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78. 낭패 부부의 낭패불감-대통령의 대 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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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78
78. 낭패 부부의 낭패불감-대통령의 대 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보고
명태균 게이트가 요란하게 국정을 흔들다. 그런데 그 비유하는 말들이 적나라하면서도 정곡을 찌른다. 명 씨는 부부를 싸잡아 ‘장님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라 하였다. 명 씨는 또 현 대통령을 ‘권총을 든 다섯 살짜리 꼬마 애’라 하고 김 여사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라 응수한다. 그러더니 급기야 명 씨의 입에서 이들을 ‘낭패 부부’라 칭한다. 똑떨어지는 비유이다.
국어 선생인 나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 비유가 참신하다는 데 동의할 밖에 없다. ‘낭패(狼狽)’를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계획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기대에 어긋나 매우 딱하게 됨”이라 적바림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일이 차질을 빚을 때 “낭패를 당하다”라 한다.
『대한화사전』에는 ‘낭(狼)’은 이리의 한 종류로 늑대보다는 조금 크고 귀가 쫑긋하며, 성질이 사나워 사람과 가축을 해치는 포악한 짐승이다. 꾀는 부족하지만 맹렬하며 이 놈이 앞다리는 길고 뒷다리가 짧다. ‘패(狽)’ 역시 이리의 한 종류이다. ‘낭’과는 반대로 꾀는 많지만 겁쟁이로 앞다리가 짧고 뒷다리는 길다. 따라서 두 짐승이 늘 함께 도와야만 살아가기에, 둘 사이가 벌어져 균형을 잃게 되면 당황한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 말이 점차 일이 어렵게 되거나 계획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게 된 경우를 가리키는 뜻으로까지 넓게 쓰인 것이다.
당나라 단성식(段成式)이 지은 『유양잡조(酉陽雜俎)』 「모편(毛篇)」에도 보이는 데, ‘낭(狼)’이 항상 ‘패(狽)’에 업혀 다녀서 이 둘이 떨어지면 넘어지게 되므로 둘 중의 하나가 없으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도모할 수 없다고 하였다. 모두 ‘개사슴록변(犭(=犬)’으로 사납고 거칠고 고약한 짐승들이기에, 이 ‘낭패’가 들어가는 어휘는 하나같이 뜻이 좋지 않다.
순우리말에 ‘계획한 일이 어그러지는 형편’이란 뜻을 가진 ‘낭판’도 이에 연유한다. 한자어 ‘랑패(狼狽)’는 15세기부터 문헌에 보이고 18세기에 한글 표기는 ‘랑패’였다. 최성환(崔瑆煥,1813~1891) 선생이 중국의 도교 경전 『태상감응편도설(太上感應篇圖說)』을 풀이하여 1852년에 간행한 언해서에는 “늙도록 낭여 쳔고 궁곤더니”와 같은 예도 보인다.
좀 더 살펴보면, ‘배반낭자(杯盤狼藉)’는 술잔과 접시가 마치 이리에게 깔렸던 풀처럼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는 뜻으로 술을 마시며 한창 노는 모양, 혹은 술자리가 파할 무렵 또는 파한 뒤 술잔과 접시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모양을 이르는 말이다. ‘호랑(虎狼)’은 범과 이리라는 뜻으로, 욕심이 많고 잔인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요, ‘전호후랑(前虎後狼)’은 앞문에서 호랑이를 막고 있으려니까 뒷문으로 이리가 들어온다는 뜻으로, 재앙이 끊일 사이 없이 닥친다는 의미이다.
이런 ‘낭패 부부’가 국정을 농간하니, 그야말로 주위에는 ‘낭패위간(狼狽爲奸,흉악한 무리들이 모략을 꾸미는 것을 이르는 말)’하는 무리들이 ‘낭자(狼藉,여기저기 흩어져 어지럽거나 왁자지껄하고 시끄럽다)’하여, 그야말로 나랏일이 ‘도처낭패(到處狼狽,하는 일마다 잘 되지 아니함)’이다.
대통령은 ‘낭패불감(狼狽不堪,어떤 상황에 닥쳐 어쩔 수 없어,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려운 처지)’하여,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였으나 변명 일관이다. 그야말로 기자들과 주고받는 말이 길어질수록 궤변과 동문서답이니, ‘전돈낭패(顚頓狼狽, 엎어지고 자빠지며 갈팡질팡함)’일시 분명하다.
그러나 ‘낭패’란 말이 꼭 부정어로만 쓰이는 게 아니다. ‘대사에 낭패 없다(관혼상제와 같은 큰일은 시작만 해 놓으면 어떻게든 치러 내게 된다는 말)’라는 말처럼, 국민들은 ‘낭패부부’의 국정농단을 ‘낭패일세’하고 수굿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제 80% 넘는 국민들 뜻은 이 정권의 ‘하야(下野)나 탄핵(彈劾), 아니면 임기 단축 개헌’을 원한다. 물론 대한민국을 만든 국민들이 하는 일이기에 대사에 낭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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