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의 새로운 만남과 진화를 꿈꾼다!
목사, 종교학자, 과학 철학자가 주고받은 뜨거운 지적 대화의 기록
지난 5월 (사)한국창조과학회는 논평을 내고 “진화론만 교과서에 싣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진화론만 가르치라는 교육부 지침을 폐기하기 위해 “헌법 소원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단체는 일방적인 진화론 교육에 반대하는 한국진화론실상연구회, 좋은교사운동,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진화론대책위원회, 성경과학선교회, 지적설계연구회 등과 힘을 합쳐, 진화론은 문제가 많은 이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선포’하고, 창조론을 과학 교육에 편입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한다. 진화론 교육 문제가 법정까지 가기도 하는 미국의 사정이 한국 사회에서도 재현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야심 찬 시도는 종교 다원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까? 호남신학대학교 신학과 교수이자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의 목사이기도 한 신재식 교수는 한마디로 창조 과학이나 지적 설계론 등은 사이비 과학조차도 아니고, 사이비 신학 수준에도 못 미치는 “문제 많은 종교 운동”이라고 일갈한다. 기독교 성서의 「창세기」를 역사적, 과학적 사실의 근거인 양 들고 나오는 이들의 시도는 성서를 과학 논문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한국 교회의 보수성에 기생하는 “반기독교적인 종교 운동”이라고 비판한다.
또 진화 생물학과 생물 철학을 연구하는 과학 철학자로 동덕여자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장대익 교수는 자신들의 이론이 다윈주의 진화 생물학과 경쟁하는 과학 이론으로 자처하는 창조 과학과 지적 설계론이 “틀린 것조차도 아니”라고 단언한다. 진화론에는 어떤 이론도 사이비 과학이 될 수밖에 없는 엄격한 기준을 갖다대면서 자신들의 이론에는 한없이 관대한 “이중 잣대”의 논리에 의존하고, 과학자들이 말을 섞기 싫어서 그렇지 한번 제대로 비판당하면 순식간에 붕괴될, 제대로 된 연구 프로그램을 하나도 가지지 않은 사이비 이론이라는 것이다.
또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종교학자 김윤성 교수는 과학 교육 과정에 창조 과학과 지적 설계론을 포함시키려는 시도는 국교를 두지 않고, 정교 분리를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위헌적인 시도”라고 규정한다.
본질적으로 반기독교적이고, 비과학적이며, 위헌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창조 과학/지적 설계론 운동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세를 과시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앞에 거론되었던 한국 학계의 젊은 학자들인 신재식, 김윤성, 장대익 세 교수는 그것이 과학과 종교의 대화와 소통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학과 종교 사이에 제대로 된 대화와 소통이 없기 때문에 그 틈새를 창조 과학/지적 설계론 같은 사이비 과학/사이비 종교 운동이 파고들 수 있는 것이라고.
과학과 종교 문제 관련 한국 대표 석학들의 추천사
최근에 불란서의 리쾨르 교수와 샹제 교수 간의 대화를 엮은 ꡔ무엇이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가ꡕ의 영역본을 무척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신학자 신재식 교수, 종교학자 김윤성 교수 그리고 과학 철학자 장대익 교수 간의 서간집이 발간된다는 소식은 다시 한번 위의 책을 연상케 합니다.
'종교와 과학' 이것은 인류의 문화가 시작되면서부터 인간 사회의 저변을 흐르고 있는 아포리아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젊은 세 학자들의 서간집이 이 나라의 지성인들에게 큰 경종을 울리는 명저가 되리라는 확신을 갖게 합니다. 세 분의 건승을 빌어 마지않습니다.
-김용준(한국학술협의회 이사장, 고려 대학교 명예 교수)
이 책은 '종교'와 '과학'을 주제로 한 글들입니다. 어쩌면 그 진부한 이야기들이 또 펼쳐지겠구나 하고 아예 책을 눈여겨보지 않을 사람들도 있겠고, 마치 새로운 먹잇감이라도 낚아챌 양 표제를 보자마자 전의(戰意)를 가다듬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 엮인 세 분 학자들의 글을 읽으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무척 오랜 주제가, 그러면서 여전히 답답한 주제가, 그런데도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주제가, 새로운 감각과 지성으로 가득한 논쟁과, 따뜻하고 맑은 상호간의 신뢰와 애정을 담고 담담하게 흐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발언이 진지했습니다. 진지한 만큼 정직했습니다. 정직한 만큼 실존적 고뇌에서 비롯한 '학문'의 모습이 거기 있었습니다.
사물에 대한 자신의 지적 관심이, 종교와 과학에 관한 자기의 소견이, 자신의 실존적인 문제에 대한 발언이, 얼마나 스스로 정직하고 진지한지 궁금한 사람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을 판단할 수 있는 준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대한 비판은 오직 그러한 독자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입니다.
-정진홍(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이화여자대학교 석좌 교수)