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加德行 淸風 金欽 箸 가덕행 청풍 김 흠 지음 1)
朝鮮有五大島 一濟州, 二江華, 三海南, 四珍島, 五加德. 加德 在慶尙南道 昌原郡 天加面. 古稱 秦始皇 求不死藥 使童男女五百 至此島 求藥 故或稱瀛州云. 島內有瀛州菴 眺望絶佳島. 有三大洞 一加德, 二天城里, 三大項里. 島民以漁農爲業 而皆自作 自活. 國置海防 曾有僉使 萬戶守之. 今廢之已久 形迹宛然. 監理敎 請于當局 設牧師收容所 以避中共之亂也.
嶺南地頭 海中孤島浮, 名之以加德 古號稱 瀛洲 瀛洲仙所住. 我乃逍遙 遊非爲逍遙 入乃避共徒 憂共禍. 彌天地 落都又陷州 國民如鳥散. 政府蒙塵 驅老物 何惜死?
傍人 勸勿留敎友, 何忍 捨穉孫爲之愁, 長老來勸發 子婦諫不休 車急登車發行. 至永驛棲車頭與車背 人衆如樹林. 車賃十四萬 爲生不惜投. 一行三家族 安身何處留? 是日聖誕日 黙禱 夜幽幽 夜深車乃發 轔轔如水流. 所着之一襲 炊飯亦無由 車內人簇立 男女混成儔. 一月初三日 夜深到釜, 郵釜港 人如海. 有誰迎我勞?
處處亂民苦 釜人冷似秋. 乃入聖山敎同役待之優 又逢史越牧 周族合同收 加德天城里. 離陸百里悠海 色如圖鏡 島勢如泛鷗. 砲聲不入耳 是可安心否. 孫兒何處在敎友? 夜啾啾 夜夜眠不得, 神前苦禱求. 家人往釜 日折折孫傳信鳩. 十六同盟國 出兵討敵仇 北傀 皆視逆中共, 有何讎長驅如破竹人海.
鬼火流天 討終難赦鬼誅. 誰怨尤島民? 尙朴古漁農同一 修鋤蒔或在野 漁撈或在舟. 鬼神滿山野 諂事不知羞. 敎人新入 島習俗互相殊, 不烟又不酒 不拜木石偶. 到處說天道 設敎已二區.
조선에는 다섯 개의 큰 섬이 있는데, 하나는 제주도(濟州島), 둘째는 강화도(江華島), 셋째는 해남도(海南島), 넷째는 진도(珍島), 다섯째는 가덕도(加德島)이다. 2) 가덕도는 경상남도 창원군 천가면에 있다. 옛날 이르기를 진시황(秦始皇)이 불사약(不死藥)을 구하러 5백 명의 남녀 아동들을 이 섬에 보내서 약을 구하려고 했으므로 혹 영주도(瀛州島) 3) 라고도 불린다는 것이다. 섬 안에는 영주암(瀛州菴)이 있어서 더 없이 아름다운 섬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3개의 동리가 있으니 하나는 가덕동, 둘째는 천성리(天城里), 셋째는 대항리(大項里)이다. 섬사람들은 어업과 농업으로 주업을 삼고 모두들 자영업하고 자활하고 있다. 나라에서는 바다를 방어하기 위해 일찍이 첨사(僉使)나 만호(萬戶)로 4) 하여금 지키게 하였다. 지금은 그것이 폐지된 지 오래되었으나 그 자취는 완연하다. 감리교에서 해당부서에 요청하고서 목사(牧師) 수용소를 설치하여 중공(中共)의 난리를 피하게 하였다.
영남의 가장자리에 있는 바다 가운데의 외딴 섬으로 떠있는데, 이름이 가덕이고 옛날 호칭은 영주로 이는 신선이 사는 곳이란 뜻이다. 내가 여기에 거닒은 산책이나 놀이를 위해서가 아니니 공산도당들을 피하여 공산당의 재난을 걱정하여서 이에 거닐게 된 것이다. 천지에 두루 도시가 무너지고 고을 함락되었으니 국민은 마치 새들처럼 흩어졌다. 정부는 다른 곳으로 옮겼고 늙어빠진 사람들은 구박을 받으니 어찌 죽음이 애석하겠는가?
옆 사람은 교우를 남겨두지 말라 권하고, 어린손자 차마 버리지 못하며, 근심하는 장로는 와서 출발하라 권하고, 며느리는 멈추지 말라 말하는데 차는 급하여 올라타자 출발하였다. 오래 역에 머물면 차머리와 차위에도 깃들어가니 사람의 무리는 마치 나무숲과 같았다. 차운임은 14만원이나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내주었다. 일행은 3가족인데 어디에서 몸을 편히 머물건 가? 이날은 성탄 날이라 소리 없이 기도하고 저녁이 으슥하고 밤이 깊어서야 마침내 차가 출발하여 덜거덩거리면서 물과 같이 흘러갔다. 입은 것은 옷 한 벌, 밥 지을 근거도 없었고 차 안은 사람들이 소복이 모여 섰으니 남녀가 함께 뒤섞였다. 정월 초사흘, 밤이 깊어서야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항으로 옮겨가니 사람들은 바다같이 많았다. 지친 나를 영접해 줄이 누가 있는가?
가는 데마다 피난민들의 고난뿐이었지만 부산사람들은 가을처럼 차가웠다. 드디어 성산(聖山) 교회에 들어가니 동역 자들이 많이 기다렸다. 또 사월(史越) 목사를 5) 만나니 합동으로 주선하여 가덕도 천성리로 데려갔다. 육지를 떠나니 백리 아득한 바다 풍경이 거울의 그림 같았고 섬의 형세는 갈매기가 떠있는 것 같았다. 대포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으니 이는 가히 안심할만하지 않는가. 손자아이는 어디에 있고 교우들은 어디 있나? 밤은 어수선한 소리로 스산한데 밤마다 잠들지를 못하고, 하나님 앞에 고통의 기도로 구하였다. 아내는 부산으로 가서 날마다 손자의 소식 절실하게 찾아 모았다. 16개의 동맹국이 군대를 보내서 원수의 북괴(北傀)를 몰아냈는데 모두가 중공군을 다시 맞이하게 되었으니, 원수의 우두머리가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몰고 오는 인산인해(人山人海)가 어찌 있었단 말인가?
도깨비불은 하늘을 떠돌아다니고 쫓아내면 끝내 귀신이 내리는 징벌을 6)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누가 섬사람들을 원망하고 탓하리요? 오히려 순박하여 예부터 고기잡이와 농사일로 동일하게 살아왔으니 혹 들에서는 곡식을 가꾸고 혹 배를 타면 고기잡이를 해왔다. 귀신들은 산과 들에 가득하여 귀신들에게 비는 일이 부끄러운 줄도 몰랐다. 교인들이 새로 들어오자 섬사람들과는 관습이 달랐으니,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으며 나무나 돌 우상을 숭배하지도 않았다. 가는 데마다 하늘의 진리를 설파하여서 두 구역에 벌써 교회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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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 흠(金 欽): 저자 김진호(金鎭浩) 목사의 다른 이름이다.
2) 가덕도(加德島): 부산광역시에서 가장 큰 섬으로 약 21평방킬로미터 면적인데 지금은 교량으로 연결되어있다.
3) 영주도(瀛州島): 열자(列子 湯問)에도 전하는 전설에 발해(渤海) 바깥에 있다는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금은의 궁궐과 보석의 과일이 열려서 그것을 먹으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고 하여 진시황(秦始皇)과 한무제(漢武帝)가 그리로 불사약을 구하러 보냈다고 하는 신선의 산이다.
4) 첨사(僉使), 만호(萬戶): 조선시대 때 해안경계를 위한 부대의 지휘관으로 큰 부대는 종3품의 첨사를, 다음은 종4품의 만호를, 작은 부대는 종9품의 별장(別將)을 보냈다.
5) 사월(史越) 목사: 미국 오하이오 출신 감리교 선교사 찰스 사워((Charles A. Saur/ 1891-1972)로 1921년 내한하여 평북 영변선교부에 부임한 후 학교 교장 등을 역임하고 1936-1941년은 총리원 회계를 하다가 1962년 귀국하였다.
6) 귀주(鬼誅): 귀신이 내리는 벌(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