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춘천마라톤, 송탄마라톤클럽의 시니어 마라토너 신작로의 썹포 후기
마라톤에서 "썹포"는 Sub-4의 줄임말로 42.195km 풀코스를 4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것을 말한다….
"Sub"는 "아래"를 뜻하며, "4"는 시간 단위를 의미한다.
마라톤을 즐기는 이들 중 좀 뛰는? 마라토너라면 썹포는 희망의 기록이어서 많은 마라토너가 대회 때마다 도전하고 있다.
보통의 마라토너에게 Sub-4(썹포)는 꿈의 기록인 셈이다.
마라톤 마니아 중에서도 자칭 고수 반열에 오른 송탄마라톤클럽의 시니어 마라토너 신작로가 2024 춘천마라톤대회에서 썹포를 기록했다. 42.195km, 105리 풀코스를 말이다.
......................................................................
어제 풀코스 뛰고 들어오는데 어떤 사람이 아는 체를 한다. 자기는 수원 사는 유용근이라고 하는 마라토너인데 신작로 작가님을 이곳에서 뵙게 되었다고~~~
전에 찍어준 사진 고맙게 잘 간직하고 있노라고...
그래서 내가 한마디 하기를
“ 그럼 내가 여태껏 주로에서 찍은 사진이 쓸데없는 짓거리만 한 게 아니군요. 누구에겐가 유용했다면 그 수고는 즐거운 수고입죠.”
그런데 요즘 신작로는 사진 안 찍고 뜀박질만 하니 사진 찍는 감각이 점점 녹슬어 가는 건 아닌가 한참 생각을 했다.
어제 춘천 마라톤 복기
지난주 경주 마라톤 레페 풀코스로 좀 무리해서 이번 춘천 마라톤은 애초에 무계획으로 천천히 6분주 골인 시간 4시간 12~13분을 예상했다.
B조 대기 칸에서 출발을 기다리며 초청 악단의 성자의 행진 등 연주를 듣다, 신청곡 아파트, 아파트도 듣다
출발 신호와 함께 서서히 나간다고 했는데 아뿔싸 발이 제어가 안되고 5분 20초의 속도로 나간다.
어허 큰일이다 하며 속도를 줄여보려 하지만 이미 발동이 걸린 발걸음은 제어가 안되고 계속 GO 하라고 한다.
급히 작전 변경!
그래 오늘은 가보는 데까지 가보자!
몇 킬로미터 에서 퍼질지 모르지만 가는 데까지 꾸역꾸역 속도를 유지하면서 산천경계 유람하며 하프 지점으로 GO GO~~
하프 통과 1시간 56분.
음~ 이렇게 간다면 계산을 해보는데 안 된다.
1시간 56분 곱하기 2 = %$%#@!@
그렇게 서상대교 오르막길을 거침없이 가쁜 숨 몰아가며 올라 춘천댐마루에 도착 휴~ 긴 숨 내쉬고... 전열을 정비 하고
이어서 나타나는 내리막길 30km 지점에서 물 한잔 마시고 속도를 올려 보는데 오른쪽 종아리 부분에서 살살 쥐가 올라오려는 기미가 보여 속도를 줄여보지만 관성이 붙은 다리는 제어를 거부한다.
그래도 이건 안 돼. 속도를 줄였다 올렸다를 반복하면서 홍관석 선생이 경주에서 준 식감 고약한 쥐 특효약을 짜 먹어본다.
35킬로 지점부터는 안 되겠기에 5분 56~59초로 속도 다운.
길거리 응원하는 갤러리분들이 외치는 “천병두 화이팅”(외국에서 파이팅 하고 응원하면 한국 사람이라고 보면 됨. 일본인들은 파이팅 발음이 안 되 화이또~~)하는 소리에 힘을 내고 길거리 응원 분들에게 콜라 얻어 마시며 걷지만 말고 쥐를 잡으며 뛰자로 작전을 변경했다.
시간은 1:56*2 = 3:52 에서 점점 뒤로 가고 남은 목표는 4시간전 으로 수정 소양대교 부근 39km 지점에서 동내 크루들 에게 잡혀 콜라 한 잔 받아들고 한 50m 정도 걷다 시계를 보니 야! 너, 지금 걸으면 4시간 전에 절대못 들어간다고 알려준다. ㅠㅠ
소양 대교를 건너 우회전 우측에 소양강 처녀 동상을 보며 씩 웃고 냅다 달려보지만 속도는 6분을 넘기려 한다.
길고 긴 나머지 2.195km 왜 이리 지루한지~~~
작은 커브 길을 돌아가니 도착해야 할 지점이 보인다.
나보다 먼저 들어온 지인들이 500m전쯤에서 외치는 함성 - 산자여 따르라는 아니고 -
“ 신작로! 다 왔다! 다웠어 ” 그렇게 골인 지점으로 쑥 들어와 시계 정지 버튼을 누르며 본 시간은 3:58:34.7
음~ 신작로 잘했어!‘
스스로에게 격려하면서 씨익 웃으며 올려다 본 흐린 하늘이 왜 그리도 아름답던지요.
물품 보관하는 곳에서 짐 달라고 해서 받고 전화기 꺼내 문자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web발신]
천병두님 2024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Full 코스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완주 기록은 03:58:34입니다.
http://myresult.co.kr/91/1773 에서 상세 기록 검색이 가능합니다.
음 잘했어! 하며 메달과 간식 주는 곳으로 가 수령하고 포토존 만들어 둔 곳에서 모르는 주자들과 서로 찍어주며
" 기록이 어떻게 되셔요? "
"아이고, 잘 뛰셨네요. "
하는 나를 보고 기록을 물어 보기에
“예, 간신히 썹-포 했어요“ 하니
“ 아이고, 어르신 대단하십니다(염병 그렇게 늙어 보이나)$$#%!# ”
지금 이자가 뭐래는 게여 $$#@!
보행이 불편한 다리를 이끌며 한참을 이리저리 걸으며 다리를 이완시킨다.
전마협 부스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달디단 믹스커피도 얻어 마시고 한참을 더 걸어 다리에 혈액순환 정상화시키며 나름 이 판 에서 오래 묵어 아는 사람들과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하며 동호회 부스에 들어가니
“ 어, 아저씨 빨리 들어왔네요 ~~ ”
당당하게
“썹-포여!”
춘천 오는 버스에서 내가 늦게 들어올 까봐( 歸松 시간이 늦어지니까) 물어보던 총무는 나보다 약간 늦게 들어온 것 같다.
고마운 조은숙 아우가 해주는 맛난 해물파전, 제로 슈거 콜라, 순두부 등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 넣고 무용담으로 수다를 떨어본다.
옆 천막 이웃 도시에서 온 친구들도 만나
“어이, 잘 뛰었는가?”
“어, 3시간 20여 분. 그랴 나하고 같은 세 시간대네. 같은 세 시간대~~~”
천막 걷고 짐 챙기고 버스에 탐승하여 歸松을 하지만 행락철 도로 사정이 그리 녹록치않은 주말 경춘,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오는데 마신 커피의 영향으로 방광이 팽창하여 휴게소에 멈춰서 일 볼 것을 청하며 비 오는 고속도로를 냅다 달리지 못하고 천천히 출발했던 곳으로 GO GO
도착 후 뒤풀이 식당에서 구운 삼겹살 먹는데 속이 느글거려 한 점 간신히 먹고 구운 김치, 구운 감자 먹으며 허기를 달래다 된장찌개에 밥 한 공기 흡입하곤 조용히 식당을 나선다.
나이 먹은 사람은 적당한 시간대에 피해줘야 한다는 것을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왜 그리 높던지요, 무릎으로 성당 계단을 기어 오르며 종교개혁을 외치던 루터 아닌가 갤빈인가 암튼 비장한 심정으로 계단을 올라 삐리릭 도어를 열고 들어와 받은 메달 각시 영정앞에두고 피식 웃으며 쇼파에 기대어 생각을 해보지만 정리가 안 된다. 그래, 샤워나 하자!
침대 속으로 쏘옥 겨 들어가 목만 내놓고 잠을 청하지만 임계점을 넘은 피로는 쉽게 잠으로의 평안함을 내어주지 않는다.
깜깜한 방안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그렇게 긴 하루의 일정을 끝내고 행복감에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 꿈결 속으로~~~~
2024년 10월 아직도 춘천 마라톤 완주의 행복한 감정이 남아있는 신작로 씀
첫댓글 썹4로 완주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