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授衣 겨울옷 1)
江柳吹雨送霏霏
강 버들에 바람 불어 많은 비 보내니
衣白邦人欲授衣
흰 옷의 우리백성 겨울옷 마련하려네.
吉貝花開秋滿篚
목화 꽃피어 가을이 광주리 가득하고 2)
七衰紋織夜虛機
일곱 새 돋음 무늬로 밤을 패어 짜네. 3)
金風萬里子爲客
가을바람 만 리 부는데 집 떠난 아들 4)
塞月三年卽未歸
변방세월 삼년인데 아직 못 돌아오네. 5)
幸此病軀生暖國
이 병든 몸은 다순 나라에 사니 다행
葛裘無慮耐冬暉
갈옷 갖옷 걱정 없이 겨울 빛 견디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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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의(授衣): 본래 ‘겨울옷을 준다(授衣冬衣)’는 , 시경(詩經 豳風)에 “구월에는 겨울옷 준비한다(九月授衣)” 라는 표현으로 음력 9월을 다르게 말하기도 하고, 겨울옷을 준비함이나 겨우살이 준비의 뜻이기도 하다. 당(唐)나라에서는 음력 9월에 국학(國學)에서 겨울준비 휴가[授衣假)를 주었다고 한다.
2) 길패화개추만비(吉貝花開秋滿篚): 길패(吉貝)는 말레이어 kapok의 중국식 음역(音譯)이니 목화가 4세기 경에 서역(西域)을 통해 중국에 들어왔을 것이라 하고, 우리나라엔 문익점(文益漸)이 고려말에 원(元)나라 남쪽에 가서 처음 전했다고 한다. 화개추만비(花開秋滿篚)는 목화(木花)가 피어서 가을이 광주리에 가득하다는 말로 시인은 목화다래에서 목화솜이 하얗게 핀 것을 광주리에 따다 담는 것을 묘사한다. 여기 광주리를 비(篚)로 한 것은 각이 진 광(筐)과는 조금 다른 다래끼와 같은 둥근 것을 말하기 위함일 것이다.
3) 칠쇠문직(七衰紋織): 칠쇠(七衰)는 일곱 새[升]라고도 하는 베의 곱기를 말할 것이니, 짜는 천의 한 폭에 실올의 숫자에 따라 실의 굵기와 촘촘함이 다른 등급이 된다. 안동포(安東布)의 삼베의 경우 80올을 한 새로 하므로 7새라면 날줄이 560올이 되는 셈이다. 문직(紋織)은 색이나 무늬를 넣기 위해 돋음 짜기인데 근년에는 프랑스 사람이 발명한 자카아드기(Jacquard機/ 提花機)로 짜는 것을 말한다.
4) 금풍만리자위객(金風萬里子爲客): 금풍만리는 금(金)은 가을이니 가을바람 만 리에 분다는 시적 표현인데 온 세상에 가을이 왔다는 암시와 멀리 외지까지를 아우르는 가을의 풍경을 묘사한다. 자위객(子爲客)은 아들이 나그네가 되었다는 말로 집을 떠나 객지에 가있는 아들을 의미한다.
5) 새월삼년즉미귀(塞月三年卽未歸): 새월(塞月)은 변방의 달로 옛날에는 수자리를 지키는 군복무에서 객지의 외로운 풍광에 군에 간 아들 3년 되어도 아직 못 돌아오네[三年卽未歸].
6) 갈구무려내동휘(葛裘無慮耐冬暉): 갈구(葛裘)는 구갈(裘葛) 곧 칡베 옷과 가죽옷을 겸한 말로 여름옷과 겨울옷이란 뜻이다. 고대에 삼[麻]보다 먼저 칡넝쿨을 쪼개서 실처럼 하여 만든 갈옷은 시원하게 입고, 추울 때는 가죽옷을 입었던 데서이다. 무려(無慮)는 ‘무려 (얼마)’이기도 하고 여기서는 걱정이 없다든가 어느 정도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며 내동휘(耐冬暉)의 휘(暉)는 운자(韻字)로 맞추었고 겨울 빛은 곧 겨울날을 견딘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