데 일 전씩 돈을 내도록 했는데 돈이 산처럼 쌓였다고 하며, 그 돈은 무기를 만들고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범여는 서시를 극진하게 대우해주었으며 3년간에 걸쳐 문장을 가르치고 예절을 배우도록 하는 특수 훈련을 시킨 후 오나라 왕 부차에게 보내졌는데 부차는 첫눈에 서시에게 완전히 반해버렸습니다. 그 후 부차는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하게 했고, 특히 그녀가 뱃놀이를 좋아 했기 때문에 대운하 공사를 벌였으며 이는 오나라 국력을 낭비시키고 높은 세금과 강제노역으로 백성들을 심하게 괴롭히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서시는 오나라 왕 부차의 넋을 빼앗아 부차는 정사를 돌보지 않고 사치와 환락의 세월을 보내고 되었고 이 틈에 월나라는 무섭게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서시는 어릴 적부터 가슴앓이병이라는 지병이 있었는데 가슴이 아플 때마다 얼굴을 몹시 찡그렸는데, 그 찡그리는 모습은 오히려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아름다운 자태로 나타났으며, 부차도 그 찡그린 모습에 완전히 넋이 나갈 정도였습니다.
이 소문이 궁중 밖으로까지 퍼지자 어느 시골의 아주 못생긴 추녀(醜女)가 자기도 찡그리면 예쁨을 받을까 하여 항상 얼굴을 몹시 찡그리고 다녔습니다. 그러자 인근 동네 사람들이 그 추녀의 찡그린 모습에 모두 이사를 갔다고 하니 이를 효빈(效嚬 : 찡그린 것을 본뜬다)이라 했습니다. 또한 ‘빈축(嚬蹙)을 산다.’는 말도 여기에서 유래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