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비행장과 공습대피 동굴
장산반딧불이동아리에서 아주 뜻깊은 장산탐사를 했다. 지난 6월 16일 우2동의 끝자락 센텀센시빌아파트 맞은편 장산 자락으로 동굴 탐험에 나섰다. 오전 8시 30분 볼보 자동차 전시관에 모여 렉서스 자동차 전시장 뒤편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마을은 아직 온전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기저기 재개발을 알리는 표식으로 어쩌면 곧 사라질 운명처럼 보였다. 해운대에 살면서 처음 와 본 동네로 마을의 큰 규모에 놀랐다. 마을을 벗어나고 집들이 허물어진 곳을 지나니 이내 굴 입구가 수풀 사이로 보였다. 굴 입구는 생각보다 컸고 길이도 20여 미터에 달했다. 굴은 ‘ㄷ’자 형태로 입구가 두 곳이며 전형적인 반공호로 보였다. 일제는 당시 수영비행장의 공습에 대비해 장산자락에 이같은 대피소를 판 것으로 보였다.
수영비행장은 일제가 1940년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만든 군용 비행장이었다. 해방 이후 수영비행장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1948년 10월 부산~서울 간 최초의 민간 항공 운송이 시작됐다. 6·25전쟁 기간 유엔군의 군용 비행장으로 이용되다가 1958년 부산비행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963년 9월 김포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 국제공항이 됐다. 수영비행장은 1976년 8월 김해국제공항에 자리를 내준 이후 군용 비행장과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활용되다가 1996년 ‘비행장 역사’마저 접게 된다. 수영비행장 자리에 들어선 센텀시티는 2013년 6월 준공되었다. 수영비행장 인근 장지마을엔 주민 대피소 외에도 비행기 대피소도 있었다. 장지마을은 장산의 동남쪽 장지봉 기슭에 펼쳐진 마을로 못 안 마을 위쪽에 자리를 잡고 있어 웃마을로 불렸다.
태평양전쟁 당시에는 수영비행장에서 전투기를 분산 배치하는 곳이 되었다. 장지마을에 전투기 보관 장소 3개소를 설치하고, 이곳에 보관할 전투기를 밀고 갈 수 있는 신작로를 1940년 초에 만들었다고 전해 온다.
지금은 비행기 대피소가 형태도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우2동 산자락에 주민들의 대피소는 남아 있다. 대부눈 산기슭이 개발된 탓에 추가 동굴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분명 대피소는 더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에 탐방한 대피소 동굴은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접근도 용이해 보인다. 이참에 해운대구청에서 동굴 주변을 잘 정리한 후 역사 학습장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누구나 한 번 동굴 속으로 들어가 보면 수영비행장과 더불어 당시의 상황을 잘 학습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