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사랑과 탐닉으로 얼룩진 변양균신정아 사건
등록일 : 2007.10.12 06:45 작성자 : 성범모
‘사랑하는 쩡아에게--오빠 쩡이야’ 얼핏 들으면 젊은 연인들간에 오갈 듯 한 속삭임이다. 그러나 이 말은 지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변(卞)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申)정아씨 비호 의혹사건’의 당사자들이 주고 받은 이메일의 프롤로그이다.
검찰수사 결과 -두사람은 100여통이 넘는 연애편지를 주고 받은 연인 관계이고, -주말을 이용해 일주일에 한번 이상 만났고,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청와대 회의를 마친뒤 잠시 짬을 내 신씨를 만났으며, -신정아씨는 자신의 부인 보다도 최소 5배이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등등 부적절한 관계가 사실로 드러났다.
신씨는 ‘5억을 요구하고 변씨는 4억 깎아 주고’ ‘예일대 선배를 꽈서(꼬드겨서) 대우에서 1억을 받아 냈어’(신), 악어와 악어새와 같은 부정(不貞)한 두사람의 공생관계, 한사람은 권력을 교묘히 이용해 부와 명예를, 또 한 사람은 지위를 이용해 불륜의 사랑을 나눴다. 이들의 연결고리는 신(申)이 있는 곳에 변(卞)이 있고, 변이 있는 곳에 신이 있었다. 그래서 검찰도 두 사람의 관계는 ‘스캔들성 권력형비리’로서 숟가락과 젓가락, 바늘과 실과 같은 사이라고 표현했다.
세상의 지위, 돈, 권력, 학벌, 명예가 무엇인가? 평생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져 파멸의 늪으로 빠져가는 그들의 초췌해진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참된 삶이란 무엇인가를 반문해 보게 된다. 성경에는 ‘간음하지 말라’ ‘도덕질 하지 말라’라는 계명이 있고 ‘사랑은 --자기의 유익을 구치아니 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라는 구절도 있다.
“오늘날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세계는 극도의 이기주의의 덫에 걸려 물질 만능을 외치며 가치관을 상실한채 향락과 부패의 늪으로 빠져 있다. 타락은 스스로를 매장하는 무덤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 가는 행동이다. 다시 말해서 타락은 프리섹스의 뿌리가 되었고 개인주의의 조상이 되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한 궁극적 목적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참사랑을 중심한 이상가정의 완성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것이었다. 극도의 이기적 개인주의는 오늘도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명예를 잃은 것은 크게 잃은 것이라고 한다. 한 사람은 정부 부처의 장관으로 있던 사람이요, 또 한 사람은 대학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의 위치에 있던 사람이다.
지금 그들에게서 돈, 지위, 권력은 무엇이며 교수, 장관, 예일대 박사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헛된 것이다. 잘나갈 때 한번쯤 자신을 뒤돌아 보지 않은 오만한 삶을 살아 온 그들도 지금쯤 차가운 감방에서 금지된 사랑과 탐닉의 끝은 파멸로 이어진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와 깊은 자괴감에 빠져 있으리라.
한때 미국에서는 ‘월부애인’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값비싼 밍크 코트를 6개월 월부로 사주고 그 월부금이 다 끝났을 때 애인이 되어 준다는 것이다. 즉 돈으로 애인(사랑)을 산다는 의미이다. 23살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연인 사이가 된 신변(申卞)의 관계는 월부애인 관계를 넘어서 돈, 횡령, 사문서 위조, 금지된 사랑의 불륜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진 일명 ‘커넥션 애인’ 관계라고나 할까?
자고 나면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신변(申卞)판도라 상자의 뚜껑은 언제쯤 닫힐 것인가. 매경인터넷 여론 조사에서도 신씨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73%로 나올 만큼 두사람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국민적 심판은 매섭다.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서 말 몇마디 후원 청탁하면 신씨는 가서 한번에 수억원씩 수금을 했으니 높은 신분(지위)일수록 도덕적 의무가 따른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란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열심히 일하며 묵묵히 살아 가는 일반 서민들에게 그들이 안겨준 상실감과 박탈감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이제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준엄한 법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법의 심판 이전에 그들은 양심의 심판을 스스로 내려야 할 것이다.
성범모(경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