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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화경이란
모든 경전은 ‘부처님의 궁극의 가르침이 무엇이며, 삼라만상과 사람들은 그 실상이 무엇이며, 그리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답을 주고 있다. 법화경(法華經) 은 중국 천태종의 소의경전으로 중국 화엄종의 소의경전인 화엄경과 함께 중국 불교 교학의 쌍벽을 이루었고 한국과 일본 등에 전파되어 이 경전을 지니고 독송하거나 사경하면 가피를 얻는다고 신봉하는 불자들이 많았다.
법화경에서는 경전 숭배를 찬양하면서 탑안에 경전을 모시면 이는 곧 여래를 모신 것이므로 구태여 사리를 봉안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경전 숭배 실천법으로는 오종 수행, 즉 수지(受持)ㆍ독경(讀經)ㆍ송경(誦經)ㆍ해설(解說)ㆍ서사(書寫)을 제시하며 그 공덕은 매우 크다고 하였다. .
법화경도 다른 대승경전과 마찬가지로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와 번역되었는데 현재는 3 종류의 번역본 즉 286년 축법호가 한역한 『정법화경』, 406년 구마라집의 『묘법연화경』과 그리고 601년 사나굴다와 달마급다의 『첨품묘법연화경』이 전해진다. 이중 구마라집(鳩滅什)의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이 널리 읽혀지고 전승되어 법화경이라 하면 구마라집의 묘법연화경을 말한다.
이 경의 산스크리트어 이름은 『삿다르마 푼다리카 수트라(Sadharma pundarika -sutra)』으로 삿다르마는 바른 법 , 푼다리카는 하얀 연꽃, 수트라는 경의 뜻이다. 구마라집은 부처의 가르침인 바른 법을 묘법(妙法)으로 번역한 것이다. 그리고 연꽃은 오염된 물에서 청정한 꽃을 피워 (처염상정 處染常淨)내고, 꽃(원인)과 열매(결과)가 서로 상존하는 식물이라 부처의 가르침을 상징하기에 적합하여 사용된다. 여기서 묘법(妙法)은 어떤 언설이나 문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심오하고 절대적인 진리를 표현 한 것 (無上甚深微妙法)이다.
중국 천태종의 천태지의 (天台智顗)는 법화경의 28품을 전반부 ( 1품부터 14품까지) 를 적문(迹門, 인연, 근본 부처가 현세의 부처로 태어나 그 자취를 남긴 것, 회삼귀일會三歸一과 불법에 대한 가르침)으로 후반부 ( 15품부터 28품까지)를 본문(本門, 결과,
시공을 초월한 근본 부처 )으로 구분한다.
2. 법화경의 중심 사상
법화경은 전반부인 적문(迹門)에서는 일승의 교리를 갖가지 방면에서 명확하게 증명하여 중생자신이 불자임을 깨달을 때에 누구나 성불할 수 있다는 점과 후반부인 본문(本門)에서는 여래는 멸(滅)하지 않는 영원한 존재’라고 하는 ‘불신상주설(佛身常住說)’을 설하고 있는데 이 두가지가 법화경의 핵심사상이다. 이러한 핵심사상을 상징적인 이야기로 쉽게 표현한 비유품이 많은 것도 법화경의 특징이기도 하다.
(1) 회삼승귀일 (會三乘歸一) 과 일승묘법
법화경은 전반부인 적문(迹門, 인연, 자취를 남긴 것)에서 성문, 연각, 보살의 3승은 부처가 방편으로 설법한 것으로 그 자체로는 타당하지만 궁극적인 것은 일불승 (一佛乘)이라고 설한다. 즉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단 한 가지 유일한 일은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으로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여래지견(如來知見)을 개시오입(開示悟入,열어주고(開), 보여주고(示), 깨닫게 해주고(悟), 들어오게 해주기(入) )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선언이다.
성문은 부처의 설법, 즉 교리를 듣고 깨달음을 얻기위해 수행하는 자이다. 성문은 자신을 위해 수행하며 타인을 구제한다는 생각이 없다. 연각은 스스로 연기법을 공부하여 깨달은 수행자이다. 홀로 수행하는 많은 수행자들이 있으며 이들도 자신의 깨달음에만 안주한다. 이들 성문과 연각은 아라한을 추구한다. 반면에, 보살은 육바라밀을 행하여 자리이타를 이루고 깨달으려 하는 수행자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살도 소승보다 자기가 뛰어나다는 자만심에서 못 벗어나는 한계점을 보여준다.
법화경에서는 이러한 삼승은 부처가 대중의 근기에 맞게 방편으로 설한 것으로 성문, 연각, 보살도 일불승(一佛乘)을 통해 다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설한다. 이는 대승불교 교파 간에도 소승을 보는 시각이 차이가 나는데 ( 사리를 봉안하는 스투파를 중시하는 교파에서 경전을 봉안하는 차이티아탑을 중시하는 교파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가운데 ) 법화경을 주도하는 교파에서 이 법화경을 통해 성문과 연각으로 대표되는 소위 소승교파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고 할 수있다. 이를 회삼승귀일 (會三乘歸一) 이라 하며 여기서 일불승은 불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법화경은 소승뿐만이 아니라 여성과 악인 심지어 제바달다(불교 교단을 배신하고 석가모나를 해치려한 자)까지도 성불할 수 있다고 선언하여 누구나 성불할 수있다는 대승불교의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법화경>은 전반에서 일승묘법이란 통일적 진리를 설명하고 있는데 구마라습은 이것을 '제법실상(諸法實相)'이라고 번역하였고 현대적인 용어로는 '우주실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든 사물에는 각자를 받쳐주고 있는 이법(理法)이 존재하고 있고 총칭해서 '일체법' 이라 부르고 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독립 무관계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근본에서는 불이(不二) 일체(一體)를 이루고 있다. <법화경>이 설명한 '일승묘법(一乘妙法)'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면 정신(心)에는 정신의 법(心法)이 있고 육체(色)에는 육체의 법(色法)이 있다. 그러나 근본에서는 색심불이(色心不二)로 하나의 일체를 이루고 있다. 바꿔 말하면 색법과 심법을 근본에 두고 통일돼 있는 색심불이의 일승묘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승묘법이란 이처럼 우주만유의 밑바탕에 있는 통일의 원리이며, 이 원리에 의해 전체 우주의 현상이 전개된다.
<법화경>의 제2장 방편품에 의하면 모든 존재는 각각의 본질로서 10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구마라집 번역본에 의하면 상(相, 외상). 성(性, 내성). 체(體외상과 내성을 합친 전체 ). 력(力, 잠재적 능력). 작(作, 현재적인 작용). 인(因, 사물이 생기는 직접적인 원인). 연(緣 인을 도와주는 간접적인 원인). 과(果 인연으로 생긴 결과). 보(報 결과각 사실이 되어 밖으로 나타난 것). 본말구경(本末究景 상에서 보까지 서로 관계되고 일관돼 있음을 말하는 것 ) 등 열개가 그것인데 그 열 개 항목의 앞에 '이와같이(如是.여시)'라는 말이 붙어 있어서 이를 '십여시(十如是)'라고 부른다.
즉 모든 것들이 십여시라는 형태로 존재하며 활동하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2)불신상주설(佛身常住說)
『법화경』에 의하면, 붓다는 원래 먼 옛날에 도(道)를 이루어 무한한 수명을 얻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붓다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인간과 같은 모습, 곧 입멸(죽음)을 맞이하는 현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모든 중생을 깨달음으로 이끌려는 자비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역사적 불타인 석가모니의 일생, 교화활동 그리고 교설은 방편일뿐 구원(久遠)한 본볼(本佛)은 상주불멸(常住不滅)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주의 진리자체인 법신불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응신불인 석가모니불이 되어 이 세상에 출현하여 법을 설하였다고 보므로 이는 석가모니불이 구원의 부처임을 나타낸 것이다.
3. 법화경의 일곱가지 비유 (法華七喩)의 이해 ( 한민족문화백과사전에서 인용)
불교의 교리를 가르치는 방법중 하나가 비유(譬喩)이다. 『법화경』에는 대략 12개의 비유가 나오는데 이 중 대표적인 것은 7개이다.
1) ‘불난 집의 비유’는 불타는 집에서 놀이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아이들을 구해내기 위해서 . 아이들에게 집 밖에 양이 끄는 수레[羊車], 사슴이 끄는 수레[鹿車], 소가 끄는 수레[牛車]가 있는데, 나가면 그것을 주겠다고 말했다. 수레를 준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아이들은 무사히 그 불타는 집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세 가지의 수레로 아이들을 유혹했지만 공평하게 희고 큰 소가 끄는 멋진 수레를 각각 선물했다.
이것은 처음에는 소원성취나 마음의 평화 등을 얻기 위해 불도에 입문하지만 결국은 모두가 부처님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불타는 집은 번뇌망상에 휘말려 고통 속에 살아가는 세상을 말하고 아이들은 중생을 의미한다. 그리고, 양이 끄는 수레는 성문(聲聞), 사슴이 끄는 수레는 연각(緣覺), 소가 끄는 수레는 보살, 희고 큰 소가 끄는 수레는 일승(一乘)을 의미한다. 교학적으로 성문은 사성제(四聖諦)를 수학하고, 연각은 십이연기설(十二緣起說)을 추종하며, 보살은 육바라밀(六波羅蜜)을 실천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러한 가르침은 각각 개성과 기질의 문제이며, 근본적인 차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어떠한 가르침을 중시하고 따르더라도 결국 일불승(一佛乘)으로 귀착하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상대적 가치를 존중하되 본질적 차원에서 절대 평등을 중시하는 『법화경』의 가르침을 잘 묘사하고 있는 비유라 할 수 있다.
2) ‘가난한 아들의 비유’는 자신이 본래 장자의 아들임에도 이를 모르고 궁핍한 거지생활을 하는 사나이를 다시 집안으로 끌어들여 가업을 잇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도 본래 부처님의 아들로서 가업을 잇는다고 하는 것이다.
장자는 불타를 의미한다. 가난뱅이 아들은 중생이다. 고향을 상실하고 미아가 되어 방황하는 아들은 중생들이며, 이러한 중생을 성숙시켜 자신의 모든 재산을 물려주는 장자는 물론 불타이다. 불타의 자비가 어떠한 방식으로 중생들에게 전달되는가를 잘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상실한 고향을 향해 본능적으로 다가간다는 것이 경전의 가르침이다.
3) ‘초목의 비유’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저 단 비와 같이 한 맛이지만, 나무는 나무대로 풀은 풀대로 각각 빗물을 받아들이듯이 중생들도 근기에 따라 부처님 가르침을 다르게 받아들인다고 하는 것이다.
구름과 비는 불타의 자비를 상징하며, 약초는 중생을 의미한다. 약초 중에는 작은 것, 중간 것, 큰 것의 차별이 있고, 나무에도 크고 작은 것이 있다고 묘사하고 있는데, 이것을 삼초이목의 비유라 한다. 불타가 뿌리는 자비의 비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평등하지만, 그 비를 받아들이는 대상은 각각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중생의 다양성을 설명하면서도 각각 존재의 본질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경전이 밝히고자 하는 내용이다.
4) ‘가짜 도성의 비유’ 역시 성불의 길에 지레 겁먹는 이들을 위해서 방편으로 중간에 가짜 도성을 만들어 용기와 희망을 준다고 하는 것이다. 가짜 도성은 그림자와 같은 도시란 의미이며, 실체가 없고 영원하지 않은 도시이다. 그렇지만 보성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도시라는 점에서 방편을 의미한다. 도성은 진실을 상징한다.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방편의 문을 열어 진실한 세계를 보여준다는 『법화경』의 핵심 가르침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5) ‘옷 속 보석의 비유’는 자기 옷 속에 천금이나 되는 보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궁핍하기 짝이 없는 생활을 하는 자와 마찬가지로, 우리 중생들이 스스로 불성을 이미 간직하고 있음에도 다만 중생지견(衆生知見)에 머물러 있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즉 중생은 불성이란 보배를 지니고 살면서도 아직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6)‘상투 보석의 비유’는 전륜성왕이 오직 자신의 후계자에게만 상투 속의 단 하나 밖에 없는 보석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처님께서 우리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모든 가르침을 베푼다는 것이다. 따라서 번뇌 망상을 다스리고 수행을 완성하면 불성을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비유의 교훈이다
7) ‘의사 아들의 비유’ 또한 뛰어난 의사인 아버지만 믿고 약을 복용하지 않는 아들들을 위해서 짐짓 다른 나라에 가서 머물며 죽었다는 말을 전해 약을 복용토록 하는 것처럼, 부처님께서도 열반의 모습을 보여주시지만 여래의 수량은 본래 한량이 없다는 것이다. 여래께서는 이미 오래 전에 성불하셨으며, 다만 중생제도를 위해서 이 땅에 오시고 가시는 모습을 보이실 따름이지 실로 오고감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다만 우리 모두를 부처님으로 만들고자 오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대사인연이다.
의사는 불타를 상징하며 아이들은 중생이다. 독약이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의미하며 이것을 삼독(三毒)이라 한다. 색향미(色香味)를 잘 섞어서 해독약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해독약은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을 말한다. 이처럼 불타의 자비심은 중생들을 깨우치기 위해 다양한 방편을 활용한다. 훌륭한 의사의 비유에서는 다양한 처방이란 용어를 통해 방편이 무엇인가를 말한다. 또한 중생들이 좋아하는 것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삼독이란 것을 잘 알기에 이들을 위해 삼학이란 해독약을 제조해 제시했다. 그러나 삼학을 좋아하지 않는 중생들도 있기 때문에 이들을 교화하기 위한 마지막 자비심으로 거짓 죽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것을 방편열반이라 한다. 다양한 방편을 통해 중생을 일승으로 유도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법화경』의 사상적 핵심을 잘 보여주는 비유이다.
4. 법화경 해설서 : 법화경 - 민중의 흙에서 핀 연꽃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 졸업(철학박사). 현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 교수. 저서로 "인도의 이원론과 불교", "윤회의 자아와 무아", "번뇌·업·고통" 등이 있고, 역서로는 "불교철학의 정수", "딴뜨라 불교 입문", "유식의 구조" 등이 있다.
◆ 편집자 추천글
1. 기획 의도
법화경은 신라인과 고려의 의천이 천태종을 도입하고 발전시킨 이래 한국 문화에 깊이 스며들었다. 특히 조선시대의 숭유억불정책의 와중에서도 법화경은 민중들의 입을 통해 계속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 역사적 영향력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오늘날에도 법화경을 주요 경전으로 삼는 종파가 많다. 그러나 국내에는 정작 법화경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게 하는 저서가 별로 없다. 법화경 원전의 번역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본 연구서의 번역물이거나 일반 독자보다는 불교 신자들을 염두에 둔 개설서이다. 법화경의 범어 원전이 다양한 사본으로 현존한다는 사실과 국외의 다각적이고 방대한 연구 성과를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법화경이 여전히 과거의 전설 속에 갇혀 있는 셈이다. 인도 불교의 전통에서 법화경이 대승 불교의 역동성을 대변했던 만큼, 법화경은 정(靜)의 불교를 동(動)의 불교로 일신하는 데 공헌했다. 따라서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문명과의 조화를 모색하는 길을 법화경의 정신에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법화경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불교 경전의 하나로만 각인되어온 법화경을 한국 사상사와 민중사, 더 나아가 동아시아 문명사라는 더 큰 틀에서 재해석하고, 그 현대적 변용을 모색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2. 이 책의 특징
- 법화경 탄생의 속사정
최초의 불교는 일정 정도의 부를 지닌 계층들만의 전유물이었다. 경전에 대한 지적 이해를 중시했기 때문에 자연히 당시 인도 민중들의 삶과는 유리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부처가 열반한 후 성체(聖體)를 봉안한 탑이 여러 곳에 세워지자 민중들이 그 탑을 신봉하기 시작했고, 집에서 불교를 믿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밖으로 나오면서 기존의 종단을 넘어서는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했다. 자연히 보수 세력으로부터 강한 탄압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 과정에서 기독교의 순교와 비슷한 사건이 이어지며 신앙공동체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들도 시간에 지나면서 기존 종단이 세속화, 보수화 경향을 답습한다. 이런 현상에 반발하여 기원전 1세기 인도 서북부에서 진보적인 보살단(菩薩團)이 형성되었는데, 이들이 바로 법화경을 성립시킨 장본인들이다.
- 동아시아 전파의 역사적 맥락
서기 406년 중국어로 전해진 법화경은, ‘법화8유(法華八喩)’라는 여덟 가지 비유와 법화경을 읊기만 하면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준다는 설법을 바탕으로 중국 민중 속으로 넓고 깊숙이 침투했다. 이러한 법화경의 특징은 전도자들을 통해 더욱 구체화했다. 중국 천태종을 개창한 지의대사는 법화경을 통해 강한 호국의식과 중생 구제의 염원을 관철시키고자 수나라 양제에게 유서를 남겼다. 이러한 사회의식은 법화경을 받아들인 이후의 한국과 일본에서도 엿보인다. 고려가 개국할 무렵 일부 승려들은 태조 왕건에게 법화경을 통해 삼국의 통일을 더욱 확고히 하고 왕실을 번영케 할 것을 상소하기도 했고, 대각국사 의천은 국가 이익과 민생 복리를 위해 주전론(鑄錢論)을 주창하여 화폐 경제의 문을 열었다. 일본에서는 일련이 『입정안국론』을 저술하여 법화경에 의한 위정자의 의식 변화와 국가 전체의 개혁을 주창하기도 했다.
- 법화경의 상부구조와 하부구조
법화경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중국에 거주하던 신라 지식인들에 의해서였다. 그들은 지성적인 태도로 세미나를 벌이며 법화경을 신봉했다. 그러나 세속의 민중들은 그와 반대로 법화경에 관한 온갖 영험한 이야기를 통해 법화경을 흡수했다. 이처럼 법화경을 둘러싸고 상부구조와 하부구조가 공존했다. 상부 구조는 법화경 사상에 심취하여 이것을 국가와 사회의 지도이념으로 신봉하는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다. 반면 하부 구조는 법화경 자체나 상부구조의 지도를 거의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다수의 집단이다. 이들이 심취한 것은 독실한 신심으로 소원을 성취하려는 기복 신앙이며, 이들을 유인하는 것은 법화경의 기복적 요소이다. 따라서 법화경 문화의 양태를 결정한 것도 그 양부 구조이다. 상부구조는 천태종을 대표로 하는 법화경 종파의 흥기로 결실을 맺고, 하부 구조는 관음 신앙을 대표로 하는 기복적 양상이 종교 활동으로 결실을 맺는다. 그러나 조선이 성립한 후 천태종이 선종에 통폐합되면서, 법화경 문화의 상부 구조는 거의 해체되고 하부 구조만 남게 되었다.
- 법화경은 동아시아의 성경?
법화경의 산스크리트 원전을 최초로 영역한 유럽의 학자는 『바가바드 기타』가 법화경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바그바드 기타』는 유일신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성실한 믿음을 다른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의 일부 학자들은 이 고전이 기독교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화경에 기독교적 요소가 스며 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법화경에는 부처의 생애를 묘사하고 무궁한 자비심을 실천하는 구제자로서의 부처를 부각시키는 부분이 제법 등장한다. 마치 성경에 예수의 행적이 상세히 묘사되듯이 말이다. 법화경은 어쩌면, 불교와 기독교의 상호관계를 해명하는 데 필요한 열쇠일지도 모른다.
3. 흥미로운 부분
- 석가탑과 다보탑이 같이 있는 까닭은?
법화경 견보탑품에는 이불병좌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과거의 부처와 현재의 부처가 같이 존재한다는 뜻으로서 곧 부처의 영원성을 설파한다. 중국의 가람양식을 본받은 우리 사찰은 대웅전 앞에 탑을 두 개씩 조성하였는데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도 그런 경우다. 현재 모든 세계에 존재하는 부처를 통일하는 최고의 부처가 석가탑에 있으며 과거에 입멸한 부처는 다보탑에 있다. 이 두 탑이 같이 있다는 것은 바로 과거와 현재의 부처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으로 부처가 영원한 존재라는 법화경의 독특한 생명신앙을 말해주는 것이다.(본문 83쪽 참조)
- 손오공이 삼장법사에게 꼼짝 못한 이유는?
법화경은 민중들에게 온갖 곤경으로부터 구제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관세음보살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불, 물, 바람, 칼, 귀신, 형벌, 도둑에 의한 곤경을 피할 수 있다. 또 생노병사의 모든 고통을 벗어날 수 있으며 바라는 대로 아이도 얻을 수 있다. 한 마디로 관세음보살에 의지하면 자연재해나 인생만사에 대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서유기의 현장법사가 서역을 통과할 때 손오공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방법으로 염불을 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본문 60쪽, 122쪽 참고)
- “목숨도 필요없다. 가르침만이 모든 것이다.”
법화경 원전이 성립하는 배경이 되는 것 중 하나로 특수한 신앙 집단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앙이 굳건함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들의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기까지 했다. 이들의 집요함을 참을 수 없었던 기존 불교는 이들의 행태를 비난했지만 그들은 도리어 법난이라고 규탄하며 더욱 결속을 다졌다. 이 사람들이 법화경의 초기 형태를 작성하였는데 기존 불교의 압력에 대해 “목숨도 필요없다. 가르침만이 모든 것이다.”라며 그들의 뜻을 굽히지 않는 광신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본문 77쪽 참조)
- 천재 번역가를 데려오기 위한 전쟁
중국이 인도에서 불교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산스크리트어를 한문으로 번역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번역자가 필요했다. 전진(前秦)은 쿠차국의 젊은 승려였던 구마라습을 데려오기 위해 정벌전쟁을 감행한다. 16년 간 중국에 억류되어 있던 구마라습은 그동안 한문을 익혀 본격적인 불경 번역사업을 진행해 무려 36권의 주요 경전을 번역해냈다. 짧은 시간에 이루어낸 그의 번역 작업은 양적인 면이나, 질적인 면이나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그 중 가장 탁월한 번역으로 평가받는 것이 바로 법화경이었다. (본문 68쪽 참조)
- 중생을 구제하는 여덟 가지 비유 법화경
원전에 나오는 25가지 비유 중에서 가장 중요한 8가지 비유를 일컬어 ‘법화8유’라고 한다. 그 중 「불난 집의 비유」, 「가난한 아들의 비유」, 「가짜 도성의 비유」 등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야기들이다. 짧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비유들은 대승 불교 사상의 핵심과 인간 삶의 진상을 드러내는 불교 문학의 백미이다. 저자가 원전의 내용을 새롭게 간추려 소개한다.(본문 133쪽 참고)
- 붓다의 유다, 제바달다
붓다의 종형이었던 제바달다는 제자이면서도 교권을 차지하려는 시도를 하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5백 명의 제자를 이끌고 세력을 결집하여 대립하였다. 다른 제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았던 그 역시 나중에는 붓다의 구제를 받는다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기존 소승불교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여자의 성불도 가능하다고 인정한다. 여자와 악인은 사회적으로 가장 열등한 지위에 있었는데 이를 구제한다는 것은 법화경이 대승불교의 성립근거를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경전임을 말해준다.(본문 178쪽 참고)
- 100년에 한 번 수면에 오르는 거북이
법화경은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100년에 한 번 수면에 오르는 거북이가 우연히 바다에 떠 있는 궤짝 속으로 그 머리를 넣는 것만큼 드문 일이라고 한다. 그 일보다 더 희귀하고 귀중한 것이 바로 인간과 부처가 만나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이라고 한다. ‘가장 귀중한 일을 이루기 위해’라는 뜻을 지닌 이 말은 부처가 민중의 불성(佛性)을 열어 보이고 깨달아 들어가게(開示悟入)하는 ‘가장 귀중한 일’을 한다는 것으로 부처가 이 세상에 오는 이유를 설명한다. (본문 99쪽 참고)
- 원효 화쟁사상의 연원
원효가 신라 통일의 기치로 내건 화쟁사상은 법화경의 중심사상인 회삼귀일(會三歸一)에서 비롯된 것이다. 법화경이후 의천도 고려의 통합을 위해 원효와 법화경이 추구한 통합과 조화를 내세웠다. 이는 분열되어 있던 고려 불교계를 일신하려는 움직임으로써 법화경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첫댓글 법화경에 대한 자세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