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8일 연중 제27주일(군인주일)
-조재형 신부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소작인이 주인이 맡겨주신 포도원을 잘 돌보지 않으면 주인은 다른 소작인에게 포도원을 맡긴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소작인의 비유를 들으면서 저의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1986년에 저는 군대에 입대했습니다. 자대배치를 받기 위해서 기다리는데 인사담당 장교가 저를 불렀습니다. 제가 신학생인 것을 알았습니다.
인사담당 장교는 자신의 아들도 신학생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저는 군종성당이라는 포도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부덕함과 잘못으로 저는 3개월 만에 군종성당이라는 포도원에서 쫓겨났던 적이 있습니다. 군종신부님은 1년 뒤에 다른 병사에게 군종성당이라는 포도원을 맡겨주셨습니다. 제가 부족했기에, 제가 잘못했기에 저는 군종 신부님을 원망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저를 따끔하게 혼내 주었기에 제가 남은 군 생활을 잘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군종신부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복음에는 나오지 않지만 선량한 소작인들이 불의한 힘에 의해서, 독재자들에 의해서 포도원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나봇’의 이야기입니다. 나봇은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포도원을 가꾸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합 왕’은 나봇의 포도원이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돈을 주고 사려고 했지만 나봇은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포도원을 팔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합 왕의 아내 이사벨은 거짓과 선동으로 나봇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포도원을 빼앗아 아합 왕에게 주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나봇의 억울함을 아셨고, 아합 왕과 이사벨에게 벌을 주었습니다. 해병대 수사단장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고 채상병의 사망사고를 조사했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항명’이라는 죄목으로 보직 해임되었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한 수사단장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수사단장은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수사단장의 해임을 주도하였던 국방부 장관은 해임되었습니다.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억울하게 포도원에서 쫓겨나는 사람이 없도록 철저하고도, 명확한 조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 교구에서는 제게 ‘미주가톨릭평화신문’이라는 포도원을 맡겨주었습니다. 어느덧 4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매주 신문을 발행하는 것이 주된 업무입니다. 미주 지역의 한인 성당을 다니면서 신문홍보를 하는 것은 저의 업무입니다. 무탈하게 신문 발행을 하고 있지만 구독자의 감소는 큰 고민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 동안 신문홍보를 다니지 못한 것도 원인입니다. 종이 신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도 원입니다. 구독자의 감소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초래하게 됩니다. 직원들의 근무일수 조정과 저의 급여 삭감으로 재정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자비를 청하며 좀 더 많은 곳으로 신문홍보를 다니려고 합니다. 후임 신부님에게 ‘미주가톨릭평화신문’이라는 포도원을 잘 넘겨주려고 합니다. 주님께서는 ‘브루클린한인성당’이라는 포도원도 맡겨 주셨습니다. 2020년 8월부터 미사를 하였으니 어느덧 3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제가 도 움을 주려고 다녔지만 오히려 저는 공동체와 함께 지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주님의 포도원에는 때로 원하지 않는 일들이 생기곤 합니다. 분열의 씨가, 두려움의 씨가, 갈등과 걱정의 씨가 들어오곤 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했습니다. 비에 젖지 않고 피는 꽃도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기도 한다면, 우리가 사랑한다면 그 어떤 시련도, 고난도, 아픔도 우리를 하느님과 맺어주신 사랑에서 떼어 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포도원 소작인의 자세를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 끝으로, 형제 여러분, 참된 것과 고귀한 것과 의로운 것과 정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영예로운 것은 무엇이든지, 또 덕이 되는 것과 칭송받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마음에 간직하십시오. 그리고 나에게서 배우고 받고 듣고 본 것을 그대로 실천하십시오. 그러면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께서 맡겨 주신 포도원이 있습니다. 우리의 몸, 가족, 이웃이 포도원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포도원을 잘 가꾸면 좋겠습니다.
[미주가톨릭평화신문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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