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불갑사 꽃무릇속을 거닐다
해마다
정원에 몇 주 심어져 있는
상사화가 피었다 지고
꽃무릇 대가 뾰족이 올라 와
붉은 꽃을 머금기 시작하면
내 마음은 영광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에
하루가 다급해진다.
꽃무릇을 바라보노라면
아무렇지 않은 곳에 피었어도
그늘에 숨어 피었어도
무리지어 화려하게 피었어도
눈을 마주 칠 때마다
그 꽃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그리움과
그리움속에서도 어찌할 수 없이
하냥 기다리는 애닮픔이 보인다.
꽃무릇속에는 타는 듯한
애절한 그리움이 숨겨져 있다.
고요한 정적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그리움을 본다.
백제시대 인도에서 마르난타에 의해 우리나라에 처음 불교가 전래되었다는 영광~
그 시절에도 꽃무릇은 저리 붉게 타오르며 피고 지고 그랬을까?.
저 많은 꽃들이
소리를 지녔더라면
축포 터지는 듯한 소리에
천지가 요란 할 터인데..
상사화.꽃무릇에 얽힌 전설은
너무나 애처롭고 서글프다.
사랑하던 남녀가
이승에서 맺지 못한 사랑을 염라대왕께 고했단다.
환생 할 세상에서나마
한몸으로 살 수 있게 맺어주었다는데
그나마 서로 보고 지고
한평생 같이 살 수 있게 해 줄 일이지
잎이 지고 나면 꽃이 피고
꽃이 피고 지고 나면
잎이 다시 피는
상사화로 맺어 주시다니
참으로 그 사랑은
울고지고 슬픈 운명이다.
그래서 상사화나
꽃무릇의 꽃은
화려한 것 같아도
꽃속에 슬픔이 가득해서
꽃갈래가 저렇게 한잎한잎
처절하게 갈라져 피어 난다.
상사화나 꽃무릇은
겨우 내 그 추운 동한에 잎을 틔우고
봄이 다 갈 때까지 짙푸른 잎이
생명을 유지시키고 나면
여름을 맞을 때 그 잎도 다한다.
그렇게 봄까지 푸르던 잎으로
초원을 이루던 꽃자리가
여름에 흔적도 없이
잎이 다 말라버리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때 쯤이면
연하디 연한 대롱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
꽃망울을 머금기 시작한다.
그리고 붉은 꽃이 피어나
숲속을 타오르게 하는 것이다.
불갑사 주차장에서부터
저기 불갑 저수지를 따라
불갑산 정상까지 가는 숲길에는
지금 꽃무릇이 지천으로
붉게 피어 있다.
꽃무릇 숲을 걷고 나서
차를 돌려 해안도로로 나가 보자.
호젓한 영광 백수해안도로에 가면
그 옛날 바닷물속에 조기때가
물반 고기반 했었다던 칠선앞바다가 끝간데 없이 펼쳐져 있다.
저 멀리 송이도에서부터
조기를 배에 가득 잡았다고
만선을 알리는 깃발을 휘날리며 법성포항으로 들어오는 고깃배들이
칠선앞바다에 가득 찻었다는
옛날 얘기들을 떠올리며..
섬에 사는
다섯 할머니들의
삶의 애환을 엮어 낸 영화
'마파도'의 촬영지인
백수 해안도로 '노을정'에 서서 해넘이를 바라본다.
하루를 다한 해가
바닷속으로 넘어가는 풍경은 언제보아도 가슴이 내려 앉는다.
아침에 찬란하게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해맞이'는
높은 산 정상에서
마주하는 것이 제격이고
하루를 다한 '해넘이'를
어둠속으로 보내는 곳은
끝간데없이 펼쳐진 바닷가가
가슴에 울림이 크다.
붉은 태양은
바닷속으로 자취를 감춘후에도
그 여운을 하늘에 드리운다.
하루 쯤 시간내서
꽃무릇을 보러
영광 불갑사를 찾는 길에
백수 해안도로를 찾아
바닷가 데크 산책길을
천천히 걸어보기도 하고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가슴에 담아
추억으로 간직하며
바닷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태양에 오늘도 안녕~
손 흔들어 주고..
따뜻한 해수찜질에 몸도 풀어 보고 법성포 어전에서 조기 백반 정식에
포만함을 느껴봐도 좋을 일이다.
가을은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2024.9/20.고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