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닙니다. 무대 바로 앞에 놓인 1층 앞좌석은 원래 빈 공간이었습니다.바로크 시대에는 오페라가 상연되는 동안 그곳에서 발레를 추기도 했지요.청중은2층에 있는 관람석에서 공연을 즐겼습니다. 2층 관람석은 청중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높이가 다르게 배치되었지요. 청중이 점차 늘어나자 무대 앞 공간도 이들에게 제공되기 시작했는데,처음에는 선 채로 공연을 봐야 했습니다. 차차 의자들이 놓이게 되고, 1층 앞좌석은 사람들이 가장 탐내는 비싼 자리로 탈바꿈합니다. 19세기 사회적·정치적 질서의 변동이 이러한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지요. 연극과 오페라는 더 이상 궁정 생활에만 속한 것이 아니라, 귀족에게 해방되어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한 시민 계층의 문화생활 속으로 들어옵니다. 예전의 신분질서를 상기시키는 2층 관람석은 진부하고 반동적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반면1층 관람석은 무대를 가까이서 지켜볼수 있고 공연에 몰두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장점이 있지요. 특히 무대와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가수들의 음성이 더 잘 들리고 이해하기도 쉽고요. 이런 이유로 지금은 1층 앞좌석이 가장 비싼 자리입니다. 아마 바로크 시대의 군주가 들으면 깜짝 놀라겠죠? 그리고 많은 극장들은 항상 입석 관람석을 마련합니다. 간혹 입석은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있어야 한다고 해서 ‘면도 좌석’이라고 폄하되거나 아니면 ‘올림포스’라고 미화되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갤러리(loggione)’라고 부르지요.밀라노 스칼라 극장의 입석에서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하는 모습을 지켜본 청중은 아마“세상에서 가장 깊은 감동을 받은 사람들”일 것입니다.
비싼 1층 앞좌석과 비교하면,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맨 곡대기 층의 입석표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빈번히 오페라 극장을 찾는 진정한 마니아들은 이 입석표를 사느라 많은 돈을 쏟아붓곤 합니다. ‘갤러리석 단골들’은 표를 구하기 위해 공연 몇 시간 전부터 매표소 앞에서 진을 치고 있습니다. 입석은 예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기다리면서 서로 오페라에 대한 이러저러한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벌써 그들 사이에는 오페라 공연이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죠. 많은 지휘자들은 ‘올림포스’를 차지한 청중이 어정쩡한 음악비평가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귀는 오페라를 많이 경험하면서 갈고 닦였으며, 그들은 으스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극장에 오기 때문입니다. <출처:쾰른음대 교수진,‘클래식에 관한101가지 질문’_0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