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뒤에 직업 덧붙이기는 O, 직위 붙이기는 X
지난 추석 직전, 한 知人(지인)이 카톡으로 인사말을 보내왔다. 말미에 ‘✕✕교회 아무개 장로’라고 쓰여 있어서 쓴웃음을 지었다.
존칭을 포함한 우리말 호칭은 외국인에게 어렵기로 소문나 있다. 허나 한국인에게도 쉬운 것은 아니다. 남을 부르는 尊稱(존칭), 남을 가리키는 指稱(지칭), 스스로 부르는 自稱(자칭)이 다르고 어디에 써야 語法(어법)에 맞는지 난해하기까지 하다.
호칭의 기본은 남에게는 尊稱(존칭)을, 자신에게는 謙讓(겸양)어를 쓰는 것이다.
위의 예에서 ‘장로’라는 호칭은 남이 불러줄 때는 괜찮은데, 자칭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자로 쓰면 長老인데, ‘한 무리에서 가장 연장자 어른’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 쓰이는 ‘장로’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교회에 오래 다닌 독실한 신자에게 교회가 부여하는 일종의 位階(위계)다. 그러니 ‘✕✕교회 장로 아무개’라면 몰라도, ✕✕교회 아무개 장로는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준다.
관직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친서를 쓴다면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써야한다는 얘기다. 朴正熙(박정희) 대통령은 私信(사신)에서 반드시 ‘몇 년 몇 월 몇 일 朴正熙 拜’라고 썼다고 박정희 연구가인 조갑제닷컴 趙甲濟(조갑제) 대표는 저서에서 밝히고 있다.
자칭의 또 다른 예. ‘아무개 판사’, ‘아무개 검사’, ‘아무개 기자’라고 쓰는 것은 괜찮다. 판사, 검사, 기자가 직업의 이름이지, 존칭은 아니니까. 그러나 스스로 아무개 부장판사, 아무개 지방검찰청장, 아무개 편집국장이라고 말하는 것은 고개가 갸웃해진다. 직위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자신을 이를 때 “삼성전자 사장, 아무개입니다”라고 해야지, “삼성전자 아무개 사장입니다”는 스스로 높이는 自尊(자존)이 되는 것이다. 사장이라는 말이 사물 뒤에 붙으면 직책에 불과한 것이지만, 사람 뒤에 붙으면 존칭이라는 얘기다.
牧師(목사)와 敎師(교사)가 문젠데, ‘스승’이라는 뜻의 師자가 들어 있는 까닭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저는 ✕✕교회 아무개 목사입니다”, “✕✕고등학교 아무개 교사입니다”라고 해도 된다고 본다. 직업의 이름으로 정착됐기 때문이다. 다만, “저는 ✕✕고등학교 아무개 교장입니다”는 좀 부자연스럽다. 교장은 직업의 이름이 아니라, 직위니까. “저는 ✕✕고등학교 교장 아무갭니다”가 훨씬 낫지 않을까.
군대의 경우, 계급이 직업의 이름은 아니지만, 이름 뒤에 붙이는 것이 관습화 돼 있다. ‘아무개 대위’, ‘아무개 소장’같이. 단 ‘아무개 사단장입니다’보다는 ‘OO사단장 아무갭니다'가 낫다.
이 기회에 결혼한 여인에 대한 호칭을 살펴보자. 남편이 남에게 자기 부인을 지칭할 때, 중국은 치즈(妻子 처자), 일본은 가나이(家內 가내), 한국은 內子(내자), 또는 아내라고 한다. 남이 부르는 호칭은 중국 타이타이(太太 태태), 일본 옥상(奧上 오상), 또는 옥사마(奧樣 오양), 한국은 부인(夫人) 또는 영부인(令夫人)이다.
요즘 신문 등 언론에서 남의 부인을 ‘아내’라고 쓰기 시작했다. ‘아내’는 높임말로 아니고 낮춤말도 아닌 平語(평어)다. 망발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올바른 어법은 아니라고 본다. “내 ‘아내’가…”라고 하는 것은 괜찮지만, “사장님 ‘아내’가…”라고 하는 것은 왠지 잘못됐다는 느낌을 준다. “사장님 ‘부인’께서…”라고 써야 할 것 같다.
- 2022.10.27, 趙南俊 전 월간조선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