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케이드의 변두리 공간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우선 기나긴 글을 읽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미리 설명충 링크를 추가해 둡니다.
https://namu.wiki/w/Cookie%20Clicker (나무위키 쿠키 클리커 항목)
가끔 왜 하는 건지 모르겠는 게임이 있습니다. 더 좋은 템을 줍기 위해서 더 좋은 템을 줍는 수많은 RPG들, 일러스트 그려진 카드 몇 장에 수백 만원을 과금하는 TCG들, 그리고 게임 컬렉션으로 만족감을 얻는 스팀이라는 게임 아닌 게임까지...
세 개 모두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걸 왜 하냐? 라는 질문에 대답하자면 그게 재밌어서...라는 답이 제일 적당하겠습니다. 재밌어요. 왜 재밌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재밌습니다. 재미있으니까 수십만원을 스팀에 꼬라박고 밤을 새워서 대균을 도는 거죠.
물론 재미까지 내다 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그냥 그 게임이 생활인 겁니다. 일상인 거죠. 마치 우리가 숨을 쉬고 물을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서 페이스북을 확인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겁니다. 그러니까 그걸 안 하면 삶의 한 부분이 떨어져나가니 불편하고, 그러니 계속 하는 거죠. 며칠이 되었든 몇 달이 되었든.

나무위키 항목 발췌. 프리즘까지 없는 낡은 버전이고 쿠키 수도 완전 늅늅이다.
쿠키 클리커는 그런 측면에서 일상이 되고 결과를 위해 결과를 추구하는 요즘 게임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고드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쿠키를 많이 만드는 것.
끝. 앞으로 설명할 이 모든 것의 목적은 저 문장 하나에 수렴합니다. 이제 여기서 성취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요즘 게임 시장의 실태가 어떠니 게이머들의 성향이 어떻게 변했니 하는 진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리뷰니까, 그냥 제가 이 게임을 하면서 느낀 점을 써 보려고 합니다.
우선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 게임의 모든 도전과제를 클리어했습니다. 바로 오늘 아침에요.
총 162개의 도전과제가 있고(1.0466 기준) 마지막 도전과제가 10^27개의 쿠키를 가지고 리셋하는 것이었는데 이 과제 하나에 200일 가까운 시간을 소모했습니다.
이 게임은 IDLE 게임이라 불리는 장르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IDLE(아이들)이라는 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게임 내의 재화가 증가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오토 프로그램이나 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해외에서는 Incremental game이라고도 불리기도 하죠.
쿠키 클리커는 클리커 장르의 IDLE 게임입니다. 쿠키를 클릭해서 쿠키를 자동으로 생산하는 건물을 만든 다음, 더 많은 쿠키를 자동으로 생산하죠. 물론 게임 내에서 업그레이드를 하면 한 번 클릭해서 얻는 쿠키 수를 늘릴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도전과제를 클리어했을 때의 플레이타임과 총 생산한 쿠키. 솔직히 진짜 296일은 에바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하지 마세요. 진짜 당신의 컴퓨팅 자원과 시간과, 할튼 여러가지를 버리는 행위입니다. 고작 오토마우스 하나 돌리려고 저는 서브PC를 구입했고, 매번 비밀글 형태로 이 블로그에 세이브파일을 백업했으며, (뒤에 말씀드리겠지만)할머니들의 분노를 어느 정도로 해야 최적의 생산량을 낼 수 있을지에 관한 프로그램까지 짰으니까요.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얼마나 쿠키 량이 늘었는지 확인한 다음에, 대충 생산이 많이 된 것 같으면 리셋을 하고 기본 세팅을 마친 다음에 블로그에 세이브파일을 업로드하고 다시 클릭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을 일곱 달 동안이나 했습니다. 그냥 드는 생각은, 아 사흘쯤 지나면 또 리셋각이 나오겠네, 건물 좀 더 사야겠다, 업글 하나 안 했네... 이게 답니다. 아무런 생각이 없었어요. 아 노잼이네 접어야겠다, 이거 도대체 왜함?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에...
황금 쿠키를 바로 클릭하기 위해 크롬 창 크기를 줄이고, 오토마우스를 켜자 한 번 클릭에 10^21개의 쿠키가 생산되는 걸 일 초에 백 번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냥 마음이 편해집니다. 아, 충실하게 게임하고 있구나. 아무 것도 안 하는데. 손이 놀고 있는데! 아, 최적화 세팅 끝마쳤으니까 며칠 기다리면 최고의 생산량이 나오겠군. 학교 가야지...

이상하게 서양의 할머니 스테레오타입은 이 정도인 것 같다.
게임 내의 설정도 골 때립니다. 건물의 툴팁이 말예요.
자동으로 쿠키를 클릭하는 커서나, 쿠키를 구워 주는 할머니, 쿠키 공장은 이해가 됩니다만 쿠키가 열리는 나무라던가 쿠키 광산이라던가... 외계의 쿠키를 가져오는 우주선이라던가 연금술로 금을 쿠키로 변환하는 거라던가(쿠키클리커 세계관에서는 쿠키가 화폐입니다. 쿠키로 건물을 구입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이세계로의 포탈을 열어서 쿠키를 가져오고 과거와 미래의 쿠키를 땡겨서 가져오고(관련 업그레이드에는 타임 패러독스 제거가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프리즘을 이용해서 빛을 쿠키로 변환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쿠키를 구워 주는 할머니들을 강제로 노동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광부 할머니, 공장 인부 할머니, 농부 할머니, 외계인 할머니, 황금 할머니, 평행세계의 할머니, 과거의 할머니, 무지개 할머니...까지 만들죠. 그리고 효율적인 쿠키 생산을 위해 할머니들의 정신을 하이브 마인드로 묶고, 세뇌를 시킵니다. 믿기 힘들지만 진짜로 게임의 툴팁에서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플레이어의 행태에 할머니들은 점점 화가 나서 기괴한 형태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33% 분노 상태에서 할머니들은 다크 서클이 진해지고 피곤한 모습을 보이지만...
66%에서는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고...
100%에서는 완전히 애벌레에 눈과 코만 달린 괴물의 모습이 됩니다. 할머니들은 사실 고대의 존재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자였으며, 100% 상태의 모습은 사실 이 고대의 존재들의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쿠키 만들려고 고대의 존재들의 분노를 사게 되지요. 온갖 우주적인 행동은 덤으로 해서 말입니다.
뭐 설정은 이렇게 코스믹 호러스러운데, 게임에서는 그냥 배경화면 변하고 황금쿠키 대신에 빨간 쿠키가 나오고, Wrinkler(주름벌레) 열 마리 나오고 끝입니다. 빨간쿠키의 효율이 생각보다 좋지 않아서 최적화 세팅에서는 33%로 접어드는 One Mind 업그레이드에서 멈추는 편입니다. 저는 33%도 별로인 것 같아서 0%에서 끝내지만요.
이외에도 게임에 대해서 할 얘기는 많지만 여기까지만 하고 다시 감상 이야기로 넘어가야겠습니다.
솔직히 쿠키 덩크 도전과제는 나무위키 보고 알았음.
도전과제가 162개나 있는 만큼 파고들 수 있는 요소가 굉장히 많은 게임입니다....만 사실상의 성취 요소가 쿠키와 이 도전과제밖에 없기 때문에(도전과제 갯수로 쿠키 생산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 또한 쿠키 생산량을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파고들기가 지칠 수는 있겠습니다. 켜 놓고 나갈 수는 있는데 솔직히 맨날 그거 하기가 쉽지가... 않거든요. 저는 쉽게 하려고 PC까지 구입했지만 과연 그걸 할 수 있을 만큼의 강심장이 있을까는 모르겠습니다.
별 두 개 반. 베타 버전을 시작했거든요.
첫댓글 아 이거보고 지금시작했습니다. Aㅏ
아 할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