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 여러분들! 추석 명절 잘 보내셨나요? 후덥지근한 날씨가 예년과 같지 않은 데다 歲時風俗(세시풍속) 또한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전통적 풍습(風習)이 유지되고 있는 듯합니다. 저 또한 아이들과 함께 간소화한 차례상을 차려놓고 政山에게 술 한잔 올렸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엊저녁에 떠오르는 대보름달을 직접 보지 못하고 TV가 전해주는 달을 대신 보았습니다.
흔히 ‘팔월 대보름달’ ‘한가위 대보름달’이라고 부르는 음력 8월 15일인 추석의 보름달은 다른 달과는 달리 달 속에서 토끼가 방아 찧는 그림이 등장입니다. 후대에 이를 응용하여 두 마리 토끼가 방아 찧는 모습이 많이 등장합니다만 그 시조인 原版(원판)은 위에 제시한 그림으로, 古代(고대) 黃河文明圈(황하문명권)의 왕인 天子의 12章服(장복)에 그려진 그림입니다.
그 12장복의 유래는 지금부터 4천 년 전, 그러니까 지구의 대홍수 시기를 전후한 시점에 帝位했던 堯(요)임금과 舜(순)으로부터 비롯합니다. 요임금이 천문을 살펴 일 년 366일과 12달에 윤달을 넣어 책력을 補正(보정)하고 크게 농사에 도움을 주고자 했으나 대홍수로 책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됩니다. 요임금은 禹(우)를 등용하여 새롭게 治水(치수)사업을 맡기고 동시에 30세의 젊은 舜(순)을 등용하여 治水와 함께 민생안정에 전력 질주하도록 합니다. 순임금은 在位(재위)하면서 요임금이 완성한 책력을 다시 한번 검증한 뒤 제반 제도들을 두루 정비합니다. 그리고 20여 년 만에 홍수가 완전히 다스려진 뒤 禹(우)를 四岳의 총괄 책임자인 재상으로 삼고, 그 아래 21인[九官十二牧]의 최고 책임자들을 임명합니다(『虞書(우서)』 舜典(순전)편). 그리고 『虞書(우서)』의 끝 편인 益稷(익직)편을 보면, 禹에게 다음과 같이 명을 내립니다.
“신하는 짐의 고굉(넓적다리와 팔)과 이목이 되어야 하니, 내가 백성을 좌우로 돕고자 하거든 그대가 보필하며, 내가 사방에 힘써 베풀고자 하거든 그대가 해야 하며, 내가 옛사람의 상을 관찰하여 해와 달과 성신과 산과 용과 꿩을 그림으로 그리며, 종이와 수초와 불과 분미와 보와 불을 수놓아 다섯 빛깔로써 오색의 비단에 밝게 베풀어 옷을 지으려 하거든 그대가 밝혀주라(帝曰臣은 作朕股肱耳目이니 予欲左右有民이어든 汝翼하며 予欲宣力四方이어든 汝爲하며 予欲觀古人之象하여 日月星辰山龍華蟲을 作會하며 宗彛藻火粉米黼黻을 絺繡하여 以五采로 彰施于五色하여 作服이어든 汝明하라)”고 했습니다.
이때서야 비로서 신분에 따른 禮服(예복)이 완성되었기에 『千字文』에서 ‘始制文字’의 바깥짝으로 ‘乃服衣裳’을 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千字文』에서 순임금을 그 姓인 虞(우)를 따서 ‘有虞(유우)’라 했듯이 虞舜(우순)의 명에 따라 그 衣裳(의상)의 법도가 만들어졌기에 12장복을 ‘有虞十二章(유우십이장)’이라고도 합니다. 의상의 그림과 관련된 구체적인 설명은 졸저 『서경대관』 제1책 제1권 虞書 256쪽~260쪽 참조하시고, 여기서는 천자의 복장에만 쓸 수 있는 日月星辰만을 설명합니다. 복장의 그림과 관련해 인터넷상의 여러 글들을 보면, 거의 대체로 道家的인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설명하는데, 政治學(정치학)인 儒學(유학)은 實證學問(실증학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아야 합니다. 12장복의 문양은 天地人 三才의 이치를 근본으로 한 천문역법인 책력의 원리와 함께 사람이 중시해야 할 가치를 상징적으로 담아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해 속의 三足烏와 달 속의 방아 찧는 토끼, 그리고 三星은 모두 하늘의 상징물이면서 天地人 三才를 주관하는 으뜸가는 하늘이라는 뜻이자 하늘의 아들인 天子의 상징을 담아냈습니다. 또한 해와 달은 구름 위에 그려 하늘에 있음을 상징했고, 해가 먼저이고, 다음은 태양의 피사체인 달과 별의 운행이 이뤄지며 빛나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日]인 太陽☰ 안에 ‘다리가 세 개인 까마귀’와 太陰☷인 달[月]의 안에 다리가 네 개인 토끼를 그린 것은 『周易』 說卦傳(설괘전)에 공자가 정리한 ‘參天兩地法(삼천양지법)’인 ‘天圓地方(천원지방)’의 원리가 투영되었습니다. 天圓地方은 天地를 圓方의 도형으로 상징하여 지름을 一로 할 때, 하늘은 둥글기에 둘레는 三이면서 모든 일을 주관하여 참여하기에 참여한다는 參을 써서 셋을 나타내고, 땅은 하늘인 낮과 밤의 陰陽의 盈虛消息(영허소식)에 따라 生長收藏을 주관하므로 銀河水(은하수)인 하늘의 강물을 따라 움직이는 떼배인 方을 써서 네모라 했습니다. 一을 지름으로 하는 네모의 둘레는 四이나 素數(솟수)’로 나타내면 둘 둘하여 兩地라고 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千字文』의 첫 문장인 ‘天地玄黃(천지현황)’이자 『周易』 坤䷁괘 文言傳의 ‘天玄而地黃’의 뜻이 담겨진 것입니다.
곧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 달린 새를 그리되 天玄을 상징하는 까만 새인 까마귀에 다리 셋을 그려 하늘을 상징했고, 발가락 수 또한 세 개로 다리가 셋이므로 전체 발가락의 수는 太陽數인 九를 나타내 三足烏는 곧 太陽을 상징합니다.
달은 秋收(추수)가 시작되는 음력 팔월의 대보름달을 상징하는 것으로 땅 위에 추수의 풍요로움을 담아낸 것입니다. 토끼의 귀 두 개를 서남방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여 그린 것은 입추인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 점점 陰으로 기울어진다는 뜻입니다. 다리 넷과 귀 둘을 합하면 老陰數 六을 나타내 곧 太陰인 달을 상징함을 볼 수 있습니다. 옥토끼인 흰 토끼의 다리 넷은 兩地인 땅의 상징이며 흰색은 가을의 색이자 달은 黃金色이므로 가을이 되어 大地에 곡식들이 익어 황금색을 이룬다는 뜻입니다. 또한 ‘토끼 방아 찧는다’는 말이 남녀관계를 속물적으로 표현하는 데 쓰일 정도로 토끼는 발정력이 뛰어나고 암컷은 자궁이 두 개로 암수 교미에 매우 능해 토끼 한 마리가 1년이면 새끼 백 마리를 출산할 정도로 多産의 상징입니다. 그러므로 달에 방아 찧는 흰 토끼를 그려 넣은 것은 王天下의 풍년을 기원하는 상징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하나, 해와 달에 까마귀 한 마리와 토끼 한 마리를 그려 넣은 것은, 저 하늘에 태양과 달이 각각 하나이듯이 천자는 오직 ‘하나’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응용된 그림들 가운데 두 마리의 토끼를 그리는 것은 본래의 상징적 의미를 알지 못하고 그렸음을 살필 수 있습니다. 까마귀와 토끼가 동쪽을 향함은 밝음을 향하여 어진 정치를 한다는 곧 仁政의 明治를 지향하는 뜻이기도 합니다. 끝으로 三星은 東方七宿인 心星으로 大火心星으로도 부르는데, 天王의 자리를 뜻하며 가운데 별은 明堂이라고 부르는 별로, 中正의 政事를 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상으로 간략히 살펴보았듯이 해와 함께 그리는 三足烏와 달과 함께 그리는 방아 찧는 토끼와 三星은 모두 천자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천하를 밝게 다스려 풍요롭고 안정되기를 바라는 爲民(위민)의 마음이 가득 담겼음을 볼 수 있습니다.
甲辰年 異常氣象(이상기상)인 폭염 가운데 추석 연휴를 마치며, 그간 책에 정리하지 못하고 강의로만 전달했던 내용을 가다듬어 정리해보았습니다. 도반님들의 학문이 날로 풍요로워지기를 기원합니다.
2024년 9월 18일(음력 8월 16일) 오후에
家苑 올림
첫댓글 세세한 설명으로 삼족오와 방아 찧는 토끼의 의미와 모습을 정확하게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重地坤卦 文言傳 "夫玄黃者는 天地之雜也니 天玄而地黃하리라" 다시 음미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명절 끝나자마자 열공 모드로 진입했군요.
앗? 여기 오타 하나는 바로잡아야 합니다.'天玄而地黃하리라' → '天玄而地黃하니라' ㅎㅎㅎ~~
내일 강의실에서 봅시다!
@法故創新 아이쿠.. '하리라'와 '하니라'는 天地差異입니다. 되새기겠습니다.^^
다시 한 번 복습하니 이젠 정확하게 인지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한가위 즐겁게 보내셨나요?
한가위가 이렇게 더운건 처음입니다.
긴 연휴후 출근은 살짝 몽롱 ㅎㅎ
덕분에 추석 연휴 잘 보냈습니다.
제 아무리 후덥지근해도 지구의 시계는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겠지요?^^
내일 다시 강의실에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